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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는 훌륭한 쌀 소비 대안

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79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일환으로 다양한 기념일들이 존재한다. 발렌타인데이(2.14), 삼겹살데이(3.3), 화이트데이(3.14), 블랙데이(4.14), 오이데이(5.2)등이 그 예이다. 데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얼마 전 8월 18일 ‘쌀의 날’이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이날은, 쌀 미(米)를 八十八(8.10.8)로 풀이하여, 쌀을 생산하기 위해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 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4㎏으로, 전년 대비 0.3kg(-0.6%) 감소했다. 이는 30년 전인 1993년의 소비량(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부터 8월 18일을 '쌀 데이'로 지정하여 우리 쌀의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우리 쌀을 적극 소비하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아침밥 행사 @농림축산식품부


그러나 최근 쌀 소비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5일 기준으로 한 가마(80kg)당 21만 7,352원에 거래되었던 산지 쌀값이 10개월 연속 하락하여, 현재는 한 가마당 17만 7,740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가정에서의 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인구가 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밥을 먹는 인구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 반면,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를 포함한 1인당 육류 소비량이 60.6kg에 달하며, 이제 우리나라도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편,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 부문에서는 쌀 소비량이 81만 7,122톤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떡류 제조업이 26.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주정 제조업(24.1%)과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15.9%)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탁주 및 약주 제조업으로, 이 부문은 전체 비중에서 6.5%로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단일 제품군으로는 떡류 제조업 다음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정 제조업(24.1%)까지 합치면, 주류 제조업에서의 쌀 소비량이 떡류 제조업을 능가하는 수준이 됩니다.

2023년 양곡 소비량조사 결과 중 ‘업종별 쌀 소비량’ @통계청

이러한 쌀 소비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나 쌀을 이용한 가공 제품의 개발을 통해 소비를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입맛 변화와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면서 쌀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밀가루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쌀 가공 제품 개발이 어렵다 보니, 기존 면류와 떡류에 밀가루를 소량 대체하는 방식으로 쌀 소비를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가정에서 한 끼 식사를 대체하는 정도의 쌀 소비에 그치고 있어, 추가적인 소비 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닌, 추가적인 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기호식품인 주류의 전통주 활성화가 중요하다.


  전통주 소비가 늘어날수록 쌀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술 제조에 사용되는 쌀의 양은 다른 가공품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안동시 조사에 따르면 안동 지역 7개 양조 업체가 연간 소비하는 쌀의 양은 약 570톤으로, 이는 80kg짜리 쌀 7,000가마에 해당한다. 이 소비량은 안동 지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쌀의 약 5.4%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양이며, 술 제조에서 쌀 소비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안동소주의 지원이 활발하다 @박성호 페이스북

최근 조금씩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의 경우,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10%를 우리 농산물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게 된다면, 매년 약 3만 6천 톤의 쌀을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꼭 증류식 소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전통주가 지역 쌀을 사용하므로, 전통주의 소비가 늘어나면 막걸리든 약주든 해당 지역의 쌀 소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전통주를 이용한 쌀 소비는 양조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가양주 또한 쌀 소비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다. 가양주는 주로 쌀을 원료로 사용하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 사용량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국에 전통주 교육을 실시하는 정부 지정 교육훈련기관이 18곳 있으며, 그 외 비지정 교육기관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교육기관 10곳에서 한 기수당 2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한 명이 멥쌀(또는 찹쌀) 5kg을 사용해 전통주를 빚을 경우, 한 번의 교육으로 100kg의 쌀이 소비된다. 이를 8주 기준으로 하면 800kg의 쌀이 사용되는 셈이다. 일부 가양주 제조자는 한 달에 약 50kg의 쌀을 소비하며, 한 전통주 제조 연구자는 연간 800~900kg을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56.4kg인 점을 고려할 때, 가양주로 한 달에 50kg, 일 년에 800kg의 쌀을 소비하는 것은 상당히 양이라 할 수 있다.

가양주를 만들 때 쌀 소비량는 크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수입 원료가 많이 사용되는 쌀 가공 제품에 비해, 전통주는 국산 쌀과 농산물을 소비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국산 쌀 소비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전통주 소비 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전통주를 통한 쌀 소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 농민들의 쌀 소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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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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