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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Nov 19. 2020

직장인이라 다행이야

직장을 다니며 좋은 점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 때도 꾸준하게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전업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의 톱니바퀴가 되었다는 생각에서였다. 덜 다듬어진 모난 돌멩이 같은 나인데,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참 다행스럽게도 나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지내고 있다. 가끔가다 허무함이 썰물처럼 밀려오는 날 도 있다. ‘이걸 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이만하면 다 된 것 같은데 뭘 더 겪어야 할까’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 다행인 내 모습에 대해 적어보고 좋은 점을 마음속에 새기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직장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직장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어본 적도 있기 때문에 아래 글은 치료 중에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적었을 뿐., 우울증이 있어도 꾸역꾸역 사회생활을 해야 된다는 저의는 아님을 밝힌다. 아플 땐 쉬어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1..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울증이 심해졌던 나는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문제인 적도 있었고 아예 잠들 수 없어서 문제인 적도 있었다. 많이 잔다고 해봤자 하루에 4시간씩 끊어서 3번을 잤다. 총 12시간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질은 많이 낮았다. 지금도 수면유도제가 없으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침에 꼭 나가야 할 직장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허무하고 공허한 인생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곤 한다.


2. 시간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우울증이 심했던 나는 밖으로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는 곧잘 약속을 어기고 약속시간에 늦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전 애인은 이런 내 모습이 정말 싫다고 했다. 상태가 호전되면서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듯하다. 최근에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시간 약속은 한 번 지나버리면 업무에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인지 몰라도 시간에 대한 책임감이 어느 정도 생겼다. 다시 말하지만, 증세가 심했을 땐 꿈도 못 꿨을 일이며, 호전되어가는 병세와 책임감이 맞물려 생긴 일 같다.


3. 잡생각이 줄어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생김으로써 날 괴롭히는 생각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일을 하면서 누군가 칭찬을 해주진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걸 수행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진 않지만 잘하든 못하든 간에 내가 할 일이 생겼고, 그걸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도 호전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끝내야 할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니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 많이 줄어들었다.


다음은 내가 이 직장에 다니면서 느낀 좋은 점들을 나열해봤다.

1. 개인플레이

내가 맡은 바 일만 수행하면 되는 업무 조건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협업할 일이 적고, 부딪힐 일도 적다. 그래서 나 혼자서만 잘해도 일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사람 만나는 게 불편한 나에겐 좋은 근무환경이다.


2.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연차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아플 때 쉴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지금은 신입사원이라 1달에 1개씩의 연차가 생기고 있긴 한데,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


3. 날 구성원으로 인정해준다.

날 조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준다. 정말 사람이 필요한 자리에 내가 들어왔기 때문에 다들 날 반겨주셨고, 잘 대해주고 계신다. 날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주시는 것에 대해서 많은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4. 직무에 대한 만족도

물론 다른 일을 하면 나는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직무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직무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고 있고, 책임감 또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점들이 많은데, 감사하는 마음을 조금 더 가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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