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치료일지 12
MP3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나는 노래 듣는 걸 좋아했다. 공연을 보는 것도 즐겼다. 음악에는 큰 힘이 있다. 내 감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필요 없다며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이번 글에선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최근 2년 동안 잘 들었던 우울한 노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그리그 Grieg-페르귄트 Peer gynt 솔베이지의 노래 Solveig's song
망나니 페르귄트를 기다리는 아내 솔베이지의 노래이다. 망나니여도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솔베이지의 심정이 아련하다.
2. 베토벤 Beethoven-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
한 줌 달빛과 나만이 있는 듯 한 느낌을 들게 해주는 곡이다.
3. 10cm- Help
한창 심했을 땐 '어떤 약을 먹고 누워야 잠에 들 수 있을까'라는 첫 구절만 들어도 울었다. 나의 마음을 그대로 써 내린듯한 곡이었다. 권정열도 순탄하지만은 않았구나. 싶었던 곡이다. 나처럼 앓지 않았다면 이런 곡을 쓸 수 없을 거다.
4. 종현-하루의 끝
참 위로가 되는 곡이다. 내 하루의 끝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네가 있어 나는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다.
5. 아이유 IU-Love poem
이 곡 또한 위로가 되는 곡이다. 우는 법도 잊어버린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이지 않은가. 나의 긴 밤이 끝나는 날에 고개를 들면 서있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없을 것 같다.
6.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생일에 살구꽃이 피었기 때문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정말 죽고 싶으면 모든 일이 죽고 싶은 이유가 된다. 이 또한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팠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노래다.
7. 자우림-샤이닝
이 곡도 첫 구절만 들어도 울었다.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그럴 사람이 있을까' 자우림 노래도 정말 아파보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노래들이 많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그렇고, 영원히 영원히 같은 노래도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우림의 아픈 노래들이 좋다. 가사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인 것 같기 때문이다.
아픈 나의 마음을 노래하는 듯한 곡들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진짜 어떡해야 할까. 나는 정말 죽어야만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왜 살아야 할까. 와 같은 생각들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나는 답을 알고 있지 않다. 내 삶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나는 왜 살아야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