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만드는 주재료를 간략히 하면 쌀, 누룩, 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재료가 각각 중요한 역할이 있지만 그중 발효의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이 누룩이다.
누룩은 전분질 원료를 분해해서 당을 만드는 역할과 누룩에 있는 효모로 하여금 분해된 당을 사용해서 알코올 생산을 담당한다.
전통주에서 누룩 품질에 따라 알코올 생산이나 맛, 향 등의 변화를 이야기할 정도로 그 중요도는 크다.
다양한 지역과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누룩들 / 이대형 박사
발효에 있어 중요한 일을 하는 누룩이지만 전통주 업체의 누룩 지위는 높지 않은 듯하다.
특히 100% 누룩을 이용해서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많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생산 업체로 갈수록 확연하게 누룩 사용량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누룩 사용량이 줄어들게 된 이유는 뭘까?
1924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에 28,206개의 누룩 제조장이 있었고 면허 인원은 37,759명, 그 공장들이 만들던 누룩 양은 45,103톤이었다.
당시 주요 곡자 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조선주조사에는 경성(서울), 전주(全州), 강경(江景), 광주(光州), 마산포(馬山浦), 광주(黃州), 평양(平壤), 평안북도, 구신의주, 안변(安邊), 함경북도, 광주군(廣州郡), 청도군(淸道郡) 지역의 누룩 제조방법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이 당시에는 각 지역에 소규모의 특색 있는 누룩 제조장이 있었다. 누룩 제조장이 많은 것은 다양한 술들이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출처- 국세청기술연구소백년사
현대 일본 식민지 시기에 세금을 걷기 위한 일본 입장에서 조선의 자가제조 및 판매용 누룩의 품질이 고르지 못해서 술 품질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가제조가 많다 보니 밀주의 원료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각 도에서는 누룩 제조장을 통합하기로 방침을 수립했다.
1923년경부터 경북을 시작으로 충북, 경기, 전북, 전남 등의 각 지방 별로 집약 시킴과 동시에 개량 곡자(1)의 제조를 권장하였다(2). 경상남도의 경우 1927년 2,466곳의 누룩 생산 공장이 1929년에는 786곳으로 감소하였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누룩 생산 공장의 감소가 일어났으며 우리 누룩의 다양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독립 이후 다시 누룩의 소비 감소가 일어나는 일이 생겼다. 우리 술에 입국이라는 일본식 제조 방법이 널리 퍼지면서이다.
입국은 증자된 전분질 원료(쌀 또는 밀가루 등)에 백국균(白麴菌)이라는 Asp. luchuensis(아스퍼질러스 루체니시스) 곰팡이를 배양한 것이다(3). 일반적으로 일본에 의해 입국 사용을 강요당하고 누룩을 사용한 술들은 못 만들게 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독립 이후에도 전통주는 지속적으로 누룩이 사용되었다. 해방 직후(1945) 일시적으로 탁약주에 일본식 입국을 허용했으나 즉시 금지했다.
1949년 주세법 개정에서도 탁주 원료는 곡류와 누룩으로 규정하고 입국은 소주와 청주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우리는 주세법에 의해 입국을 이용한 막걸리를 만들 수가 없었고 만들었다면 법을 어긴 것이다.
일본식 입국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 이대형 박사
1962년 전체 원료 대비 10% 이상의 누룩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누룩에 추가하여 입국을 사용할 수 있게 일부 허용하였지만, 그 후로도 입국 사용은 금지와 해제가 반복되었다.
1967년부터는 입국을 탁주 제조에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가 1971년에서야 이 조치가 풀렸고, 이때부터 입국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국세청기술연구소 100년사 인용).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방향과 함께 양조장들은 사용이 편하고 술 제조 시에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국 술들을 만들면서 누룩으로 만든 술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누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장은 3곳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나머지는 소량 생산에 그치거나 생산을 하더라도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적다.
1949년 주세법에서의 주류 별 원료 사용에 입국은 없다 / 출처 – 국세청기술연구소백년사
전통주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서는 누룩 연구가 필수적이고 그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누룩에 대한 연구는 연구소나 대학에서 우수한 균을 얻기 위한 연구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몇몇 업체들이 전통 누룩에서 분리한 균들을 이용해 만든 누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누룩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양조장이 많지 않아서 대량 생산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업체들은 자신들의 술에 있어 특징을 가지기를 원한다. 모든 양조장이 누룩을 100% 사용해서 술을 만들 필요는 없다.
과거처럼 10% 정도의 누룩을 사용해도 업체들마다 특색 있고 다른 형태의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한 17종의 누룩과 10종의 효모 / 출처 – 니술냉가이드
누룩은 전통주뿐만 아니라 우리 술에 있어서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재료이다.
이러한 이유로 누룩에 대한 양 조인들의 관심과 연구자들의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상태로 10, 20년이 흐르고 나면 우리 술에서 누룩이라는 재료는 찾아보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최근 수제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누룩을 사용한 다양한 술들이 출시되고 있다.
지금 술들은 누룩을 이용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현대적인 맛으로 만들어지기에 소비자들의 기호도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술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누룩에 대한 관심과 함께 누룩을 사용한 술들을 부활시켜야 할 때이다.
(1) 개량 곡자 : 1927년 김천 개량 곡자 조합이 설립되어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누룩이 8-10월경 농가의 부업으로 제조하다 보니 품질의 균일하지 못했기에 인위적으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주어 4계절 동안 똑같은 품질의 곡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2) 조선주조사 p 278 참조
(3) 입국 : 「증자된 곡물에 당화 효소 생산 곰팡이를 배양한 것으로 일본식 명칭은 고오지(koji)로 약․탁주용 입국(粒麴)은 백국균(白麴菌)이라는 Asp. luchuensis(구명칭 Asp. kawachii) 등을 증자한 쌀, 밀가루 가루에 배양한 것으로 이것은 약․탁주 발효과정 중 전분의 당화, 향미 부여와 잡균의 오염방지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 2008. 4. 10., 광일문화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