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74
올여름은 폭염과 장마철 강수량이 예년을 뛰어넘을 것이란 예보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3개월 전망을 통해 올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때 이른 무더위로 이미 6월 초에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으로 오르는가 하면 최고기온은 26~33도가 관측되었다. 일부 지역에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르게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었으며, 강릉 지역에서는 올해 첫 열대야도 나타났다. 이런 빠른 무더위로 인해 편의점에서의 여름 상품 매출도 급증했다. 6월 초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대비 50%, 스포츠음료는 30%, 여름 간편식 비빔면류는 20% 증가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매년 7월에 출시하던 열무김치를 활용한 여름 간편식을 6월로 앞당겨 출시하기도 했다.
이른 무더위에 주류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 더위에 반가움을 나타내는 주종이 있다. 바로 맥주이다. 맥주 소비량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맥주 업계에 따르면 여름철(6~8월) 맥주 소비량은 평소보다 20~30%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있는 날에는 맥주 소비가 더 늘어난다. 이러한 맥주 소비 증가 중에서도 최근 흥미로운 것은 무알콜 맥주와 열량과 알코올 도수가 낮은 라이트맥주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알콜 및 비알콜 음료는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고,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함께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무알콜 및 비알콜 음료 시장이 연평균 23.1% 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여름 주류 경쟁에서 전통주 등의 술들은 판매가 감소한다. 전통주들은 대부분 무거운 맛을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아 청량감을 무기로 하는 맥주나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하이볼 또는 칵테일 형태의 RTD(Ready to Drink, 제조가 필요한 음료를 바로 구매해서 마실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 술들에 비해 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층이 좋아하는 술들을 살펴보면 저도수와 탄산이 있는 술들이다. 위스키나 보드카 등 주류에 탄산수와 과일즙 등을 섞어서 시원함과 청량감을 주며 바로 마실 수 있는 편의성이 향상된 음료를 선호한다. 여기에 홈술 트렌드 및 저도수 문화가 확산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시기 부담 없는 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주에 있어서는 탄산이 있거나 저도수의 여름 술 종류들이 많지 않다. 그러기에 완성된 제품을 마시기 편한 형태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한 것이다. 여름 소비 확대를 위해 전통주도 탄산과 도수가 낮은 형태의 소비 방법인 칵테일에 대한 시도이다. 하지만 과거 전통주 칵테일은 조금 복잡한 제조법으로 마셔야 하는 귀찮음이 있기에 전통주 칵테일의 소비 증가는 어려움이 있다.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전통주 칵테일 제조법이 있지 않는 한 여름 전통주 칵테일의 소비 증가는 어려울 것이다.
하이볼이라는 술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은 것은 술이 맛있다는 것도 있지만, 만들어 마시기 편한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하이볼)이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이 마시고 있다. 이런 칵테일들은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기에 일상에서 쉽게 즐기는 술로 인식되고 있다.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소주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츄하이(일본 소주에 탄산수나 과일 음료를 섞은 것)도 유행했다.
우리 전통주도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에 얼음에 탄산수만을 이용한 간편 제조법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하이볼 형태 제조를 위해서는 전통주 자체의 맛과 향이 특징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탄산수의 종류가 많아졌다. 일부 탄산수에는 라임맛이나 향이 있는 탄산수들이 있기에 나의 술에 어울리는 탄산수를 선발하고 섞는 혼합량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해 줘야 한다. 지금도 일부 양조장들이 자신들의 술을 하이볼 형태로 만들어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나 술 판매 사이트에는 이러한 칵테일 제조 정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에는 여름에 맞는, 겨울에는 겨울에 맞는 술 마시는 방법 홍보가 있어야 하는데 과거 판매 방법(업체나 술 정보 노출)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저도수 술 소비문화는 계속 확산될 것이다. 올여름이 아니어도 자신에게 맞는 쉬운 칵테일 제조법 제공은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 양조장들은 자신들만의 하이볼과 레시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 레시피가 SNS 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훗날 이런 칵테일 레시피들이 쌓인다면 에어컨 밑에서 시원한 전통주 칵테일 한 잔으로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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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