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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

이대형 박사의 알기 쉬운 전통주 브리핑-29

얼마 전 SNS에 재미있는 내용이 올라왔다. 뉴질랜드에서 밀을 이용해 증류식 소주 생산을 준비하는 외국인이 한국의 양조장을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누룩을 어렵게 구하고 뉴질랜드의 밀을 이용해서 밀소주 생산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어쩌면 외국 현지에서의 전통주 생산이 전통주 세계화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최근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전통주를 넘어 K-liquor 수출지원 협의회 발족식을 열었다. 우리 술의 외국 수출 지원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제3차 전통주 등의 산업발전 기본계획에 한식과 연계한 우리 술의 글로벌 인지도 강화를 통해 세계인과 함께하는 K-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K-liquor 수출지원 협의회 발족식 @국세청


전통주의 세계화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통주의 세계화에 앞서 국내 소비 증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전통주 수출도 소비 확대라는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전통주의 세계화라 이야기하면 한국의 쌀과 누룩, 물 등 우리의 재료를 사용해서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을 수출하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전통주를 만들고 그것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외화회득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전통주 수출'은 그저 교민이 많이 사는 나라에 교민들이 마시기 위한 술을 수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우리 전통주는 해외에 나가보면 외국의 낯선 술 종류 중에 하나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술을 수출하고 판매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수출 외에 우리 전통주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통주 세계화의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로컬 전통주의 생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한국에서, 한국인이, 한국 재료로 만들어야만 전통주일까? 최근 방송에서도 막걸리나 전통주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외국인들이 전통주를 마시고, 관심을 가지는 장면 또한 자주 접할 수 있다.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음식과 어울리는 술에까지 이어진 것이라 본다. 이러한 예능 방송 중에 하나로 이탈리아 쌀로 만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외국인이 이탈리아에서 현지 재료인 이탈리아 쌀과 맥주 효모, 맥아를 이용해서 막걸리를 빚고, 한국 사람들로부터 막걸리라고 인정받는 장면이 나왔다. 외국의 재료로 외국인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만든 막걸리라는 것이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예능적인 모습이 가미되었지만, 막걸리의 현지화를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


방송 내용처럼 직접 외국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도 생겨나고 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메이드 인 프랑스 막걸리, 메종 드 막걸리(MAISON de MAKOLl)가 그것이다. 프랑스 한인 행사에서 사용했던 막걸리로 프랑스 최초이자 유일의 막걸리 양조장에서 빚은 술이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만들어지는 '하나 막걸리'(Hana Makgeolli)도 있다. 하나 막걸리는 브루클린에 양조장 겸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설립해 주류 미디어의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요즘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곳의 탁주 도수는 16도로 진하고 걸쭉해서 한국에서 먹은 '가벼운' 막걸리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메종 드 막걸리 @김태영

캐나다에서는 캐나다인이 만드는 '건배 막걸리'가 있다. 캐롤 더플레인은 2019년 한국에서 1년간 '전통' 막걸리 제조법을 배웠다. 한국어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읽고 연구했으며 쌀로 만든 술이라는 희소성과 다른 나라엔 없는 독특한 맛 덕분에 캐나다 주류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막걸리의 경우 유리병 라벨에 보름달과 까치를 넣어 한류문화 홍보 역할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겨냥한 막걸리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마쿠(Makku)'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마쿠는 한인 1.5세대인 캐롤 박씨가 만든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막걸리다. 현재 막걸리 자체를 미국에서 생산하지는 못하고 국내의 업체에서 생산해서 수입 판매하는 형태이지만, 애초에 외국인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기획했다는 게 특징이다. 서양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망고, 블루베리 과일을 넣어 망고 막걸리와 블루베리 막걸리를 만들었는데, 특히 심플한 디자인의 라벨이 돋보여 젊은 층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마쿠 막걸리 ⓒ DRINKSOOL 인스타그램

물론 아직은 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사케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해서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미국 사케가 있을 정도로 이미 세계화가 진행됐다. 전통주나 막걸리도 세계화에 한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의 생산되는 막걸리나 전통주를 통해 호기심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 인지도 상승으로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생막걸리의 경우 장거리 유통이 어려우니 외국에서 직접 외국인이 외국의 재료로 만드는 막걸리도 '막걸리의 세계화'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타국의 술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통주 제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언젠가 외국에 나갔을 때, 현지 사람이 만들고 외국인이 설명해 주는 전통주를 마시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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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타임즈 게재 컬럼입니다.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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