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차별화된 이야기가 필요해진 전통주들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37

최근 출시된 전통주들을 보면 과거에 마시던 술과는 다른 형태의 술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 쌀과 누룩, 물에 한약재를 첨가했던 술들이 전통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재료는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효 방식 또는 부재료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급수량을 줄이고 저온에서 발효하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단맛을 내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동서양의 허브류와 과일, 채소류를 넣어서 다양한 맛을 내는 제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 과거와 다른 다양한 전통주들 쇼케이스에 전시된 다양한 전통주들                  ⓒ 이대형


프리미엄 형태의 제품들이 생겨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3~4년 사이에 기존과 차별화된 다양한 제품들이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전에도 고도수에 단맛과 신맛을 기반으로 한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리병을 이용한 제품들이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제품들을 1세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저도수로 대중적이면서도 다양한 허브류를 사용한 2세대 제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많은 교육기관을 통해 젊은 양조인들이 유입되면서 전통주도 새로운 감각의 제품과 라벨,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전통주(대부분은 지역특산주)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술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생산된 다양한 술들은 과거의 술들과 차별화를 시도하였고 성공을 했다. 어떤 제품들은 차별화를 넘어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갇혀 있던 생각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 한강주조 막걸리 한강주조의 술은 맛과 마케팅에서 기존 술과 차별화를 했다             ⓒ 한강주조


반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맛을 본 전통주들로 인해 고민이 생겨났다. 맛들이 비슷하고 특징 및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통주 전문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이 새롭게 나오는 모든 술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막걸리를 참고할 수밖에 없기에 맛들이 유사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물론 비슷한 맛의 전통주지만 다양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맛에 집중하면 그 차이들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소비자에게 오늘 새롭게 출시한 막걸리나 어제 출시한 막걸리의 맛과 향을 다르게 느끼면서 마시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다른 술들도 비슷할 것이다. 맥주나 와인, 사케 등의 술들 역시 술들의 맛을 구별해서 마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술을 구매하고 마시게 하는 힘은 그 술이 가진 스토리가 아닐까 한다.


와인의 경우 제조법으로 보면 포도를 으깨서 효모를 넣고 만드는 단순한 발효법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품종이라는 특성과 떼루아라는 환경적인 스토리 그리고 샤토(양조장)가 가진 역사성까지 그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국가별 토착 포도 품종까지 이야기가 더해지면 비슷한 포도의 맛과 향이라고 해도 소비자는 그 술을 사 마셔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맥주나 사케도 비슷하다.

▲ 진열된 다양한 와인들 와인을 차별화 하는 것은 스토리이다                              ⓒ 이대형


그에 반해 우리 전통주들은 이러한 스토리들이 부족하다. 많은 양조장은 술을 만들기에 급급해 보인다. 물론 전문적인 마케팅을 하기에는 양조장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제품이 다 만들어지고 난 후 술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술을 만들 때부터 양조장, 지역, 원료 등의 스토리가 일관성 있게 만들어야지만 차별성이 생겨날 것이다.


전통주가 점유한 전체시장은 적고 그에 비해 새롭게 생겨나는 양조장들이 많기에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생겨나는 양조장들의 제품들이 현재의 시장에 쉽게 안착하는 방법은 기존 술과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어필이 되어져야 한다.


이제 양조인들은 술을 만드는 생산자이자 자신들의 술에 스토리를 입히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양조장에서 맛있는 술만 만들어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을 양조인들 스스로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 품질이나 맛의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차별성 있는 스토리야말로 내가 만든 술을 다른 술과 다르게 보이는 중요한 요소인 것을 알아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삶과술,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합니다.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러 #이야기 #차별성 #전통주 #막걸리 #전통주연구자 #푸드궁금러 #프로참석러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6738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에 술 만들기를 알려준 백제인 "수수보리"의 정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