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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사람길로 변한 곳, 무주 벼룻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지금도 둘레길은 만들어지고 있고, 아니면 변하여 발전하고 있다.


  무주군에도 예향마실길이라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둘레길이 있다. 이중에 절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있다고 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벼룻길" 벼랑을 따라가는 길이란다...


   지극히 우연히도 금강상류에서 카약을 타고 가다가 갈림길에 서있는 표시판을 보고서야 둘레길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같이 카약을 타고왔던 분이 절벽아래 일제시대에 사용하였던 수로가 있었는데 이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독특하고 특이한 사연으로 만들어진 길...


   그 길을 가기위해서는 금산군 홍도마을을 거쳐 가야 한다. 말그대로 붉은색 복숭화꽃이 가득한 마을을 지나가야 한다. 붉은 꽃이 핀 가로수 길을 본적이 있었던가?


    기껏해야 백일홍나무가 줄지어선 장흥의 가로수길 외에는 떠어르지 않는다. 이곳은 훨씬 붉고 진한 꽃길이다. 사람들을 멈춰서게 하는 매력이 가득한 도로변 길이다.



  둘레길을 걷기전부터 감흥이 넘쳐올랐다. 그리고 기대가 컸던 벼룻길은 어떠한 느낌을 전해줄지 기대가 되었다. 부남면 면사무소앞 공원에 내려 벼룻길을 시작한다. 원래 시작점은 좀더 상류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굳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마을길을 걷는것은 적절한 선택은 아니다.


  작은 마을과 주변에 널리 피어있는 배나무꽃과 벚꽃, 그리고 복사꽃이 한곳에 어울려 서로 자랑하듯 끊임없이 피어 있었다.


  게다가 하천옆 부지에는 할미꽃이 가득하다. 군락을 이룬다기 보다 할미꽃이 시작된 원천의 장소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많은 할미꽃을 본적도 처음이다..  이것만으로 내년에 다시 찾아와야 하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벼룻길의 길은 일제시대에 사용되었던 농업용수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로와 마을과 마을을 이엇던 옛나뭇꾼이 밟고 다녔던 길을 엮은 길이다. 그러다보니 폭이 좁은 벼랑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바로 왼편에는 호수처럼 잔잔한 금강이 흐르고 있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만큼 짙녹색의 물색깔을 띄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면 조금을 위험할 수 있지만, 금강과 각시바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그저 천천히 걸어가면 아무탈 없을 테니까...


   이곳은 더우기 빨리 걸어야 할 그런 길이 아니다. 곳곳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또보고 뒤돌아 보고 해야할 그런 길이다.   금강과 어우러진 산새의 풍경이 겹쳐 보인다.  사람들의 모습도 투영될만큼 물살이 잔잔하여 거울처럼 보여진다.

각시바위를 지나기전에 뒤를 꼭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멋드러진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


  벼룻길은 벼랑과 절벽을 따라서만 가는 길이다. 때로는 좀더 멋진 길이나 구간이 있다면 변경할 수도 있다. 둘레길은 목적지를 따라 가는 여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낮은 계곡을 거치기 위해 오르막길도 오른다.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걸어야 하는 이길은 힘들수도 있지만 봄기운을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받아드이면 어떨까 싶다.

  

    언덕위 작은 집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벼룻길을 걷는다.


   둘레길은 계절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다. 특히 아름다운 시기가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이때를 둘레길의 "순"이라고 말한다. 벼룻길의 순은 지금이다. 벚꽃이 휘날리고 여러 야생화가 같이 피어나는 4월의 중순이 가장 아름답고 풍요롭고 화려하고 부드러운 색깔을 선보이며 가장 좋을때이다.


   물론 가을이나 이른 봄에 왔어도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울때가 지금이라는 것이다. 도로변에 핀 벚꽃만 봐도 사랑스럽고,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만 봐도 사람들은 작은 탄성을 연발한다. 감성이 충만해 지는 시간이다.


   다행히도 도로변을 통행하는 차량이 적어 벚꽃의 마지막 운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풍경이 더해지니 매년 찾아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아니 내년 봄에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게 만든다.



 도로와 벼랑길이 반복되는 벼룻길...

 도로길마저도 걸을 수 있다는 이해가 통용되고, 작은 숲길, 너른 임도길, 그 사이에 핀 벚꽃이 가득한 길, 변화가 많은 이곳은 내가 정한 둘레길 순위에 변화가 있을듯 싶다. 몇 번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가본 둘레길에 있어서 상위권에 든 곳임은 명확하게 말 할 수 있다.


  내년에는 카약도 타고 길도 걸으면서 금강과 벼랑의 참모습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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