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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일의 여정을 같이하는 사람들

작은 에피소드 1

프롤로그, 출발을 준비하면서...


다시 산티아고순례길을 가기를 소망했다. 2011년 북쪽길을다녀온 후 프랑스길에 대한 열망을 커졌고, 꼭 해야하는 인생의 숙제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다림과 기회는 반비례하는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야만 원하는 기회가 생기는가 싶다. 2016년에 한국에서는 '나의산티아고"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산티아고순례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여기저기서 순례길에 대한 기사나 잡지 기사, 또는 내가 진행하던 여행사이트에서도 순례길에대한 강의 프립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 였다.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산티아고순례길에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회원들의 문의도 늘어갔다.


"숲찾사에서는 까미노순레길 안가나요? 가면 저도 갈게요..."


이러한 요구에 3차례에 걸쳐 순례길을 소개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준비과정과 순례길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리고 2016년 말에 모임공지를 올려보기로했다. 과연 참석할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함과 의구심이 들었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에 숲찾사모임 최초로 장기걷기여행이자 첫번째 순례길여행걷기모임을 공지로 올렸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응원의 댓글만 달렸다. 어느 누구도 참석하겠다는 댓글은 없었다.


44일이라는 장거리 일정이다 보니 쉽게 결정할 수 없을거라는것도 이해하지만, 분위기에 비해서 참여율이 별로 없다.


"아직은 시기상조인걸까? "


처음부터 관심을 보여왔던 바다바람(숲찾사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어떻게라도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

2017년 4월 중에 항공권티켓을 예약해야하는데 지금껏 참석하겠다는 사람은 나와 바다바람님 뿐이였다. 결국 2명이서 가야할까? 아니면 뒤로 미뤄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가뜩이나 갑작스레 잡힌 강의일정과 겹쳐 고민하던 순간에 회원 2명이 갑작스레 참석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두번째 분은 테스님... 체력이 약하다고 스스로 고민해왔던 분인데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놀라웠다.

그리고 세번째 신청한 분은 쪼리신님... 숲찾사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입회원인데 휴가기간인 지금에 어디갈지 고민하다고 순례길을 가려고 준비와 정보를 찾기위해 검색을 하다가 내가 올린 공지글이 검색되어 보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덥석 신청했다고 한다.


이렇게 나를 포함하여 4명이 장거리여행이자 모두의 꿈인 산티아고순레길 프랑스루트를 따라 가기로 최종 확정되었다.


출발하기 까지 2달 여 남은 사이에 항공권 예약을 진행하고, 세부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짬짬히 서로 만나는 시간을 통해 얼굴도 익히고 준비과정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다.


필요한 준비물이 있으면 동대문 아웃도어상가를 다니며 구매도 하였다.


드디어 6월 4일 저녁 10시, 인천공항에 모여 순례길의 시작지역인 생장으로 가기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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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테스님은 체력이 약하다고 본인이 항상 말해왔다. 순례길을 준비하는 과정중에 제주올레길을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하루 걷고 그다음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체력이 방전되어 충전하기 위해서는 누워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약하다고 생각했던 분이 고민고민하다고 순례길에 동행한다고 했다. 나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테스팀 스스로도 매일같이 배낭에 이것저것 넣어 무게를 늘린채 걸었다고 한다.


카페에서도 반전이 있었다. 처음에는 일정이 길어서, 체력이 약해서 준비한다음에 갈께요라는 말을 했던 회원들이 테스님의 순례길 도전 소식을 듣고 용기를 얻었는지 나도 갈 수 있다고 마음 먹은 분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꼭 순례길여정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느 친한 회원분들은 벌써부터 비용을 마련하기위해 적금을 들어 준비한다고 한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에도 나는 산티아고순례길 중 프랑스길 어딘가에 서있지 않을까 싶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커다란것이 아니였다. 작은 한 순간, 작은 몸짓과 말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새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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