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49
[ESC] 막걸리, 유네스코 가자!
판소리, 씨름, 종묘제례, 강강술래. 국가무형문화재들이다. 무형문화재는 무형의 문화 산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들을 말한다. 보통 형체가 없기 때문에 그 기능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가 지정 대상이 된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는 146개(6월4일 기준)다. 전통주 중에는 3가지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술이 익으면 문배나무의 향이 난다는 문배주, 진달래를 이용해서 만드는 면천두견주, 경주 교통의 최씨 가문에서 전해 오는 경주 교동법주 등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도 있다. 서울 삼해주, 서울 송절주, 경기 계명주 등 31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올 초 문화재청에서 ‘막걸리 빚기’에 대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막걸리의 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해 관련 협회는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막걸리를 무형문화재로 등록을 하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일단 국민의 관심이 커져 막걸리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막걸리를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한국인의 정체성이 깃든 공동체 음식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사실 막걸리업계는 더 큰 꿈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이다. 2013년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이 일을 통해 막걸리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충분히 등재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막걸리협회는 등재와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무형문화재 등록이 선행되는 게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절차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은 124개국 463건(2019년 등재 기준)이다. 한국은 2013년 종묘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최근 씨름까지 20건이 등재되어 있다. 술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조지아의 전통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과 벨기에의 맥주 문화 2개만이 등재되어 있다. 유네스코는 상업화될 것을 우려해 음식이나 술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제품 자체가 아닌 제조 방법이나 문화를 등재한다. 김치도 김치라는 음식이 아닌 ‘김장문화’를 등재한 것이다. 막걸리도 ‘막걸리 빚기’라는 과거부터 내려온 가양주 문화에 초점을 맞춰 등재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김장문화는 등재하는 데만 2년 넘게 걸렸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기에 단독 등재가 어렵다면 북한과 함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씨름은 우리와 북한이 공동 등재한 대표적인 사례다. 남과 북이 공동 등재를 한다면 국제적인 공식석상에서 우리가 막걸리로 건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걸리 유네스코 등재는 막걸리 산업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문화 가치가 상승하고, 잊힌 우리 막걸리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막걸리 세계화를 위해서도 거쳐야 할 일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기에 긴 호흡으로 막걸리의 무형문화재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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