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50
가시 말고 대못을 빼주었으면 하는 전통주 규제
5월 19일 기재부·국세청이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 했다. 시장 규모는 그대로인데, 주류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채웠던 족쇄를 풀어 한국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많은 신문에서 이번 규제완화가 주류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반대로 SNS에서는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해오던 주류의 택배 운반, 음식주점의 주류 배달, 홍보관의 시음행사가 불법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일반인이 보기에 불합리한 규제라는 반증일 수도 있다.
술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세법 영향 하에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써 관리하던 목적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 주세는 전체 국가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하지만 목적이 변하지 않았기에 법의 체계, 운영 방법 모두 과거의 규제 일변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주종별 또는 분야별로 규제완화를 원하는 정도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각 주종이 가진 특성이 있기에 모든 규제를 동일하게 풀 수는 없다. 세금을 걷는 방식인 종량세를 맥주와 탁주만 시행할 수밖에 없던 것도 주종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그동안 규제는 조금씩 조금씩 풀려왔다. 협회나 양조장들의 지속적 요청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게 풀려왔다. 이번에도 사회적 분위기와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규제를 풀었다. 규제가 풀리는 것은 산업을 위해 좋은 일이다. 특히 주세법의 경우 시대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았기에 이번 규제 완화도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생산자들이 원하거나 유통, 수입, 판매업자들이 원하는 규제를 풀어 준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OEM 허용의 경우도 주류 면허를 가진 업체만 허용을 했다. 수제맥주업체들이 혜택을 볼 거라 언론에서는 이야기 한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경우 자기 시장 잠식이 발생하는데 다른 양조장의 술을 만들어 줄지 의문이 든다. 레시피나 관련 노하우도 같이 공유를 해야 하는 부분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소규모 맥주 업체의 생산량 제한에도 문제가 있다. 결국 시장에서 시장 잠식의 위험이 적고 생산량의 제한이 없는 대기업이 OEM의 혜택을 볼 확률이 높다.
처음 OEM 생산과 관련된 부분은 양조를 하지 않는 일반 기업에도 OEM 생산을 허용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들이 양조장들과 협업해서 프랜차이즈만의 술을 생산해서 기존 시장과 차별화 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OEM 규제완화는 아쉬움이 남는 규제 완화이다.
이번 규제 완화에는 전통주와 관련된 내용이 적다. 주류 가격 신고 의무 폐지나 납세증명표시 첩부 의무 완화 등 공통적인 사항은 있지만 전통주 단독 규제 완화는 전무하다.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주세 면제는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양조장이 매우 적다. 홍보관의 시음행사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명문화 시켜준 것뿐이다.
오히려 그동안 줄기차게 이야기해온 지역특산주의 주세 감면 수량 증가는 빠져 있다. 지역특산주는 연간 발효주(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 등) 200㎘, 증류주 100㎘의 세금을 50% 감면해준다. 생산을 하다보면 이러한 용량을 초과하기 쉽기에 오래전부터 이 감면 량을 늘려달라고 요구 했다.
또한 원료 및 부원료 사용의 자율화 등에 대해서도 변화가 없다. 술을 만들 때 넣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법적으로 정해놓다 보니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원료나 부원료 또는 첨가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지역특산주의 주원료의 지역제한 문제나 소량 첨가 농산물에 대한 주원료 제외, 국산농산물 사용 때의 세금 혜택 등 좀 더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건의했는데 그러한 것은 이번에 빠진 것이다.
하나의 규제를 푼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변화 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규제지만 규제가 없어지면 업체들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규제완화를 기사에서는 ‘가시를 빼 주었다’라 표현한다. 하지만 지금 전통주는 대못을 빼주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주의 전체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0.27%뿐이다. 그만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전통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발전적인 규제 완화가 논의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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