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법 개정, 막걸리의 향료와 색소 사용 문제를 살펴보다

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76

7월 25일 전통주와 관련되어 ‘2024년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세법 개정이 전통주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류는 세금을 걷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되기에 매년 세법 개정을 통해 주류와 관련된 주세법을 개정해 왔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전통주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2024년 세법 개정안’ 중 일부 @기획재경부


먼저 전통주 세율 경감 대상과 경감 한도가 확대되었다. 전통주는 기본 주세에서 50%의 세금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세금 경감 대상과 한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한도를 넘지 않으려고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전년도 출고량 기준 발효주는 500㎘, 증류주 250㎘ 이하 제조자가 경감 대상이었다면 세법 개정으로 전년도 출고량 기준으로 발효주는 700㎘, 증류주 350㎘ 이하 제조자로 확대되었다. 거기에다 경감 한도는 발효주의 경우 200㎘ 이하까지는 50%, 200~400㎘ 사이는 30%, 증류주는 100㎘ 이하까지는 50%, 100~200㎘ 사이는 30%로 적용 범위도 확대되었다.


다음으로 영세 주류제조업자의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감량’ 한도가 올랐다. 주류를 저장하거나 옮기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려해 일정 부분 출고량을 줄여준다. 출고량에 바탕을 두는 주류세 특성상 실감량 한도가 커지면 세제 혜택도 커진다. 오크통 등 나무통으로 숙성 할 경우도 숙성 기간에 따라 안에 들어있는 술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그 손실분(실감량)을 현행 연 2%에서 4%로 늘리고 대상도 모든 주류로 확대된다.

오크 숙성시의 알코올 실감량을 늘렸다 @픽사베이


또한, 그동안 무살균 탁주, 약주에만 허용되던 주류 알코올 도수의 허용오차를 소규모주류제조자, 전통주 제조가 생산하는 발효주로 확대했다. 소규모주류제조자 중 맥주나 과실주, 전통주 중 과실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를 위로 1%까지 오차를 허용해 주는 것이다. 발효주의 특성상 병입 후에 약간의 발효가 진행되기도 하고 알코올 측정 간의 오차로 인해 0.5% 허용 오차에서는 실수로 그 범위를 넘어설 때도 있었다. 이번 허용오차 범위 확대로 주류제조자 부담을 경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안에 막걸리(탁주) 제조 시 첨가 가능한 원료에 향료와 색소가 추가되었다. 기존에는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첨가할 수 없었고 첨가시 기타주류로 분류되어 막걸리라 부를 수 없었다. 세금도 종가세로 30%를 내야 했다(막걸리는 현재 종량세로 44.4원/L).

탁주 첨가원료 확대 방안 @기획재정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이슈가되는 것은 막걸리의 향료와 색소 허용이다. 대형 막걸리 업체들은 그동안 기타주류를 만들어 오면서, 막걸리 용어 사용을 통한 수출 활성화와 신제품 개발을 위해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기타주류로 분류되던 술들이 막걸리로 분류됨에 따라 막걸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많은 양조인과 소비자들은 향료와 색소 사용 허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사용하게 되면, 좋은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들도 막걸리라는 같은 명칭을 사용하게 되어 피해를 볼 수 있으며, 막걸리 자체가 더욱 저렴한 술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술 품질 향상을 위해 첨가물을 제한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향료와 색소 사용 문제는 양조장의 규모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최근 전체 막걸리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에서 대형 막걸리 양조장들은 소비가 증가하는 기타주류형 막걸리를 막걸리로 편입시켜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법을 따르는 양조장들은 향료와 색소 사용이 전통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막걸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색소와 향료 사용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진행되는 부분을 원상태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과거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통합 때처럼 아무도 대응하지 않아 개정안이 그대로 진행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향료와 색소 사용과 관련되어서는 주세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관련되어서는 과거 ‘한국와인생산협회’의 대응 사례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과거 소규모 과실주 면허 허용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었을 경우 수입한 포도 농축액이나 외국에서 발효된 반제품 와인들을 벌크로 들여와서 자유롭게 팔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와인생산협회에서는 농식품부, 기재부, 국세청을 찾아가 사안의 심각성과 문제점들을 정리하여 알리고 설득했다. 결국 법안 내용에 원료 사용 조항으로 "생과만 사용해야 한다." 조항을 삽입시킴으로써 외국에서 농축액이나 벌크와인을 들여와서 시장을 교란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대응 사례를 참고로 전통주 양조장들 또는 관련 단체들은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에 새로운 조항을 반영시키도록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향료와 색소 사용이 실제 주류 시장에서 어떠한 상황을 만들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부정적 측면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또는 업계 관계자 대다수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세법 개정에 다양한 양조장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도 의문이 든다. 지금이라도 막걸리 양조장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막걸리의 발전적인 방향을 다시 제시했으면 한다.

세법 개정안에 막걸리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iStock


#향료 #색소 #막걸리 #이건아니지 #전통주  #전통주연구자 #푸드궁금러 #프로참석러 #최선을다해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믈리에타임즈 #컬럼




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580

매거진의 이전글 잠재고객을 흡수해야 하는 전통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