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가 변해야 '한국술'이 산다.

한국술 되새김질 하기-2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전통주’라는 단어를 여러 곳에서 들어 봤을 것이다. 명절 때면 신문 또는 방송에서 한국술을 마시자며 ‘전통주’를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등의 한국술을 총괄해서 부르는 단어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전통주'라는 이름이 주는 혼란 때문에 ‘전통주’라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전통주'란 무엇인가?

현재는 주세법상에 3가지로 정의해 놓았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주류

나) 「식품산업 진흥법」에 따라 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체에서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한 주류(지역특산주)


IMG_8675.JPG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통주 들 / 사진출처 - 이대형


하지만 이런 복잡한 법적 용어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부터 만들고 마셔왔던 술들을 전통주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맥주나 포도주, 위스키들을 전통주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보는 한국술의 관점이다. 외국에는 전통주라는 개념도 없지만 우리와 동일하게 과거부터 만들어 마시던 술을 이야기를 한다면 몇 백 년 넘게 양조장을 운영하는 독일인들은 맥주를 프랑스는 포도주, 일본은 사케 등 모두 자신의 나라의 전통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전통주는 ‘한국 전통주’라 불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주라는 것은 과거부터 만들어왔던 술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술의 분류 체계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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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209.JPG 외국의 다양한 전통주(?) 들 / 사진출처 - 이대형


다음은 전통주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특산주의 문제이다. 위에서 설명한 다) 항으로 1993년부터 농업인 등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 확대를 위해 주류 생산 시설요건을 완화하여 손쉽게 주류 생산을 가능하게 한 법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특산주가 과실을 이용한 와인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전통주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버리고 만다.


noname01.jpg 전통주의 범위


소비자들에게 와인을 전통주라고 이야기하면 의아해하게 생각한다. 또한 지역특산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그 역사가 짧은 곳들이 많기에 단지 지역특산주라는 이유로 오랜 역사를 의미하는 ‘전통주’ 업체라 부르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전통주’에 대한 모호함도 문제이다. 단어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 전통주 :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유사어 전통술, 네이버 백과사전)


그럼「전통」이란 무엇일까?「전통 :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ㆍ관습ㆍ행동 따위의 양식」이라 정의되어 있다(네이버 백과사전). 결국 전통이란 물질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처럼 사상ㆍ관습ㆍ행동 등의 정신적인 측면 즉, 소프트웨어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에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을 전통주로 정해야 할지 불분명하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을 정신적인 면이 포함되었다고 이야기할지 정의 내리기 어렵다. 지금과 같이 모호한 전통주의 개념이 이어진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중적인 술들이 몇십 년 후에는 전통주가 돼야 할 수도 있다.


처음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질 때의 취지는 한국 술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기에 '전통주'라는 명칭이 현재에 만들어지는 우리의 모든 술을 총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제2차 전통주 등의 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우리 술의 범위를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합하여 ‘한국술(Korean Sool)’로 정하였다.

noname02.jpg <현행> <개선>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전통주'라는 단어를 우리 술의 대표 표현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전통주'라는 단어가 술을 분류하는 게 아닌 과거의 술을 가리키고 있고 현재의 우리 술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한 번쯤은 '전통주'라는 이름의 의미와 함께 ‘한국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 봤으면 한다.


2018년 5월 25일

네 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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