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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뉴스레터]올 추석은 지역 술을 차례에 사용해 보자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62

[술 뉴스레터]올 추석은 지역 술을 차례에 사용해 보자


추석(秋夕)은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하는 명절이다. 과거 추석의 의미는 조상에게 농사를 잘 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이제는 그런 의미는 크지 않다. 핵가족화된 시대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정을 나누는 의미가 더 크다.


추석 풍경하면 오랫동안 못 보던 가족들이 밤새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족 간의 모임을 최소화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석의 넉넉함을 각자의 집에서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20092802169_0.jpg 올해는 같이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 출처 - 조선일보



과거부터 추석은 수확의 넉넉함만큼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제사에 있어서도 그 정성이 다른 어느 명절보다 컸다. 홍석모가 1849년에 쓴 <동국세시기>에는 8월 한가위의 세시풍속으로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어 팔며 떡집에서는 햅쌀 송편과 무와 호박을 넣은 시루떡을 만든다’고 했다. 이때 햅쌀로 빚은 술을 신도주(新稻酒)라 불렀다.

이제 집에서 햅쌀을 이용해 신도주를 만들어 차례에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차례가 끝난 다음 ‘음복’이라 하여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돌아가신 조상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조상의 덕을 이어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차례에 사용되는 술들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

2020092802169_1.jpg 추석에는 신도주를 만들어 마셨다 / 출처 - 국순당



대부분 대량 생산된 술들을 구입해서 차례에 사용한다.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술은 ‘정종’이라 불리는 청주였다. 주세법상 청주는 일본식 사케를 이야기한다. 1883년, 부산의 이마니시 양조장이 조선 최초의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우고 정종(正宗)이란 이름의 청주를 생산했다.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정종(正宗)하면 청주를 뜻하는 단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술이 명절 차례주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을 알고 ‘차례주’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누룩을 사용하고 전통제조법으로 제조한 술의 비율이 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는 ‘정종’을 사용한다.


2020092802169_2.jpg 다양한 우리의 차례술들/출처–업체 홈페이지 술샘, 배상면주가, 국순당(왼쪽부터)



그렇다면 이번 추석에는 지역 술들을 차례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전국에는 지역 전통주들 또는 우리 술(막걸리, 약주, 소주 등)들이 많이 있다. 현재 양조장의 개수만 8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다양한 원료와 제조방법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지역 술들이 갖는 장점은 많이 있다. 전국의 획일화된 맛이 아닌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지역에서 유통되기 위해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중요시 한다. 차례 음식도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차례 음식과 지역 술은 어울 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 술들은 지역의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 좋은 쌀을 이용한 술을 차례 상에 올리는 것이다. 제사는 조상들에게도 좋은 술을 올리는 거지만 결국 음복이라는 풍습을 통해 우리가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2020092802169_3.jpg 2019년 전통주 갤러리 추천 차례주/출처–전통주 갤러리



이번 추석에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해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이라도 고향의 향수와 추억을 가진 지역 술을 찾았으면 한다. 대기업의 술들은 명절 이후에도 쉽게 마실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지역 마트나 바로 옆 슈퍼마켓에 진열된 지역 술들을 구입해 차례에 사용하고 다 같이 음복해 봤으면 한다.

2020092802169_4.png 지역에 있는 다양한 술들을 소개한 전통주 지도.



조선비즈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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