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일차, 힘겨운 스페인의 여름

Camino de Santiago : 그리움의 프랑스길

Camino De Santiago - 7일차 (Puente la Reina - Estella )


출발지역 Puente la Reina

도착지역 Estella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판초우의, 그리고 휴식과 내일을 위한 기대감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1.6 km(22km) / 6.5시간

주요지점 Puente la Reina ~ Cirauqui ~ Lorca ~ Villatuerta ~ Estella

자치주 Navarra



6월 저녁인데도 꽤나 덥다. 썸머타임이 적용되는지 9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온다. 그 전까지는 백야를 경험하는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침대사이가 좁다 보니 사람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오는데다 창문을 열어놓아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덥기만했다.


새벽녘에 잠깐 잠이들었다가 5시 반이 넘어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깼다. 일행들이 잠이 없는지 일찍 깨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열기가 식어 시원해졌는데 더 잠을 잘수가 없어 일어나 짐을 챙기기위해 배낭을 들쳐메고 복도로 나섰다. 알베르게 침실에서는 짐을 정리하지 않고 대출 들러메고 밖으로 나가 배낭이나 침구 정리하는것이 나름에 예의이다. 실내에서 부시럭 거리면 다른 순례자가 잠을 자지 못하게 방해하는것과 같기 때문이다.


새벽에 나오니 밖에 공기가 꽤 시원했다. 여름이라는것을 잊어버릴정도로... 그리고 어제 여왕의다리를 미리 봐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운 새벽이다 보니 다리의 모양새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돌로 된 높은 다리를 건넌다는 기분 뿐이다.


이제는 익숙한듯이 걷는 속도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나또한 빨리가자, 천천히 가시죠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자율적으로 걷다가 쉬다가 쉼터에서 같이쉬고, 출발할때는 각자 템포에맞춰 걷는것으로 정했다. 오히려 신경쓰지 않으니 나또한 마음이 편했다. 다같이 얘기하며 걸을 줄 알았는데 그냥 혼자 온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낮은 언덕이 이어지는 길이다. 도로변 옆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예전 북쪽길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철조망에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가 이곳에도 길게 펼쳐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같은가보다. 거기에 더하여 훨씬 더 익숙한것도 보였다. 세월호 리본이 이곳에도 걸려 있다. 지나가던 한국인 순례자가 걸어놓은것 같은데 곳곳에서 이 리본을 자주 목격하였다.


평이한 언덕이 연이어진 길에는 집이나 성당의 종탑은 확실하게 도드라지게 보였고 마을이 주변에 있다는것을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Cirauqui에 다다를 때쯤 영화에서나 보았을것 같은 풍경으로 다가왔다. 낮은 언덕에 촘촘히 세워진 집과 성, 그리고 교회... '천공의성 라퓨타'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라퓨타(Laputa)와 흡사해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은 금빛 밀이 가득한 벌판과 포도밭이다 보니 마을의 모습이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Cirauqui마을이 눈앞에 보였다. 아주 가까운 마을처럼... 그렇지만 아무리 걸어도 마을은 저멀리에 떨어져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바라보는 신기루마냥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30여분을 더 걸어가니 마을앞에 다다랐다. 여기는 한국과 달리 평평한 들판이 많다보니 거리 감각이 전혀 다르다. 가까이 보여도 꽤 멀리 있다는것을 몇 번의 경험을 더해야 알게 되었다.


마을 사이로 골목길이 있고, 모두 얇은 돌을 깔아놓은 듯 깔끔하다. 이 모습은 과거의 순례자나 현재의 순례자가 같은 모습을 보고 있었을 것 같다. 변함없이 그대로 서있는 돌로된 집이니까. 마을 사이로 걸어올라가 언덕 정상에 다다를때쯤 문처럼 생긱곳을 가로질러 나가야 했다. 이곳에 Sello를 받을 수 있는 스탬프가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순레자들은 배낭을 벗고 스탬프를 찍기위해 줄지어 서 있다. 나또한 줄 서 있는 무리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이제 내리막 길을 따라 Cirauqui마을을 벗어났다. 뒤돌아 보면 보이던 마을도 점점 작아지고 보이지 않을때쯤 또 다시 새로운 마을을 만나게 된다. Estella가는 길이 어느때 걸었던 길보다 흥미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을이 보이는 모습도 그렇지만, 옛 길이 남아 있다는것이 더 신기하기만 했다.


'Roman Road'


좁은 길에 얇은 판석이 깔려 있는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길이라고 한다. 그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자체가 놀랍기도 하지만, 더욱 놀라운것은 새로운 도로가 바로 옆이나 좀 떨어진 곳에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이였다면 옛 길위해 신작로를 만들었을텐데 여기는 옛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순례길의 의미가 더욱 남달라졌다. 옛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 그대로 내가 그 위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떨려왔다.


그리고 그 좁은 옛길을 따라 나와 일행은 각각의 생각을 품은채 걷고 있다. 간혹 힘들어하는 바다바람님 옆에 서서 같이 걸으며 대화를 건네기도 했다. 괜찮은지? 순레길이 어떤지? 다리는 괜찮은지 등 일상적인 질문들... 심심하지 않을 얇은 대화로만 이어갔다.


Lorca에서 좀 쉬어가기로 했다. 작은 Bar가 있는데 순레자들은 더운지 실내에 있지 않고 다들 밖에 나와 길변에 주저앉아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일행들도 배고프단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걸었으니 배고프기도 할 것이다. 간만에 낮부터 시원한 맥주에 Tortilla 한 조각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쉬었다. 주문하려 들어가니 한국인 여성분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 지나 가는것 봤는데 안들리 시길래 조금 섭섭했어요."

" 아 그랬어요.^^ 저는 몰랐어요.. 여기서 사시나 봐요?"

" 네 여기서 살면서 알베르게일 도와주고 있어요.^^ 맥주 드릴까요?"


같은 한국인이라고 꽤 친절하게 대해준다. 또띠야도 먹음직스럽게 잘라주고 나니 고마워 기념품으로 가져갔던 합죽선 부채를 선물로 드렸다. 기쁘게 받으며 잘 사용하겠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라고 한다. 일명 호세네 알베르게...


이번 순례길 오면서 기념품으로 준비한것이 한국부채였다.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바람도 불어주고 그늘도 만들어줄 용도로 사용하려고 사왔는데 인연있는 외국인 순례자를 만나면 선물로 주려고 여러개를 더 가져온 터였다.

순례길에서 만난 수로의 모습
DSC_0863.JPG
Lorca 바 겸 알베르게에서 맛본 맥주와 또디야.
DSC_0868.JPG



정오를 지나면서 기온이 더 오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표시된 이곳의 최고온도는 35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진정한 뜨거운 날씨이다. 그렇지만 햇빛을 피할만한 숲길은 많지 않다. 마을의 처마밑이거나 가끔 보이는 키 큰 나무만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고 그늘아래에는 어김없이 순례자 한 두명이 쉬고 있었다.


너른 밀밭은 추수할 시기를 기다리는건지 그대로 방치하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알곡이 꽤 여물어 있었다. 이런 날씨라면 아주 잘 자라날듯 싶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힘들기만 하다. 모자를 가져 왔지만 목 뒤나 옷 밖에 노출된 손은 햇빛이 그대로 닿았다. 그리고 점점 검게 그을려졌다.


Villatuerta에서 Estella 까지는 5km 남짓 남았다. 다 온줄 알았는데 강변을 따라 한참을 더가야 했다. 뜨거운 햇빛에 점점 지쳐가고 사람들의 걷는 속도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같이 헐떡이며 강변옆 길을 걷게 되었다. 마을이 보일듯 한데도 전혀 가까워 지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지치면서 머리까지 열받아 어떻게 되었나보다. Estella에 걸어도 닿을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찬기가 돌 정도로 시원하다. 스페인의 여름은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만 들어서면 숨통이 트일정도로 시원하고 상쾌했다. 점프하듯 나무 그늘만 찾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Estella 알베르게 앞이다. 들어가서 자리 잡자 마자 샤워부터 한다. 더위를 어떻게던 버리기 위해...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 이번 순례길의 목표는 1일 1vino 였는데 더운 날씨에 Vino 보다는 맥주가 더 간절했다. 시원하고 상쾌한 목넘김이...

DSC_0896.JPG




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 de peregrinos de Estella

DSC_0911.JPG

숙박비 (유로) 6유로

침대형태 96bed/1방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No - 1회용 커버 제공(무료)

부엌/조리시설 Yes

화장실/샤워장 Yes (구분없음)

세탁기/건조기 Yes / Yes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가능

주변 편의시설 Elimentacion(식료품점), Supermercado(슈퍼마켓) 있다

Bar Yes

Restaurante Yes

박물관 등 No.

기타 정보

1) 공립알베르게로 오후 12시부터 개방

2)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3) 2층이 숙소이며, 빨래는 1층 외부에서 해야 함.

4) 등산화또는 외부 신발은 침실 외부에 보관해야 함.

5) 주변 Bar 및 레스토랑은 스페인어 및 영어가 표기되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