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29
2020년이 마무리되어 간다. 다사다난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이렇게 힘든 한 해지만 분야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일들을 한다. 분야별로 올해의 뉴스나 기억되는 사건들을 정리한다. 전통주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전통주에 있어 의미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막걸리 종량세로 전환되다.
올해 막걸리와 맥주에 붙는 세금이 50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었다. 종량세는 술의 양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막걸리는 1리터당 41.7원의 세금이 책정되었다. 세금을 내는 문제는 소비자에게는 가격 상승 문제가 아니라면 피부에 와 닫지 않는 일이지만 생산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막걸리의 종량세 전환 시 생산된 양에 세금이 책정되기에 좋은 원료를 사용한 고급 막걸리가 많이 생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한 영향인지 올해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생산되었다. 품질 좋은 막걸리들이 유통이 되면서 전통주 소비의 고급화가 가능해졌다.
2. 저도주 전통주의 활약
전 세계적으로 주류의 흐름은 저도주이다. 우리도 희석식 소주의 도수가 계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주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다. 전통주도 이러한 저도주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막걸리의 도수는 10-12도 또는 그 이상 가는 제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막걸리들을 보면 6-8도 정도의 낮은 도수 제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증류식 소주도 비슷하다. 한 전통주 전문점의 소주&증류주 판매 순위를 보면 앞 순위에 있는 술들의 알코올 도수는 17-25도 내외가 대부분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낮은 도수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저도수 경향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며 아마도 더 낮은 도수의 술들도 만들어질 것이다.
3. 다양한 지역특산주의 생산
언론에서 지역특산주의 주종으로 인한 문제를 기사로 다룬 적이 있었다. 일반 소주나 외국 술처럼 보이는 술도 지역특산주로 인정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이처럼 올해 지역특산주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술들이 많이 생산되었다. 맥주 홉을 넣어서 만든 술, 국산 허브를 넣어 만든 진(Jin), 사과로 만든 탄산 사이다 등 종류도 다양하고 그 제조법도 외국의 것들을 차용한 것들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술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런 술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처럼 올해는 다양한 원료와 제조법을 이용한 지역특산주들이 활발히 만들어진 한 해이다.
4. 젊은 양조인들의 유입
과거 전통주라는 분야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전통주가 가진 이미지는 올드하다는 느낌이 많았다. 올해 젊은 양조인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만든 술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과 다르게 시골이 아닌 도심에 양조장을 만들거나 라벨과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이 만든 술 역시 예사롭지 않다. 기존에 다른 저도주의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들거나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부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전통주의 다양성을 넓혔다. 그러한 넓어진 다양성은 젊은 세대에 어필하면서 전통주를 젊게 만들고 있다. 꼭, 양조 부분이 아니더라도 전통주 전문점 또는 바틀샵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홍보나 마케팅 아니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전통주 사업을 준비하는 젊은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 사람의 유입은 올해보다 내년 아니면 내후년의 모습을 기대하게 해 준다.
5. 다양한 온라인 판매 방법의 확대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술이다. 과거에도 온라인 판매는 가능했지만 판매처가 제한되어 있어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오픈 마켓 등의 채널에서 전통주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은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홈술족의 증가로 판매량이 더 많아졌으며 판매방법도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오픈마켓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주를 구독 서비스하는 소비자도 증가하였다.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을 혼합한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판매 방법도 시도가 되고 있다. 편의점을 중심으로는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을 통해 주문·결제한 상품을 고객이 매장에서 받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이러한 온라인 판매 방법의 확대는 판매 증가뿐만 아니라 홍보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형태의 채널에서 온라인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6. 전통주전문점 및 오프라인 판매처의 증가
코로나19로 많은 외식 산업이 어렵다.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주점인 전통주전문점 역시 그 여파를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주전문점들은 코로나19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업장들이 오픈하고 있으며, 기존 업장들도 전년에 비해 매출도 선방을 하고 있다. 일반주점과 식당에서도 전통주를 취급하려는 곳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전통주의 문제는 구매를 할 수 있는 곳들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해결책이 온라인 판매였다. 하지만 이제는 구매를 할 수 있는 전통주 바틀샵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다양한 전통주를 내가 필요로 할 때 바로 옆 가게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통주전문점과 바틀샵이 증가한 것은 소비자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라 생각한다.
7. 언론 매체의 전통주의 관심 증대
올 한 해 꾸준히 언론 및 방송에서 전통주에 관심을 가졌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종의 술들에 대해 다루었다. 내용도 몇 개의 술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제조방법이나 특이점 등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전통주 연재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도 생겼다.
또한, 연예인들이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이 예능에서 나오는가 하면 예능에서 소개된 전통주들이 품절되는 일도 많았다. 전통주 방송을 준비 중인 곳들도 있을 정도로 방송의 소재로 전통주가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트로트 방송에서 ‘막걸리 한잔’이라는 술이 인기를 끌며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양조 회사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에서도 전통주를 소재로 하는 유튜버도 많아졌다. 외국의 유명 요리 유튜버가 막걸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와인의 성장, 다양한 증류식 소주의 등장, 전통주 규제 완화 등으로 전통주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전통주에 있어 의미 있는 일들을 정리했다. 다분히 주관적인 정리이다. 각자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기에 각자 자신만의 전통주 소식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올해 전통주의 성장 및 다양성 증대는 2020년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으로 2021년에도 이어질 것이라 본다. 내년에는 앞에서 정리된 내용 외에도 좀 더 즐거운 전통주 뉴스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