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55
최근 지자체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자체마다 전통주 발전 방향 토론을 진행한다거나 지역 양조장 대표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전통주라는 아이템으로 지역 농산물 소비와 젊은 층의 창업,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전통주 중에서도 최근 안동소주가 있는 경상북도(이하 경북도)의 활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초 경북도 통상교류단은 도지사를 단장으로 안동소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위스키 생산국 중 높은 인지도와 역사가 있는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양조장과 스카치위스키 협회와의 만남을 통해 증류주에 대한 세계적 트렌드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함께 동행한 안동소주 양조장 대표들은 전통주 세계화를 위해 경북도와 정책을 함께 수립하고 앞으로 업체가 품질향상과 국내외 마케팅 강화에도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안동소주에 대한 경북도의 행보는 귀국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출장 직후 ‘민속주 안동소주’와 ‘밀과노닐다’를 방문해 안동소주 세계화 전략 구상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안동소주 세계화를 위한 TF단 구성, 안동소주 홍보관 운영 등 관광자원화, 안동소주의 다양성과 우수성 홍보, 도지사 인증 품질기준 마련, 해외 바이어 발굴, 안동소주 생산기반 구축 및 운영자금 지원, 홍보대사 위촉 등 국내외 홍보 강화,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와의 교류 강화 등을 통해 ‘안동소주’를 세계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동소주는 오래전부터 지역에 있던 술이기에 지금 세계화를 한다는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환영할 일이다.
안동소주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다양한 문헌을 종합해 보면 고려 후기 때부터라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한반도의 소주 전파는 30년간 몽골과 싸우던 고려가 항복한 후에 끝까지 항전하던 삼별초를 제압하는 기간 퍼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제압이 끝난 1273년 전후 고려-몽골 연합군의 주둔지에서는 몽골군의 영향으로 소주 제조가 활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때까지는 전국적으로 소주가 전파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몽골과 함께 일본 정벌에 나섰던 충렬왕은 일본 정벌 기간 중인 1281년, 안동에 행궁을 설치하고 30여 일을 머문다. 이때 고려-몽골 연합군의 대규모 병력이 안동을 경유하는 등 안동에 소주가 전래가 된 것이 이쯤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홍건적의 난으로 1361년 12월부터 약 70일간 공민왕이 안동에 피난을 와 머물게 된다. 고려 후기 전쟁의 와중에 두 번이나 임시 수도가 되었던 안동은 1281년 충렬왕의 행궁이 소주 전래의 시점이라면, 그로부터 80년 후 공민왕의 체류를 통해 소주가 폭넓게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칠백 년 음식유산, 안동소주, 민속원 참고).
이러한 오래된 역사 스토리를 가진 술이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 특히, 한산소곡주, 진도홍주 등과 함께 안동소주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특별한 존재라 할 수 있다. 현재 안동소주 협회에는 9개의 양조장이 있다. ‘명인 안동소주’와 ‘민속주 안동소주’ 두 곳은 식품명인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본 양조장일 것이다. 이 밖에 안동소주 일품, 로얄 안동소주, 명품 안동소주, 안동소주 올소, 회곡 안동소주, 일엽편주, 진맥소주가 가입되어 있다. 추가적으로 안동에서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을 준비 중인 양조장들도 가입을 원한다고 한다.
안동소주는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기에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술들에 비해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이미 2019년에 안동소주는 지리적 표시 증명표장을 등록했다. 외국에서는 지역명이 하나의 제품 가치 판단으로 이해될 때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르도, 부르고류 뿐만 아니라 알자스, 샴파뉴 등 지역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곳들이 있다. 꼭 와인이 아니어도 위스키는 스코틀랜드를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거나 주정강화 와인은 포르투칼 마데일섬에서 생산된 ‘마데이라’가 유명한 것처럼 지역명이 술을 대표하는 경우들이다.
우리나라 지역에 많은 양조장이 있지만 술 이름에 지역의 이름이 같이 인식되는 곳들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안동소주는 오랜 기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역적 명칭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지금 안동소주의 발전을 위한 움직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제부터는 안동소주를 생산하는 9개의 양조장이 뜻을 모아야 할 상황이다. 사실 안동의 양조장들은 규모도 다르고 현재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와 일반면허로 처해있는 상황들이 다 다르다.
현재 진행되는 많은 사업 중에 ‘안동소주 세계화 TF단’은 안동소주 품질과 브랜드 관리를 위한 경북지사 인증 품질기준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모든 양조장을 만족시키는 품질기준이라는 것을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에 맞는 품질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안동소주의 미래를 위해 양조장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외국인들에서 위스키하면 스코틀랜드가 떠오르는 것처럼 증류식 소주하면 안동이라는 지역이 떠오르는 성공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 양조장의 단합으로 지역 전통주가 발전할 수 있는 대표 사례가 만들어져 다른 지자체들도 벤치마킹을 할 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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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술에 게재한 글입니다. https://soollife.com/?p=43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