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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여행, 대구시 근대문화골목길 여행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큰 도시가 발달된 곳은 나름에 역사를 갖고 있다. 돌아다니다 보면 옛모습이 고스란히 남은곳도 있고, 번듯하게 거대한 빌딩으로 바뀐곳도 있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도시는 옛 모습이 없어진 곳도 있다.


  대구시는 대구역주변 도심과 동대구역 주변 도심으로 갈린다. 대구의 옛모습은 대구역 주변 옛 대구읍성이 존재했다는 곳에 옛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대구시 중구에서는 '근대문화골목투어'라는 명칭의 골목길 코스를 5군데 조성하였다.


  김광석길은 '삼덕봉산문화길'이라는 4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5개 코스를 전부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짧아 이중에 '근대문화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2코스를 이어가기로 했다. 4코스 끝자락이 건들바위라는 곳인데 종료지점 옆에 대구경전철 3호선인 건들바위역이 있다. 하지만 도심을 모두 걷기에는 지루하여 김광석길이 끝나자 마자 가로질러  걸어가 대봉교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대구에 떠오르는 명소인 모노레일형태의 경전철을 타고 서문시장까지 가려고 한다.


  지방도시마다 나름에 경전철(서울의 지하철보다 규모가 작아서 붙여진게 아닐까 싶다)이 많다. 트램형식으로 운영하거나 협궤철로로 구성된 곳도 있다. 대구 경전철 3호선은 지상위를 달리는 모노레일 형태이다. 


  3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운전사가 따로 없어 앞뒤로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구의 주요 역사나 재래시장을 지나쳐 가기도 한다. 


골목길투어 코스를 개별적으로 다니려면 3호선을 탈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4코스에서 2코스로 이동하려면 대구전철 3호선을 탑승하여 이동해야만 한다. 이러한것을 소개하는 것도 대구여행을 즐기는 묘미일텐데 따로 안내자료에는 표시된 것이 없다.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기보다 커다란 테마공원내에서 이동하기위해 모노레일을 탑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철로가 생각보다 좁아 내려다보는 시야는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걷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근대문화골목 2코스는 서문시장역 4번 출구로 내려와 대구제이교회 방향으로 걸어가면 안내표시가 보인다. 그전에 둘러본곳이 서문시장이다. 얼마 전 큰불로 인해 나랏님들이 왔다갔던 곳이다. 시장규모는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견줄만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화재가 났다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안쪽 한 블럭만이 커멓게 타있고 안전펜스로 둘러쳐진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가 화재의 현장이다.


 화재가 컸다고는 하지만 시장 전체 규모를 놓고 보면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때 상황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건물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져 온다.


   펜스 곳곳에 가게 이전을 했다는 벽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대부분 그 옆 상가 건물에 다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나름 먹거리도 많고 재래시장의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볼거리 많은 곳이다. 여유롭지 못한 시간때문에 찰진 어묵하나 먹고 따끈한 풀빵으로 시장 먹거리를 대체하였다. 특별히 눈에 뜨이는 것은 삼각형 모양의 납작만두인데 맛보지 못하고 나온것이 끝내 아쉬움을 자아낸다.


  

   서문시장을 나와 차로를 건너 제이교회 방면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도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붉은색 벽돌 건물이 곳곳에 보인다. 선교사가 거주했던 건물과 계명대 의료원 건물로 이용했던 벽돌집은 지금은 전시관으로 탈바꿈하였다.


 인천에 있는 일제식 근대문화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규모는 작지만 나름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 곳이다. 


  박태준선생의 동요 중에 '동무생각'이라는 노래가 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이렇게 시작하는 동요의 청라언덕이 이곳이란다.  예전에는 푸른 담쟁이가 가득했던 말 그대로 언덕길이였는데 지금은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언덕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다.  나름 책에서 보았던 장소를 실제로 만나게 되면 왠지 모를 떨림으로 다가선다. 묘한 성취감이랄까...

제일교회가 마주보이는 여기가 청라언덕이다.

 신식빌딩과 구식 건물이 어우러지는 이곳이 오늘 걷는 코스 중 최고의 사진찍기 좋은 장소이다.


  청라언덕 맞은편에는 대구제일교회 본관이 세워져 있다. 건물 옆에 안내글이 있어 주욱 읽고 내려가다가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미국의 선교사 베어드(한국식이름은 배위량)가 선교활동을 나서면서 이곳에 지은 교회가 제일교회라고 한다. 베어드라는 선교사는 평양의 숭실학당을 설립한 사람으로 내 모교의 역사를 배울때 들었던 이름이다. 그리고 역사책에도 나오는 인물이기도 하다.

  

    좁은 대구의 한 골목에서 역사적인 이름과 지명을 동시에 찾게 될줄은 몰랐다. 노다지를 발견한것처럼 꽤나 기쁨이 컸다.   역사의 한 조각이 다시 한 번 맞춰진듯한 기분이다.


  제일교회를 벗어나 3.1운동 계단을 내려오니 신식건물이 즐비한 대구의 도심이다. 그리고 맞은 편에 계산성당이 서있다. 규모로 비교하면 제일교회보다 작지만 운치있는 지방의 어느 성당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검소하고 아늑하고 붉은색 벽돌로 쌓은 쌍탑은 전주에서본 전동성당과도 비슷해 보인다.


 이제 근대문화골목의 거의 끝에 다다랐다. 도심인도를 걷다가 느닫없이 만난 한옥 건물들...


  그것도 커다란 주상복합빌딩 사이에 쳐박혀 있는 애틋한 모양새다.



  이상화고택은 그런대로 주변에 여유가 있어 한옥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옆에 고상돈고택은 주차장입출구에 둘러쌓인데다 거대한 주상복합빌딩이 바로 붙어 있어 왠지 위태롭게 보인다.



  유적지를 보호하기위해 최선의 설계로 건물을 지은듯하지만, 유적지 바로앞에 이런 건물을 짓는다는 발상또한 대단하다. 그나마 보호하기위해 남겨놓은것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유적지옆에 건물짓는 무지함을 꾸짖어야 할지 애매하다.


  그래도 중심가에 근대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개발이라는 허울속에 역사가 매몰되었을테니 말이다.  


   근대문화골목 끝자리는 약령시장거리와 만나다. 곳곳에 약방간판이 가득하고 한약냄새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청량리 약령시장만 있는줄 알았는데 오늘 무식한 내 지식을 부끄러워 했다.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대구시에 길여행간다고 하니까 볼것도 없는데 왜 가냐고...


   내 대답은 " 대구시도 볼거리 많은 곳이다!" 라는 것이다. 단순히 유적지 때문만은 아니다. 대구만에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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