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56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주 중에서도 막걸리나 약주 위주의 관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명 연예인이 만든 소주의 관심증가와 함께 하이볼이라는 칵테일을 만드는 고도주에 대한 관심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증류식 소주들이 존재했다. 문배주, 죽력고, 고소리술, 진도 홍주 등이 전국에서 만들어졌고 지역의 특색 있는 술로 발전을 했다. 특히, 현대의 증류식 소주 원료 대부분이 쌀을 이용한다면 과거의 증류주들은 보리, 밀, 메밀 등 다양한 원료를 이용한 소주 문헌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보다 종류가 다양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술의 3대 주종(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 중 하나인 증류식 소주는 제조방법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주종일지도 모른다.
발효주인 탁주, 약주는 그 역사가 오래되어 그 시작 시기나 시작 장소를 유추만 할 뿐이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의 경우 대부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증류라는 기술의 존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당시의 증류는 술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아닌 하나의 현상에 대한 이해의 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술로써 증류주의 시작은 연금술의 발달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8세기경 아랍에서 증류주를 생산하는 기법으로 바뀐다. 아랍의 증류기술이 몽골의 유럽침략과 맞물리면서 일부는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일부는 다시금 아시아로 퍼지면서 전 세계로 증류기술이 전파된 것으로 이야기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영향으로 몽골의 고려 침략 때 증류주를 만드는 기술이 들어왔다고 한다(일부에서는 다른 전파설도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몽골 원 시대 이전 기원설, 최남선의 이슬람 상인을 통한 직접 전파설). 간혹 우리나라 전통주 중 증류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과하게 역사를 왜곡하면서 삼국시대에 증류주를 만들어 마셨다고 이야기하는 업체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증류주의 처음은 술이라는 개념보다는 약이라는 개념에서 접근이 되었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1614년)에는 우리나라 소주 제조가 원나라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이때는 오직 약으로만 쓸 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소주의 기원을 보면 원(몽골) 나라의 침략으로 인해 이루어진 부분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려를 침입 후 삼별초를 제압한 후 일본 정벌을 위해 고려-몽골 연합군인 정동행성(1280-1356)을 조직하고 고려를 다스리기 위해 행정부를 설치한다. 고려 평양(서경)의 동녕총관부(1270~1290), 함경남도 영흥의 쌍성총관부(1258-1356), 그리고 제주의 탐라총관부(1273~1356)가 그것이다. 당시 지역의 총관부를 다스리기 위해 상당히 많은 원나라 관리와 군인들이 주둔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주류 문화 중 하나이던 증류주 문화가 총관부 지역을 중심으로 퍼졌을 것으로 생각된다.1)
다음으로 몽골의 일본 침략인 ‘몽골의 일본원정’으로 인한 소주의 전파이다. 당시 몽골은 세력 확장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았다. 쿠빌라이칸이 즉위했던 1260년 무렵에는 당시에는 서북쪽으로는 유럽의 초입인 흑해의 북쪽까지, 서남쪽으로는 이집트와의 경계인 지중해의 동안까지, 남쪽으로는 남송과의 경계인 한강(漢江)까지, 동쪽으로는 한반도까지를 점령해 있었다. 육지에서 몽골에 대적할 상대가 없었고 마지막으로 바다 건너 일본이 남아 있었다.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몽골은 고려의 주요 지역에 주둔지(병참기지)를 만들게 된다.2) 소주가 발달한 지역을 이야기할 때 평양, 안동, 제주도에 원나라의 병참기지가 있었기에 이 지역에서 소주(증류주)들이 발달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병참기지는 서경, 개성, 제주, 마산이 그 지역들이다. 일부 자료들에서는 용산과 안동에 주둔지(병참기지)가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역사 기록에는 그런 내용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 몽골군이 주둔해 있었기에 가까운 용산에 주둔할 이유도 없었다.3)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주의 주요 발달 지역으로 이야기하는 안동은 어떻게 소주의 발달지역 중에 하나가 되었을까? 안동소주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다양한 문헌을 종합해 보면 고려 후기 때부터라 이야기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주는 각 지역을 다스리던 총관부 지역에서 소주 제조가 활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때까지는 전국적으로 소주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동의 소주 전파는 먼저 몽골과 함께 일본 정벌에 나섰던 충렬왕에서 찾을 수 있다. 충렬왕은 일본 정벌 기간 중인 1281년, 안동에 행궁을 설치하고 일본 정벌을 위해 30여 일을 머문다. 그러면서 많은 몽골인 들이 안동의 행궁과 주변 지역에서 기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2차 일본 원정은 1차와 비슷하게 태풍 등의 영향으로 실패를 하게 된다. 패한 고려-몽골 연합군의 대규모 병력이 안동을 경유하는 등 안동에 소주가 전래가 된 것이 이쯤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후에 다시금 안동에 임금이 머무는 상황이 벌어진다. 원나라에서 발생된 홍건적이 고려로 침입을 한 것이다. 당시 홍건적은 개성(開京)까지 함락을 하게 된다. 1361년 12월부터 약 70일간 공민왕이 개성 함락 전에 안동에 피난을 와 머물게 된다. 당시 대규모 일행이 추운 겨울을 나며 다양한 개성의 문화를 전파하거나 확산시켰을 것이다. 이 중에서 소주는 더 많이 확산되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이처럼 고려 후기 두 번이나 임시 수도가 되었던 안동은 1281년 충렬왕의 행궁이 소주 전래의 시점이라면, 그로부터 80년 후 공민왕의 체류를 통해 소주가 폭넓게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4) 이처럼 안동소주는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것처럼 원나라의 일본 침략을 위한 병참기지로 인해 소주의 발달이 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2번의 임시 수도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소주의 발달을 가져올 충분한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실제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고 통치하는 기간에 안동보다 몽골의 영향력이 컸던 곳도 많은 데 그런 지역에서 소주의 발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앞에서 이야기한 충령왕의 안동 행궁 30일 보다 출병하는 군사들의 사열을 하고 90여 일 동안 머물던 곳이 합포(마산)인데, 일본 원정을 출발하기 전에도 진변만호부(고려 후기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설치된 군사조직)가 설치되었던 곳이며 정벌을 포기한 뒤에도 오랫동안 만호부가 유지되는 점에서 안동보다 소주 정착에 유리한 점이 많지만, 소주의 발달 지역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또 나주는 여러 해에 걸쳐 진도와 제주의 삼별초 진압과 일본정복을 위한 군수사령부격인 둔전을 설치하여 몽골군이 주둔한 지역이지만 역시 소주의 발달을 이야기하고는 있지 않다. 5) 그러기에 소주가 기원한 장소나 시대를 특정하기보다 몽골이 끼친 영향력을 살펴보는 방식도 필요할 것이다. 소주가 기원한 장소와 시대를 특정하기보다는 몽골군이 고려 전역에 끼친 전반적인 영향력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소주의 발달 관점을 바꿀 필요도 있다. 6) 또한, 안동의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서는 근현대의 안동 소주도(1915년 이후 안동주조회사의 제비원표 소주의 활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후에 이런 이야기도 해보려 한다.
이처럼 아직 안동소주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하다. 그러기에 최근 안동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안동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지자체의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 중에 안동 소주에 대한 정확한 역사 내용도 분명히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안동 소주의 유래가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지고 이 스토리를 잘 활용한다면 안동소주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동 소주의 발전을 위해 안동 소주의 역사도 같이 연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우리역사넷. 충심(忠心)의 산물인가, 역심(逆心)의 산물인가
http://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200530&code=kc_age_20
2) 우리역사넷. 몽골의 일본원정
http://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200900&code=kc_age_20
3) 몽골군과 왜군은 용산기지에 주둔하지 않았다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824353.html
4) 칠백년 음식유산, 안동소주, 민속원 참고
5) 우리나라 강화발효주의 전개와 특징. 이상훈. 74-83
6) 소주의 세계사. p177 박현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안동 #안동소주 #원나라 #몽골 #소주 #전통주 #막걸리 #전통주연구자 #푸드궁금러 #프로참석러 #최선을다해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술자리보다재미있는우리술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