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68
최근 소비자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는 여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통주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서 마시는 연령대가 젊어지고 전통주를 다루는 방송이나 기사 모두 호의적인 내용들이 많다. 관심 증가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층이 전통주를 과거에 올드한 주류가 아닌 새로운 주류로 받아들인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물론 큰 틀에서 전통주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막걸리 붐이 한참이던 2010~12년 막걸리 품질이 일정하지 못해 맛이 변하거나 때로는 후발효로 인해 병이 터지는 경우들이 생기고는 했다. 양조장들이 자신들의 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편승하여 저가 품질의 술을 생산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막걸리 붐이 꺼지는 여러 요인 중에 막걸리의 일정하지 못한 품질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다시금 전통주 붐이 부는 지금 전통주 품질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술을 만드는 양조인들 모두 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품질을 안정화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품질이 좋아진 만큼 맛도 향상되고 안정화되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최근 막걸리와 함께 전통주의 붐을 끌고 있는 주종이라면 증류식 소주를 들 수 있다. 희석식 소주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향이 있는 증류식 소주는 새로운 술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많은 양조장에서 다양한 원료와 발효 방법의 증류식 소주가 나오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증류식 소주를 시음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부 증류식 소주들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을 보면 발효까지는 잘했지만, 증류를 잘했는지 의문이 드는 제품들도 있다. 증류뿐만 아니라 숙성이 충분하지 않은 제품들을 만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양조장들 입장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려고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증류라는 과정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거나 자신들의 술을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 큼의 기간 동안 숙성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지 못한 듯하다.
사실 증류주를 만들 때에는 많은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술이든 제조가 쉬운 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증류주의 경우 발효 공정 후에 증류라는 과정과 함께 숙성이라는 과정까지 일반적인 발효주와는 다른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술의 품질을 높인다. 그러기에 과정의 단계만 보면 발효주보다 그 복잡성은 더 커지고 그러기에 증류주가 발효주 보다 더 어려운 제조과정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증류주 제품의 시장 성장 과정을 보면서 과거 초기 막걸리 시장 성장 과정처럼 한때의 붐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막걸리 정체 시기 때 일부 좋지 않은 품질의 막걸리로 인해 전체 시장이 함께 감소를 한 것처럼 말이다. 이때의 막걸리처럼 현재의 증류식 소주도 제품의 품질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증류식 소주의 경쟁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외국의 증류주 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스키를 포함해서 브랜디, 보드카, 럼, 테킬라, 진 등 다양한 증류주들과 겨루어야 한다. 이러한 증류주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지금의 우리 증류주들이 경쟁력을 충분히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
증류식 소주들이 가진 제품의 문제들은 누구보다 술을 만드는 양조장에서 잘 알 것이다. 분명 우리의 증류식 소주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증류식 소주가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계의 다양한 증류주와 품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이 필요하다. 증류식 소주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더 많은 원료와 발효 방법 연구를 해야 할 것이며 양조장들도 자기만의 술 향과 맛 향상을 위해 자기만의 증류 기술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증류주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할 수 있다. 과거 막걸리와 같은 급성장 후 하락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많은 연구자와 양조장들의 증류주 품질에 대한 고민이 지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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