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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전통주 재료라고? 젊은 양조자들의 도전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27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생활한복을 입고 항아리에 막걸리를 빚는 이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예스럽고 고즈넉한 양조장을 배경으로 세상을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얼굴도 생각날 것이다. 그동안 방송 등 미디어에 등장한 전통주 양조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달라졌다. 청년들이 이른바 ‘이 판’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다.   

 양조장 위치 서울 성수동, 평균나이 34.8살, 양조 경력 평균 1년 미만, 술 재료인 쌀 생산지 서울. 조건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주 제조 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열거한 조건들은 ‘한강주조’ 양조장 얘기다. 지금 전통주 업계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 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전통주 업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젊은 감각과 재미, 마케팅 때문이다. 창업자 4명 모두 술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마케터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병 디자인과 브랜딩 모두 본인들이 만들었다. 특히 이들의 에스엔에스(SNS) 마케팅은 독특하다. 단박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서울에서 양조장을 차리는 과정, 서울 쌀(경복궁 쌀)을 농민과 같이 수확하는 모습 등을 올렸다. 그저 완성된 제품을 자랑하는 식의 내용이 아닌 과정의 희로애락을 올려 공감을 얻었다. 이들의 양조 경력은 짧지만, 이들이 만든 무감미료 6도 막걸리는 주점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막걸리 비수기인 지금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의 양조장은 ‘한강주조’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수입 과일을 첨가해 퓨전 전통주를 만드는 곳도 있다. 우리는 전통주를 만드는 곳을 일반적으로 양조장이나 조주라고 부르지만, 이 업체는 스스로 브루어리라고 한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독(dok)브루어리’이다. 이름만 들으면 맥주를 만드는 곳으로 착각한다. 대학교 선후배가 뭉쳐 설립한 독브루어리는 대표가 한식조리학과를 졸업한 20대다. 외국 맥주 브루어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양조장 콘셉트를 맥주업계에서 차용해 왔다. 양조장도 맥주 펍처럼 만들었다. 그는 “공간을 세련되게 만들었더니 카페로 알고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라고 한다.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맛이 무엇보다 독특하다.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퓨전화했다. 석류와 히비스커스로 붉은색을 낸 8도짜리 막걸리가 있는가 하면, 라임이나 레몬, 홍차가 들어가 노란색이 도는 막걸리도 있다. 특이한 점은 전통 누룩과 맥주에 사용하는 ‘프렌치 세종’ 효모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 전통주에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맛을 넣어 세상에 없는 맛을 창조했다.   


 막걸리는 아니지만, 서울 청계산에서 양봉한 꿀을 이용해 술을 빚는 ‘곰세마리양조장’도 있다. 외국에서는 꿀로 만든 술을 ‘미드’(mead)라고 부르며 하나의 범주로 취급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0대 3명이 모여 만든 양조장은 서울 관악구에 있다. 이들은 말한다. “양조장을 만든 이유는 외국 판타지 드라마에서 마시는 꿀 술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첫발도 특이했지만, ‘곰 세 마리’가 그려진 병 디자인이나 제품을 펀딩 형태로 판매하는 등 마케팅 기법도 기존 양조장과 달랐다. 지금은 유명 셰프들이 음식 페어링에 애용하는 술이 되었다.    외국은 크래프트 비어나 주류에 젊은 층의 유입이 많다. 젊은이다운 창조적인 양조법과 발랄한 마케팅 기법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들어섰다. 그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세상에 둘도 없는 술’을 양조했으면 한다. 영원히 그들을 응원하리라. 뜨거운 러브레터가 그들에게 닿기를.        



글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전통주갤러리 자문위원), 사진 한강주조 제공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20578.html?_fr=mt3#csidx4df87dad3dbb46391f3ea740825e5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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