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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풀린다? 한때 술 광고는 이랬습니다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38


▲ 과음으로 인한 실수 술을 마시고 집으로 착각한 술 취한 사람                              ⓒ 픽사베이


일반인들에게 술이란 적당량을 마셨을 때는 일상생활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긍정의 음료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과도한 음주는 폭력, 사고, 신체적 상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을 포함한 부정적인 상황을 일으킨다는 점도 인식을 하고 있다.


술에 대한 '긍정적 시선'은 외국에도 존재

이처럼 음주에 대한 폐단이 있기에 지금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에 관해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것을 미덕 아닌 미덕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조상들 역시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부정과 긍정의 관점을 가졌었다. 부정적 관점은 과소비(식량 및 안주 낭비), 주폭(酒暴), 광약(狂藥), 알코올중독 등의 단어로 대변이 되었다. 반면 긍정적 관점은 약주(藥酒), 반주(飯酒), 주내백약지장(酒乃百藥之長)로 설명이 되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술을 이야기 했다. 과거 의약품이 충분하지 않던 때에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술을 마셔야 되는 논리를 만들었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1614년)에는 우리나라 소주 제조가 원나라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이때는 오직 약으로만 쓸 뿐이라 했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술은 약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허약할 때 약으로 술을 마셨다. 세종대왕도 가뭄으로 술을 마시지 않자 신하들이 "술은 오곡의 정기라 적당하게 마시고 그치면 참으로 좋은 약입니다"라 할 정도로 술에 대한 약효를 신봉했다.


술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우리나라에만 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맥주는 수도사들에 의해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으로 여겼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다. 당시 물 대신 맥주를 마신 이는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외국에서도 맥주의 여러 성분들이 몸에 좋다는 광고를 했다. 일부에서는 맥주를 소화제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임산부의 수유를 돕는 음료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증류주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수도원 내에서 엄격히 사용되었지만 점차 의사들이 소독약이나 내복약으로 사용하였다. 많은 의사가 알코올에 다양한 허브를 넣은 자신들의 약을 만들었고 이것을 리큐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약성을 가진 리큐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의 술로 변하게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근심을 없애주며, 건강을 지켜주며, 복통, 마비, 치통을 치료해주는 동시에 페스트도 예방 할 수 있는 물질로 이야기되었다. 이처럼 동서양 모두 술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소비를 증가시키려 했던 방법이 근·현대에 와서는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발전한다. 지금은 할 수 없는 마케팅 방법인 술이 몸에 좋다는 광고들이다.

             

▲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하찌 포도주(蜂ブド酒)" 광고 1939년 9월 5일 동아일보      ⓒ 국사편찬위원회



1939년 9월 5일 신문 광고에는 "출근 전, 일이 끝난 후 이것을 잡수시면 체력이 증진하여 능률이 오르고 피로도 대번 풀립니다"라는 광고 내용이 나온다. 피로 회복제 광고가 아닌 '하찌 포도주(蜂ブドー酒)' 광고다. 당시 신맛이 강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위해 와인에 꿀과 한약을 섞어서 마시기 쉽고 건강한 와인이라는 콘셉트로 발매된 것이다. 산업전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체력을 증진시켜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술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당연히 광고도 건강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 혜비수 맥주 광고 1902년 5월 22일 황성신문 "건강에 좋은 맥주라는 광고"          ⓒ 국사편찬위원회


맥주도 비슷한 광고를 했다. 에비스(당시 惠比壽, 혜비수) 맥주도 "세상에 주류는 여러 백 가지가 있으나 맥주같이 몸에 해롭지 않고 도리어 효험이 많은 것이 없고, 맥주 중에 이 인물표 혜비수 맥주가 제일이며 세계 각 국인이 매우 칭찬"한다고 하며 몸에 해롭지 않은 술이라는 광고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식욕을 늘린다는 적옥 포토와인(赤玉, Port Wine)의 광고까지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건강에 좋다는 다양한 광고들이 만들어졌다.


현대 술의 이미지란?

현대로 넘어 와서는 술의 긍정적인 부분을 광고하지 못했기에 긍정적인 내용을 기사화 한 신문이 많았다. 식사와 같이 마시는 술인 반주(飯酒)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많았다. 장수한 인물인 등소평(덩 샤오핑) 등의 예를 들면서 90세까지 건강했던 비결이 아침과 저녁의 쌀 술 한잔, 점심의 고량주 한잔을 반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기사화한다. 때로는 외국의 기사들을 인용해서 심장질환이나 뇌출혈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제 모든 사람이 술에 있어 건강에 있어서는 긍정의 부분 보다는 부정의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건강에 좋다는 술 광고나 기사를 하지도 쓰지도 못한다. 술은 이제 건강과는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로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유로 꼽는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소통과 관계형성, 인간적 사귐 등 사회적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


지금의 술은 지인이나 친구끼리 가볍고 부담 없이 마시는 음료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제 술은 인간적 관계형성을 이루는 도구이자 현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서로 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그 역할이 변해가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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