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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품평회'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43

2022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이하 품평회)가 끝이 났다. 탁주,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기타주류(리큐르, 기타주류) 5개 부분에서 서류와 관능심사 등을 통해 주종별 3개(대상, 최우수상, 우수상)를 선발한다. 대통령상은 선발된 대상 5개를 별도로 심사해서 1개를 선발하게 된다.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것 자체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기에 홍보 및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선발된 술들은 국내외 다양한 국가 행사에 사용된다.

▲ 우리술품평회 수상작 2022 우리술품평회 수상작 전시 ⓒ 이대형


품평회의 목적은「우리 술의 품질향상 및 경쟁력을 촉진하고, 명품주를 선발·육성하기 위하여 술 품평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15조(품평회 개최)에 명시 되어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품평회는 처음 심사규정이 올해 규정과 동일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변해가는 우리 술 상황에 맞게 자문위원회에서 대회 심사규정을 변경한다. 올해 심사규정은 17년에 변경된 것을 사용하고 있고 일부는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이번 심사규정을 보면서 새롭게 변화되는 전통주 시장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제일 먼저 심사 주종의 분리이다. 2010년 우리술품평회는 생 막걸리, 살균막걸리, 약주․청주, 과실주, 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기타 주류 등 8종 주종에 대한 심사를 했다. 막걸리에 있어 생과 살균을 동일 평가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생과 살균을 분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막걸리에 있어 2017년에 살균 막걸리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생과 살균을 통합을 하였고 주종 역시 비슷한 성격의 술들을 묶어서 8개에서 5개로 조정해서 진행을 했다.


올해의 출품 제품 경향을 보면 일반주류보다 지역특산주 형태의 소규모 제조를 하는 막걸리 및 약주의 출품수가 많아졌다. 이것은 올해뿐만 아니라 몇 해 전부터 계속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특산주 양조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도 있지만 반대로 일반주류 업체들의 참가가 감소하는 문제가 더 크다. 사실 탁주라는 이름으로 주종은 같지만 지역특산주 업체에서 만드는 탁주와 일반주류에서 만드는 탁주는 제조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제조법의 차이는 관능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이것을 한 주종에서 같이 심사를 하는 것은 심사기준을 정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한쪽에 유리한 결과를 줄 수 있기에 탁약주에 있어 지역특산주와 일반주류를 분리 심사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 전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막걸리 전시된 다양한 막걸리 들 ⓒ 이대형


두 번째로 서류 점수의 축소이다. 우리술품평회와 비슷한 형태의 다른 주류 품평회 평가 기준은 대부분 관능평가 만이 기준이 된다. 여러 명의 전문가가 시음을 통해 나온 점수로만 순위를 결정하거나 등급을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술품평회는 다르다. 우선 원료 사용에 대한 점수와 함께 국산 미생물과 국내 개발 품종에 대한 가점 등이 있다. 거기에 술 품질인증제까지 제품의 관능 외적으로 평가를 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평가가 국가가 운영하는 품평회가 가진 목적 중에 하나인 품질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과거 양조장들의 시설이 부족할 때에는 이러한 서류 평가를 통해 양조장의 수준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양조장들의 위생 및 시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기에 이러한 서류 평가는 오히려 좋은 술을 평가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특히, 이 부분의 비중이 너무 커지다 보니 서류를 잘 만들지 못하는 작은 양조장이니 품질인증제나 품종 등 가점을 받지 못하는 양조장들은 출품 자체를 꺼리게 된다. 그러기에 품평회의 실제 목적인 우수한 품질의 술을 선발한다는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세 번째로 관능검사 위원의 전문성이다. 초기 품평회 관능검사에는 전통주를 마셔본 전문가가 부족해서 전통주 교육기관이나 우리 술 연구자 또는 교수들이 심사에 많이 참가했으며 주종별 중복으로 관능을 하기도 했다. 현재 심사위원 구성은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해졌다. 소믈리에나 주점 운영자 등 전통주를 오랫동안 취급해온 사람들까지 포함을 해서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능검사라는 것은 검사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전문 심사 분야이기에 경험이 없는 전문가들이 당일 많은 술 평가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관능검사 경험이 수차례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주류 전문가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과 부족한 전문가들의 수를 확보하기 위해 심사위원의 중복 심사 허가를 통해 부족한 전문 심사위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국민심사위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관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점수의 배점은 크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비전문가의 관능검사 참여가 과연 올바른 관능검사 방법인지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2022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국민심사위원 공개 모집 포스터              ⓒ 2022우리술품평회 사무국

 

이밖에도 품평회 진행기관의 연속성을 통한 노하우 습득이나 대통령상의 경우 일정 점수 이하의 경우 그해에 상을 주지 않는 방안,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외국의 품평회와 비슷하게 절대평가로 술의 품질이 그 점수대에 들어오면 금․은․동을 주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형태는 기존의 품평회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하지만 단순히 몇 점 차이로 인해 1,2,3등을 주는 현재의 방식도 어찌 보면 운이 작동할 수 있을 부분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많은 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술에 있어 품평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행사이며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품평회가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진행된 것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대로 우리술품평회가 진행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맞춰 품평회도 변화해야 현재보다 더 권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대회로 거듭날 수 있다. 내년 품평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 많은 사람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토론을 통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권위 있는 품평회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삶과술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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