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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내 양조장만의 미생물을 가질 때이다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30

미생물 배양 장치                                                           @농촌진흥청


내 양조장만의 미생물을 가질 때이다  


발효라는 과정의 상당 부분은 미생물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던 때에는 경험이 모든 것의 전부 였고 이러한 술 관리를 잘하는 것이 큰 기술이었다. 그렇다고 미생물의 존재가 확인된 이후에 미생물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다. 미생물을 제대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치들이 필요했기에 설비가 없는 양조장이나 가정에서의 발효 제거는 어려운 일이다.

술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술 제조에 있어 미생물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술 빚기는 곰팡이(전분 분해)와 효모(알코올을 생산)를 번식시킨 누룩과 전분이 주성분인 곡물 그리고 물을 주재료로 한다. 곡물의 전분은 덩치가 커서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모가 사용할 수 없기에 누룩의 곰팡이가 곡물에 작용을 해서 전분을 작은 단위의 포도당으로 분해(당화과정)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을 효모가 소비하면서 생산하는 것이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발효과정)이라 보면 된다. 우리 술에서 누룩에 있는 곰팡이와 효모의 역할은 원료와 함께 술의 특징을 결정하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당화와 발효 과정                                                         @이대형


그중 효모는 알코올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향미와 맛에도 관여하는 중요한 미생물이다. 효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현미경의 발명자 레벤후크로 1680년에 맥주 효모를 발견했다. 포도주 발효가 효모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1861년 파스퇴르에 의해서다. 이후 유럽은 순수 배양기술을 이용해서 좋은 효모를 선발해서 술 제조에 사용해 왔다. 지금은 위스키, 맥주, 사케, 와인 양조업계는 자신들의 술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효모 등을 사용하고 있다.

양조업체에서는 자신들만의 효모를 선발하는 것이 술 특징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로 여기고 좋은 효모를 선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대규모 양조를 하기 위해 효모의 사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가까운 일본 역시 자체적으로 효모를 배양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양조협회를 통해 좋은 효모를 분양해서 사용하는 곳도 많다. 과거 우리 술도 경험을 통한 제조였으나 지금은 많은 과학적인 발효로 술을 만들고 있다. 아직 부족한 연구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미생물 분야 일 것이다.


일본양조협회 효모들                                                    @일본양조협회 홈페이지 


그동안 우리는 우리 술을 만드는 미생물(곰팡이, 효모)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부족했다. 막걸리 붐이 불 때 우리도 외국에서 도입된 균주 외에 우리에게 맞는 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전국의 누룩으로부터 유용 곰팡이와 효모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고 2015년도부터 연구 개발된 균주를 주류 업체에 양조용 효모, 씨 누룩 등으로 만들어 분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양조업체들은 이러한 미생물을 사용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기존 상업화 되어 판매되는 외국산 양조 미생물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데다가 결정적으로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이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통주 발효제 보급사업                                                 @더술닷컴 홈페이지

우리 술을 수입 미생물로 사용해 왔던 가장 큰 이유로는 미생물을 생산해 주는 곳이 없었던 탓이 가장 컸다. 하지만 최근 미생물 생산 시설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어떤 곳은 분말 형태로 어떤 곳은 액체배양 형태로 효모를 분양, 판매해주는 곳 들이 생겼다.


우리 술들의 다양성과 양조장들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그 양조장만이 가지는 미생물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른 양조장과의 근본적인 차별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양조장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효모를 분리해서 사용하고 그것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포도주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들이 키우는 포도밭에서 효모를 찾아 자신들만의 포도주를 발효시킬 수 있고 국화를 이용한 술을 만들고 있다면 똑같이 국화에서 효모를 찾아서 만들면 그 양조장만의 차별화된 술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제 우리도 그러한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양조장은 기존 제품은 그대로 두더라도 새 제품을 만들 때 술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우리 미생물을 사용해야 한다. 국산 미생물 소비가 증가되어야 만 미생물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지금보다 더 좋은 미생물을 발견하면 그것을 다시 양조장이 사용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직은 우리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든 우리 술을 찾기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우리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양조효모 개발                     @한국식품연구원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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