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44
코로나 19 사태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많은 부분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외식업은 물론이고 학교 등교가 안 되면서 농산물 소비도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런 농산물 중 감자의 재고가 많아지자 한 지자체에서는 4,000톤을 싼 가격에 판매를 했고 호응이 좋아서 완판을 했다.
농산물은 시기적으로 동일 한때에 수확이 되고 저장이 어려운 것들이 많아 10%만 생산이 증가해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민들은 최대한 물량을 조절을 하지만 계획생산이 아니기에 물량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감자도 작년 가을 풍년과 함께 올해 소비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감자를 판매로만 처리하는 게 좋은 일이었을까? 상당히 많은 감자들이 개인이나 시장에 싼 가격에 풀리다 보니 시장의 가격 외곡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햇감자가 나오기 전 저장 고랭지 감자를 파는 것이기에 시기적으로는 겹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산 감자들을 저장하면서 먹기에 햇감자가 나와도 구매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결국 햇감자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과잉 농산물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2014년에도 감자가 풍년이 들었다. 이때는 시장과 격리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자 수급 안정을 위해 재고물량 1만 1천 t을 주정용으로 특별 처분했다. 주정으로 처리한 농산물은 감자만이 아니다. 2008년에는 과잉 생산된 배 1만 t을 산지에서 폐기해야 했다. 결국 주류업계에서 1천 t의 배를 구입해서 주정 4만 5천ℓ를 만들었다. 알코올 농도 20%인 소주 59만 병(360㎖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물론 비싼 농산물을 이용해 주정을 만든다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수입 주정 원료에 비해 주정용 국산 배 공급 가격(t당 4만 5천 원)이 1.6배가 넘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하지만 감자를 싼 값에 판매를 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과잉 농산물을 주정으로 만드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정은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연료용 알코올(함량: 99.27%)로 만들어 가솔린과 혼합하거나 또는 에탄올만으로 휘발유 대체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2002년 본격적인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시작한 미국의 경우 현재까지 세계 바이오에탄올 생산 1 위국을 차지하고 있다. 뒤이은 브라질의 경우 풍부한 사탕수수를 이용 생산된 바이오 에탄올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산물의 과잉 생산을 증류주로 풀어보자. 농업에 있어 과잉생산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과잉 농산물의 처리는 매번 같은 방법이다. 갈아엎거나 싸게 팔거나. 하지만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러한 방법으로 지자체에서 주정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마다 지역특색이 있는 주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는 감자 주정, 제주도는 귤 주정, 여주는 고구마 주정 등. 주정은 기본적으로 술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의 특징적인 술을 만드는 원료로 지역의 양조장에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바이오 에탄올로 만들어 사용도 가능할 뿐 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시기에는 손 소독제의 원료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있는 주정공장에 원료를 넘겨서 주정을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가격을 쉽게 맞출 수 없다. 오히려 지자체 차원이다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몇 개의 증류시설을 운영한다면 손쉽게 과잉 농산물을 처리할 수 있다. 매번 되풀이되는 과잉 농산물의 해결 방법으로 증류주를 대안으로 접근해 봤으면 한다.
삶과술 253호에 실린 글을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