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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이라체의 붉은 물, 와인수도원

Camino de Santiago : 그리움의 프랑스길

Camino De Santiago - 8일차 ( Estella - Los Arcos )


출발지역 Estella

도착지역 Los Arcos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판초우의, 그리고 휴식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1.3 km(21.km) / 6.5시간

주요지점 Estella ~ Ayegui - Irache - Azqueta -Villamayor de Monjardín - Los Arcos

자치주 Navarra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이 잠이 들었었다. 9시가 넘어서도 지지않는 해의 기운이 새벽까지 이어지다보니 열대야의 열기와 침대 간격이 좁아 사람들의 온기가 고스란히 더해져 전해져 오다보니 늦은 저녁에도 덥기만하다. 다음에 온다면 다른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게한 첫번째 공립알베르게이다.


오늘도 6시가 조금 넘어서 알베르게를 나섰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다니는것은 좋지만 사진을 찍으려는 나한테는 그닥 좋지 않은 상황이다.빛이 부족하여 사진으로 무엇인가 남기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각대마저 없으니 더욱 그렇다. 마을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따라가다 표시를 잃어버려 조금 헤매였다. 새벽이라도 완연하게 밝은 날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노란색 화살표가 안보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오늘이 그런날이다. 뒤돌아 내려가서 주변을 살핀후에야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노란색화살표를 찾았다.


Estella 끝자락에 Ayegui 마을로 접어 들었다. 여기에는 순례길 표시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알베르게표시와 같이 있는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그대로 직진해서 걷는 순례자도 있다. 고민끝에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안내표시가 붙어 있어 확인해보니 어느길로 가도 상관없는 갈림길이다. 이곳 알베르게에서는 100km 인증서를 수여한다고 한다. 실제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는 120여 키로가 넘지만 론세스바예스를 기점으로하면 Ayegui가 100km되는 지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첫 100km 완주 인증서를 이곳에서 주어지는데 너무 이른시간에 나서다 보니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새벽에 나오면 좋은점이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것이라면, 단점은 그외 경험에 있어 제한을 받는것이 많다라는 점이다.


순례길을 떠나오기전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중에 하나가 도로옆 수도원에서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물병에 받아서 갔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고, 필히 들러야할 곳으로 얘기를 해주던 곳이다. 순례길에 들어서서도 언제 그곳을 만날지 상상을 해왔는데 오늘에서야 만났다.


"Fuente del Vino, Bodegas Irache"


Monastery of Santa Maria de Irache 수도원 건너편 와이너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듯하다. 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오전 7시 정도에 도착했을때에도 철문이 열려있었고 순례자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수도꼭지가 2개이고 왼쪽에는 와인이, 오른쪽에는 물이 나온다. 그리고 맞은 편에는 자판기가 있는데 안주거리(?)와 생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순례자들이 신기한듯 너도나도 줄을 서서 한 모금씩 맛을 보고 있고 우리 일행도 기대감을 가지고 순서를 기다렸다.


우리 순서가 되어서야 입으로, 아니면 작은 물병에 담아 이른 새벽부터 음주(?)를 하기 시작했다. 탄닌이 느껴지는 가벼운 맛이다. 순례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한때는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물병 가득히 와인을 담아가서 마시고는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져가지 못하도록 제한을 했다는 얘기도 순례길통신을 통해 들었었다.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내가 짜증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음미만하고 이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 하고 붉은물을 아낌없이 순례자들에게 주는 이라체 와인농장을 떠나왔다.



새벽에 나오면서 좋은 점이 하나더 있다면 멋진 일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낮은 구릉이 있어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수 없지만 나름 붉은 기운이 가득한 태양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길에 뒤돌아 보지 않으면 이마저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계속 서쪽으로 걷기 때문에...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우리는 앞만보고 걷는 성향을 보인다. 관성의 법칙처럼 그냥 앞만 보고 걷는다. 때로는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미쳐 보지 못했던 풍경과 마주할때도 있고,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지 되새길수도 있다. 그리고 줄지어 걸어오는 순례자들의 모습에 한없는 존경과 그 동반자가 많이 있음에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걷고 있음에 안도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 간다.


순례길을 걷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에 흔적을 남겨놓고 간다. 표시석위헤 신발을 올려놓기도 하고, 어느곳에 돌탑을 쌓아놓기도 한다. 아니며 어제처럼 철조망에 십자가를 만들거나 순례길위에 다음에 올 순례자를 위해 돌을 가지런히 정렬하여 화살표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여기에는 순례자들의 이야기가 베어 있다. 우리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돌을 하나 올려놓을때도 있다. 나는 북쪽길에서 십자가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철조망에 달아 놓은 적도 있었다. 나름 순례길에 내 이야기를 걸어놓은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 찾아가고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


가기고 있는 마음은 각자 다르겠지만 걷는 동안에는 같은 마음일듯 싶다. 여기서 무언가를 찾기도 하고, 무언가를 내려놓기도 하고, 무엇을 기원하기도하고.. 그렇기에 힘들어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끌고 가면서 이길을 가는것이니...



낮은 언덕길이 반복되는 Manjardin가는 길에 외떨어진 건물이 있어 궁금해 갔더니 우물이였다. 물이 고여있고 이를 취수할 수있도록 계단으로 내려가게끔 되어 있다. 신기하여 한참을 들여다보다 밖으로 나오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들 한참 앞서서 걷고 있다.


'이런... 간다고 얘기좀 해주지...'


혼자 타박타박 걸어 일행들을 따라나섰다. 여기는 혼자와야 편한 길인가라는 생각이 다시금 일어나는 순간이다.



Manjardin 이후부터는 낮은 야산이 보이기는 하지만 평원을 가로질러 간다. Los Arcos까지 더이상 마을이 없는 구간이다. 오전 9시가 넘어서면 햇빛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3시 전후로 가장 기온이 높게 올라간다. 한낮에 기온은 33~35도 사이를 오가는 날이 많아졌다. 6월 이지만 이곳은 여름 시즌이다.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나무그늘뿐이며, 이러한 길을 한 두 시간 걷다보면 지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마을이 없다는것은 쉬어갈만한 장소나 Bar같은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데 어찌되었던 견디며 걸어야 했다. 가끔은 다행스럽게도 들판 한가운데 푸드트럭같은것이 존재할때도 있다. 그러면 순례자들은 약속이나 한것처럼 하나둘씩 그곳을 들렸고, 앞서간 순례자들은 뒷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털고 의자를 비워준다.


일행들은 당연하게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쉬어가야 할 시간이다. 양말을 벗고 달궈진 발을 식혀야만 했다. 여기서 마시는 Cafe con leche는 생명수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을것같은 이곳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옛 조선의 길에서 주막을 만났다면 이렇게 반가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힘들때 쉬어가는 곳! 사람들이 옹기종기모여 얘기를 풀어내는 사랑방 !'


까미노통신은 이렇게 서로의 얘기를 길의 얘기를 전달하겠지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여기서 5km 정도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Los Arcos이다. 새벽에 출발하다 보니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오후 12시 전후로 도착한다. 쉬어가는 시간이 많으면 1시 넘어서 도착하지만 그렇지 않고 서둘러 걸으면 12시 전에는 어김없이 도착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공립알베르게를 들어갈때도 여유가 있었다. 베드 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좀더 여유롭게 나서서 오후 3시 전후로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덥지만 않다면...



이번 순례길을 걸으면서 일행들에게 말한 것중에 하나가 숙소는 1차로 공립알베르게를 사용한다는 거였다. 공립알베르게에 자리가 없거나 사정이 안좋을 경우에만 사립알베르게에서 머물다 가는것으로 약속했다. 사람들은 공립알베르게가 시설이 떨어지고 드럽고, 베드버그가 창궐하는 장소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오래전에는 그럴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공립알베르게는 시설 개선을 해놓아 좋은 곳이 많다. 그리고 강력하게 공립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중 하나가 순례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사사로운 이벤트와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립은 이런 사람사는 분위기를 만날 수가 없어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립이 조금 싼것은 덤으로 얻는 이익이다.

알베르게에서 만난 고양이..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먹을것을 달란다. 다음날 아침에 아낌없이 참치캔 하나를 이녀석한테 주었다.

일찍 도착하니 여유로웠다. 점심식사도 근처 바에서 식사하고 둘러볼 만큼의 시간이 충분했다. 오랜만에 밥이라는것을 맛보고 싶어 치킨 빠에야를 주문했고, 다른 일행도 빠에야 또는 파스타를 주문하고 같이 식사를 했다. 재미있는것은 Bar나 레스토랑에 빠에야관련 메뉴판 이미지가 다른지역의 것과 같다는 점이다. 들은 얘기지만 이런 메뉴판을 설치한 곳은 자체적으로 조리하기보다 반가공제품을 받아다가 데워서 내놓는 음식이라고 한다.


다음 마을에서는 빠에야 주문할때 동일한 메뉴판을 가진 식당은 가지 말야야 겠다.

로스 아르코스 성당 내부의 모습, 화려함과 금속 세공의 문양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덧붙임...


공립알베르게던 사립알베르게던 입구 옆에 보면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다양한 정보가 붙어 있다.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종류(예를 들어 WiFi, 자판기, 맥주나 와인 판매여부), 트랜스퍼회사 안내, 주변 관광지 안내도, 지역에 운행하는 버스나 기차시간표, 주변추천식당 등 다양한 정보가 있다. 아무리 스페인어를 모른다 하더라도 영어와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얼추 유추하여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찬찬히 보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이런 안내판 주변에 기부또는 두고간 물품이나 책이 쌓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가져가도 되고 내가 내놓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이곳에 두면 된다. 내가 필요없는 물품이라도 다른 순례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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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 de peregrinos Isaac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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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유로) 6유로

침대형태 70bed/1방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No - 1회용 커버 제공(무료)

부엌/조리시설 Yes

화장실/샤워장 Yes (구분)

세탁기/건조기 Yes / Yes(유료)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가능

주변 편의시설 Elimentacion(식료품점), Supermercado(슈퍼마켓) 있다

Bar Yes

Restaurante Yes

박물관 등 No.

기타 정보

1) 공립알베르게로 오후 13시부터 개방

2)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3) 2층이 숙소이며, 빨래는 1층 외부에서 해야 함.

4) 등산화또는 외부 신발은 1층에 보관해야 함.

5) 주변 Bar 및 레스토랑은 스페인어 및 영어가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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