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52
오래전 해외 출장차 간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경험이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에서 간단히 마실 맥주를 사려고 했지만 구하기가 어려웠다. 주변 마트나 슈퍼에서는 판매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진 ‘보틀 숍’에서 어렵게 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하는 맥주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전문 매장에서나 구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만큼 술 구매가 쉬운 나라가 없다. 편의점을 포함해 식품 상점 대부분에서 주류를 판매한다. 반면 주류 판매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운 나라가 많다. 구매가 쉽지 않다.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첫 번째 유형은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한 전매 제도이다. 소매점 판매 규제가 강하며 면허를 가진 ‘주류 판매 전문점’ 체계로 운영한다. 영업시간, 판매점의 개수 등을 규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매·소매 면허제도이다. 소매 면허를 대폭 자율화해 주류 판매업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유통 체계를 달리하는 경우다. 고도주는 정부에서 면허 체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저도주는 신고제로 운영하는 체계다.
우리나라는 주류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구매 종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대중주인 맥주, 소주, 와인 몇 가지를 제외한 다른 주류는 쉽게 구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주류에 대한 기호나 소비 패턴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술을 찾아 발품을 팔기도 하고 비싸도 취향에만 맞으면 지불할 용의도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주류가 수입되고 있고, 주류 판매 전문점들이 생겨나고 있다.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전문점은 지점 수가 확대되고 있다. 판매하는 주류도 와인, 위스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스피릿과 전통주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주류 시음 행사는 900여종의 술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많은 애호가가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이다.
과거 전통주는 주류 전문점에 거의 입점하지 못했다. 간혹 입점 되더라도 구색 맞추기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전문점에는 전통주 판매대가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저가 막걸리나 한약재가 들어간 천편일률적인 전통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급 막걸리, 독특한 약주, 젊은 층이 즐겨 마시는 새로운 술이 빠르게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이제는 전문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걸 넘어서 전통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전문점(보틀 숍)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엔 와인, 위스키를 판매하는 보틀 숍은 있었지만, 전통주만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다양한 전통주 중에 입맛에 맞는 걸 추천받고 싶을 때나 갑자기 전통주가 필요할 때 보틀 숍을 이용하면 된다. 전통주 보틀 숍에 가면 시음도 가능하며 간단한 안주를 먹으면서 즐길 수도 있다. 전통주 판매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리성도 신경 쓴 것이다.
아직 전문점의 전통주 판매대나 전통주 보틀 숍은 다른 주류에 견줘서는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전통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전통주 판매대나 보틀 숍은 더 증가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술 마시기 어려운 시기이다. 자연스럽게 ‘홈술’이 느는 이때 전통주 보틀 숍에서 오늘 마실 술을 추천받아보는 건 어떨까 한다
.글∙사진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전통주갤러리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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