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박사의 알기 쉬운 전통주 브리핑-30
얼마전까지 가을이면 유행하던 와인 중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있었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 지방에서 재배된 가메이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당해년도 8, 9월에 수확한 햇포도로 단기 숙성 후 판매하는 와인을 이야기 한다. 프랑스어 누보(nouveau)는 영어 뉴(new)와 같은 새 것을 의미한다. 보졸레 지역에서는 그해에 갓 생산한 포도주를 마시는 전통이 있었다.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이런 전통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해에 가장 먼저 마시는 신선한 햇와인 이라는 이미지를 보졸레 누보에 입힌것이다.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0시를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 판매를 한다. 이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보졸레 누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행사가 있다. 2010년도 ‘누보 막걸리 데이(이후 햅쌀 막걸리로 변경)’이다. 당시 기사를 보면 햅쌀 막걸리의 열풍이 보졸레 누보 와인의 인기를 넘어서서 보졸레 누보 판매량보다 2~3배 많았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2010년의 햅쌀 막걸리 30종이 2011년 52종, 2012년 60여종으로 증가했다.
당시 햅쌀 막걸리는 국내 막걸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2009년 막걸리 붐이 불었지만 당시 양조장 대부분은 수입쌀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있었다. 09년 통계에 따르면 탁·약주의 92.9%가 수입쌀과 밀로 빚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막걸리학교’에서는 전국 15개 양조장과 함께 국내산 햅쌀로 막걸리를 빚어 출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2011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쌀을 수확해 햅쌀 막걸리가 처음 제조되는 시점을 고려해 10월 마지막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정했다. 막걸리의 날(10월31일)에 햅쌀막걸리를 출시하는 행사를 개최 한 것이다. 2013년에는 일본에서 2014년에는 일본, 중국에서도 햅쌀 막걸리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당시(2015년 무렵) 막걸리 소비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막걸리 소비 감소와 맞물려 햅쌀 막걸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매년 감소하면서 현재는 일부 업체만 '햅쌀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햅쌀 막걸리 한정판을 생산하는 양조업체는 만들 때 마다 모든 물량이 완판이 된다. 햅쌀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러한 소비의 한 축은 막걸리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많은 막걸리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때에 햅쌀을 이용한 막걸리라는 이벤트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행사가 될 수 있다. 햅쌀 막걸리를 다시금 부활 시켜서 막걸리 소비의 중요 행사로 진행 했으면 한다. 막걸리는 제조가 오래걸리는 편이 아니다. 지금 수확되는 쌀을 이용해서 올해 햅쌀 막걸리를 만든다면 올해 안에 햅쌀 막걸리 출시도 가능할 것이다.
햅쌀 막걸리는 그 해에 생산된 국산쌀을 이용해 품질이 좋은 막걸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행사이다. 햅쌀 막걸리는 농가와 양조장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소비자도 신선한 막걸리를 마신다는 스토리가 있다. 여기에다 업체들이 그해 어떠한 쌀 품종으로 햅쌀 막걸리를 제조했는지의 스토리를 더하면 더 좋을 것이다. 협회 또는 단체에서 다시 금 이 행사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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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타임즈에 게재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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