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술 주(酒)저리 주(酒)저리-1
"마시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맛있는 한국술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사람은 가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못하고 어떠한 대답을 해야 할까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최근 한 모임에서 와인을 잘 아시는 소믈리에 분이 물어본 질문이다.
"마시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맛있는 한국술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하지만 이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일반분이었다면 쉽게 어떠한 제품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술을 아는 분이기에 조금은 고민을 하면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술 타입이 무엇인지를 묻고 원하는 타입의 술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이후 질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소개한 술이 정말 대표적인 맛있는 술이라 할 수 있을까?
와인이나 맥주, 사케, 위스키 등 다양한 술들이 있는 이 시대에서 맛있는 한국술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것은 다른 주류들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있는 술을 골라야 하는 의미 일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800여 개의 양조장이 있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술(막걸리, 약주, 과실주 등)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이러한 술 들중에는 국가가 지자체가 인정해 주는 민속주나 무형문화제도 있고, 다양한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술도 또 어떤 술은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평판에 의해서 맛이 있거나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술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 중에 하나를 소개하라고 하면 어떤 술을 소개해야 할까?
술이라는 것이 하나의 기호식품이기에 전문가에게 맛있고 대중적으로 맛있다고 해도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전문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술을 소개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감이 가는 일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술들은 각 주종별로의 특징이 있고 주종 간의 비교를 통해 어떤 술이 더 훌륭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와인은 원료와 오크통에서의 숙성 시의 맛과 향을 이야기하고 있고 맥주는 맥아와 홉 그리고 위스키 역시 맥아와 오크 숙성 등 모든 술들은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술 역시 쌀을 기반으로 누룩과 다양한 발효방법에서 나오는 다양한 제조법으로 한국술만의 맛과 향의 특징이 있다.
다른 주종의 술과 비교하고 다른 주종보다 맛있는 술을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잘못된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한국술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면서 편하게 마실수 있는 술을 생각했다면 쉽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을지 모른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맛있는 한국술이 무엇이 있을지 다시금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이런 질문이 나오면 쉽게 답할 수 있을 듯하다.
이글의 마지막을 똑같은 질문으로 끝내야 겠다.
"마시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맛있는 한국술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2018년 5월 13일
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