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신문 펼치기(옛 신문을 보며..)-12
막걸리나 약주를 만드는 원료를 간단히 분류하면 쌀, 물, 누룩이 될 것이다. 이 단순한 원료 3가지의 원료 처리와 발효방법 등을 다양화 해 많은 종류의 우리술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쌀, 물, 누룩 모두 술의 품질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적인 부분에서는 농업과 연계되어 있는 쌀이 가지는 의미는 조금 다를 것이다. 쌀농사는 우리 농업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며 우리의 주식으로 여겨지기에 쌀에 대한 애착과 상징성은 다른 술 원료와 다를 수 있다.
현재 우리 술은 수입쌀을 사용하거나 몇 년 묵은 정부미(나라미)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양조 쌀 품종에 대한 가치도 아직은 적립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양조용 쌀에 대한 연구나 다양한 양조용 쌀을 이용한 술이 많기에 쌀 품종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처럼 양조에 있어 중요하다고 하는 쌀에 대해 과거 우리 술은 어떠한 쌀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는지를 과거 신문에서 찾아보았다.
과거에도 양조쌀과 관련된 내용이 있지만 대부분이 청주(사케)와 관련된 내용이라 우선 막걸리나 약주용으로 사용된 쌀에 관련된 기사를 보면 1932년 동아일보에 “양조쌀 원료로 경기 곡량도 판로”라는 기사가 나와 있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양조쌀 원료로 쌀 품종 중에 하나인 경기도 ‘곡량도’가 도부군관계관청과 대장성 양조시험장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둬 주조업자에게 배부하고 좌담회를 통해 ‘곡량도’에 대한 구매를 독력 했으며 특히 주조용 원료미로 품질 개선을 위해 건조 및 도정 등의 미곡 검사를 신경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양조쌀과 관련되어서 「조선주조사」나 「국세청기술연구소백년사」 등 근현대 자료에서는 탁주나 약주의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탁약주의 경우 멥쌀과 찹쌀의 비교시험을 하거나(국세청기술연구백년사) 지역별로 멥쌀과 찹쌀을 사용했다는(조선주조사) 내용이 대부분이고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이 당시 청주(사케)에 사용된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와 있다. “양조쌀로서 곡양도(穀良都), 웅정(雄町), 다마금(多摩錦), 금(錦), 금방주(錦坊主), 다하금(多賀錦), 백옥(白玉), 복방주(福坊主), 육우(陸羽) 132호 등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음미할 때는 전남 웅전과 곡양도, 경기 곡양도, 경상남북 곡양도, 논산 웅전, 충북 금, 평화구의 미 등이 지정되었다.”라는 기록이 조선주조사에 나와 있을 정도로 청주의 품종에 대한 내용은 많이 있다.
본 기사도 어찌 보면 청주와 관련된 기사가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이러한 품종들이 청주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은 일부는 탁약주에도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특히 주선주조사는 지역별로 쌀 품종이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도 지금보다 술에 있어 원료의 중요성을 높게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에 밑줄 친 양조쌀 등은 일본의 양조쌀 품종을 조선에 심고 키운 것으로 국내 고유 품종들은 아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출판한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를 살펴보면 일본은 조선 농업을 개량하기 위해 1906년 6월 경기도 수원에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1)을 개설하였고 일본의 농업 방법을 권업모범장에서 시행해 보고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쌀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권업모범장은 일본의 품종을 도입하여 조선의 기후와 토질에 맞는 품종으로 개량해서 농촌에 보급하였다.
이 당시 일본은 조선에서 자국의 자본주의 발달을 위해 필요한 식량과 원료를 공급받기 위해 생산성 증대를 농업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912년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는 쌀 생산에 대한 중대 훈시를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농업 정책이 구체화되었다. 조선총독부는 쌀의 품종개량, 비료, 개관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하여 전통적인 쌀의 품종과 재배법을 개량한다는 미명 하에 일본의 품종과 일본 농법의 보급에 앞장섰다.
1925년 이전 권업모범장을 통해 도입된 대표적인 개량 품종은 조신력(早神力), 은방주(銀坊主), 곡량도(穀良都), 애국(愛國) 등이었다. 개량 품종의 보급률을 보면 1912년 5%에 지나지 않았지만 1920년 65%, 1936년에는 86%에 달해 재배 품종의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국사편찬위원회 226- 227 참고)
또한 권업모범장에서 조사한 조선 품종은 1,158종으로 이중 581종이 중부와 남부 지방에서 재배되는 것이었고 비료를 다량 투입하는 일본식 농법에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가뭄에 강하고 수분이 없는 토양에서도 발아력이 우수한 특징이 있었다.(‘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국사편찬위원회 228 참고)
다른 자료인 「근현대 한국쌀의 사회사」를 보면 조선의 쌀 자료 중 서유구의 임원경제지(1842)가 170종의 벼를 소개 하여 근대 이전의 가장 상세한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품종”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시대의 기록으로 옛 문헌에 다른 이름의 벼가 나온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앞에서 이야기한 권업모범장에서 재래종 종자 수집 사업을 벌이고 그것을 조선시대 문헌과 대조하여 천여 종이 넘는 목록을 작성했다. 그 결과를 정리한 「조선 벼 품종 일람」에는 논 메벼 876종, 논 찰벼 383종, 밭 메벼 117종, 밭 찰벼 75종 등 1,451 품종의 이름이 실려 있다. 이 중 조동지, 석산조, 예조, 용천조 등(2)은 일제강점기 농업 통계에도 이름이 나올 정도로 상당 기간 널리 재배되었다.(‘근현대 한국쌀의 사회사’, 김태호 53-56 참고)
이처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일본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 우리 토종쌀 품종들은 거의 자치를 감추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밥쌀용의 상당 부분도 일본 품종이거나 일본 품종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이처럼 술의 중요한 원료인 쌀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변해왔고 그리기에 지금 똑같은 제조방법으로 술을 만들어도 조선의 막걸리와 현재의 막걸리는 원료의 차이로 맛이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전통주 고문헌을 복원하고자 하는 일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조선 이전의 품종은 이름만 있을 뿐 그 품종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에 현재의 쌀 품종으로는 고문헌 술 복원을 하기가 어렵다.
이 글이 과거의 쌀 품종을 복원하거나 지금 만들어지는 술 원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양조에 있어 쌀 품종이라는 것은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막걸리, 약주에 대한 양조쌀 연구는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앞선 신문이나 참고자료를 봐도 막걸리나 약주의 양조쌀 품종 연구는 과거에도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한 분야이다. 쌀 품종 연구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양조쌀 품종에 대한 연구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하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국내에 많이 생산되는 쌀 품종만 해도 현재 20여 종이 넘게 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많은 품종들의 재배가 시도되고 있다. 우리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꼭 양조용 쌀 품종이 아니더라도 자기 술에 맞는 현재의 밥쌀용 품종을 찾아 양조장만의 술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접해본 사람들은 포도의 품종을 이야기하면서 마신다. 이제 우리도 막걸리를 마실 때 와인의 포도 품종처럼 쌀 품종을 알고 마실 수 있는 양조장의 인식전환과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만들어져야 것이다.
(1)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06986
(2) 일반벼 - 재래및도입품종-재래 벼품종 / 농촌진흥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