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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숙취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우리술 자료 펼치기(옛 신문을 중심으로..)-27

전통주를 마시면 정말 숙취가 심한가에 대한 궁금증(1)

-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심하다는 속설의 과학적 이야기


우리나라의 술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WHO(세계보건기구)의 '술과 건강에 대한 국제 현황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2017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0.2L다. 남성이 16.7L로 여성(3.9L)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알코올 16.7L는 360mL 소주(17도) 273병, 500mL 맥주(5도) 668캔을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이다. 1주일에 소주 5병이나 맥주 13캔 가량을 꼬박꼬박 마셨다는 의미다.


1-1.jpg 술과 건강에 대한 국제 현황 보고서 2018(WHO)

사실 술은 즐겁게 적당히 먹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는 폭탄주와 함께 술을 강요하는 문화였다. 폭음 문화 한번 잔을 들면 모두가 잔의 바닥까지 의무적으로 비워야 했다. 컨디션에 맞추어 적당히 양을 조절해가며 마시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음주 후에 숙취로 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터넷이 있기 전부터 숙취를 예방하는 법, 숙취에서 빨리 깨는 법 등 숙취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정확한 것들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숙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숙취 예방법이나 빨리 깨는 법 등도 정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숙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2.jpg 숙취는 우리를 가끔 이런 모습으로 만든다 /출처-픽사베이


프루프(PROOF)라는 책을 보면 그 해답을 조금 찾을 수 있을 듯하다.


3.jpg 술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있는 책


술의 대사 경로와 관련되어서는 링크를 확인해 보시라. (삼성서울병원)

http://www.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content/contenView.do?CONT_SRC_ID=28642&CONT_SRC=HOMEPAGE&CONT_ID=4556&CONT_CLS_CD=001021002004


숙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물질은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이다. 술(알코올)은 위장에서 소량 분해되며, 위장을 거쳐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한다. 간은 알코올 분해에 가장 중요한 장기로, 섭취한 알코올의 90% 이상이 간에서 분해된다. 섭취한 알코올의 2~5%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 땀, 호흡을 통해 배설된다. 체내에 잔류 알코올이 많으면 탈수 현상, 위장 장애, 저혈당, 수면 방해와 같은 증상들을 겪을 수 있다. 분해된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독성에 의해 안면홍조나 빈맥, 두통, 구토 같은 숙취를 유발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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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와 두통, 구토는 숙취의 결과이다.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 두 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증상이 숙취 증상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를 숙취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두 물질이 체내에 많이 남아있을 때 숙취가 가장 심할 것이다. 하지만 혈중 에탄올 농도는 술을 한 잔 마시고 난 후 60~90분 정도에 최대치였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0에 가까워진다. 아세트알데히드도 알코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시간 이내에 최고 농도에 도달했다가 감소하게 된다(측정에 따라 오차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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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고치가 되는 시점을 음료 종류 후 90분으로 본다.


하지만 숙취는 술을 마신 후 12~14시간 후에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간의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는 거의 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다른 이야기로 아세트알데하이드 함량이 높은 와인, 맥주, 막걸리 등의 발효주를 마시면 숙취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반면 증류를 통해 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이 적어진 보드카, 소주를 마시면 숙취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발효 중에 생긴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술 속에 남아서 숙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일까?


5.jpg 이렇게 많은 술들 중에 유독 발효주가 숙취가 많다는 것이 사실일까 / 출처 - 픽사베이


와인에 아세트알데하이드 함량은 많아야 리터당 100mg이다. 알코올 함량은 1리터당 95,000mg이다. 분자 수로 봐도 900배 이상 알코올이 많이 들어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대사 되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양에 비하면 원래 술에 들어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양은 술의 종류에 따른 숙취의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적다고 볼 수 있다.

(정재훈 페이스북 인용 https://www.facebook.com/jaehoonj1/posts/10217269869999719)


결국 발효 때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숙취가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간에서 분해되어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더 큰 숙취의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발효주에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숙취가 많다는 것은 설득이 안 되는 이야기인 듯하다.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이 아니라면, 어떤 물질이 숙취를 유발하는 걸까? 다음 후보는 메탄올이다. 메탄올은 일반적인 발효과정에서 소량생산된다. 술의 원료인 과일이나 곡식에는 펙틴(pectin)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펙틴은 알코올 발효과정에서 분해되며 메탄올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우리가 마시는 거의 모든 술에는 소량의 메탄올이 발생하게 된다. 각종 술의 메탄올 함량을 측정한 결과 소주, 맥주, 막걸리에서 0.01mg 이하로 가장 낮고, 위스키에서 0.04mg, 포도주에서 0.26mg이 검출된다. 일반적으로 메탄올은 증류주보다 발효주에서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증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함량은 달라지기도 한다(참고문헌).


메탄올은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포름알데히드로 전환되고, 다시 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의해 포름산(formic acid, 개미산)으로 분해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포름산은 시신경을 비롯한 신경 손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가 술을 마시고 시신경의 손상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자연 발효 과정에서 메탄올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일 만큼의 양은 아니라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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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탄올과 메탄올의 대사는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



그럼 무엇이 숙취의 유력한 원인일까?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론은 염증반응 가설이다. 알코올 섭취가 체내 세포성 면역을 저하한다는 주장이다.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울 때 분비되고, 염증이 있을 때 세포들의 의사소통 신호로 사용되는 분자이다. 이 중 여러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알코올 섭취 후 13시간에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술을 마신 후 숙취가 나타나는 시간과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높을 때의 시간이 비슷한 것이다. 또한 사이토카인을 건강한 사람에게 주사하면 숙취와 유사한 증상인 위장장애, 두통, 오한, 피로,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더 재미있는 건 사이토카인 수치가 정상보다 높을 경우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이야기하는 필름 끊김과 비슷하다.


7.jpg 사이토카인은 매우 복잡한 기작이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숙취를 염증반응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알코올을 마신 후 간에서 분해되어 나온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나 알코올이 우리 몸의 세포에 손상을 입혀 염증을 발생시키고 그로 인해 사이토카인 분비량이 증가되기 때문에 숙취 현상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전통주나 막걸리가 숙취가 많다는 것은 아직 확인이 안 된 편견일 수 있다. 결국 숙취는 전통주나 막걸리 발효과정 중에 생기는 아주 적은 양의 아세트알데히드나 메탄올보다는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 양과 비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설명도 가설일 뿐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연구해왔다. 아직 우리는 숙취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프루프라는 책에서도 다양한 가설을 설명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어떠한 술이든 술을 많이 마시면(과음) 숙취가 있다는 것이다.

11.JPG 사람마다 다르지만 과음은 숙취를 부른다.


다음에는 전통주 그중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카바이트 막걸리를 중심으로 해보려 한다.



많은 내용을 아래 두 개의 글에서 참고했습니다.

https://brunch.co.kr/@sciforus/149

http://www.seehint.com/word.asp?no=13674


참고문헌 : 주류 섭취로 인한 대한민국 제천 시민의 메탄올 노출 수준 평가

http://eksfan.or.kr/journal/article.php?code=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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