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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타파스의 도시, 그러나 어긋난 미식의 도시

Camino de Santiago : 그리움의 프랑스길

Camino De Santiago - 9일차 ( Los Arcos - Logroño)


출발지역 Los Arcos

도착지역 Logroño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판초우의, 그리고 휴식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7.6 km(27.6km) / 8시간

주요지점 Los Arcos ~ Sansol ~Tores del Rio ~ Viana ~ Logroño

자치주 Navarra / La Rioja



6월 말로 접어들면서 낮에 온도는 점점 더 올라갔다. 한낮을 피해서 걸었으면 좋겠다는 쪼리신이 제안을 한 것도 이시점이다. 피부가 약해 낮에는 건조해지기 때문에 불편하다는것이 주된 이유였다. 다른 사람들도 나름 더운 날씨가 부담되었는지 쉽게 동의를 하였다. 나만 제외하고...


난 그닥 일찍 나가는것이 싫었다. 더운것은 견딜 수 있지만 이른 새벽에 순례길을 나서면 어둡다보니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쪽길에서도 이미 경험했던 터라 덥더라도 7시 전후로 알베르게를 나서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내뜻대로 모두 할 수 없으니 동행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벽부터 길을 나서기로 했다.


Los Arcos에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바로 길을 나섰다. 아침식사는 순례길 중간에 있을 마을의 Bar에 들리기로 했다. 전날 슈퍼마켓에 들려 먹을거리를 준비했으면 Bar에 들릴 필요는 없지만, 배낭이 무거워지는것도 그렇고 화장실을 들려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 동행자들은 Bar를 고집했다. 너무나 편하게만 순례길을 대하는 모습이 그닥 나한테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것, 편한것만을 찾으면서 순례길을 걷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니 좋은 점이라면 시원하고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점점 산지보다는 들판이 많이 보이고 가로수조차 보이지 않으니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Los Arcos 알베르게를 출발하면서 동행자들이 갈리기 시작했다. 나와 테스, 동규가 앞장서서 걷기시작했고, 쪼리신과 바다바람님은 뒤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Logrono까지 걸어야할 거리가 29km로 생장에서 출발한 이래 가장 긴 구간이다보니 서둘러서 걸어야만 바램대로 덥지 않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빠른 걸음으로 순례길을 걸었다. Logrono까지는 마을이 많지 않았다. 처음 만난 언덕에 자리잡은 Sansol이 처음 접하는 마을이다. 그리고 바로 아래 붙어 있는것처럼 보이는 Torres del Rio가 지척에 보였다.


Sansol에 도착해서도 뒤쳐진 일행들이 도착할때까지 10여분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Bar가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진한 Cafe solo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순례길은 한국의 둘레길과는 달리 정해진 코스나 구간이라는 개념이 없다. 오로지 자기가 정한 일정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힘들면 조금씩 나누어 걸어가면 된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30에서 40km를 걷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법으로 걸으면 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외국의 가이드북이나 안내자료에는 적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일정을 정해준 자료가 많은데 대부분 대도시나 종교적 이유가 있는 도시를 쉬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로그로뇨가는 길도 마찬가지 이다. 그 사이에 작은 도시가 있지만 쉬어가기에 애매하거나 의미가 적은 곳이기 때문에 간혹 길어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순례길에서 남을 의식하여 빨리 걸을 필요도 없고 천천히 걸어 긴 일정으로 걷는다고해서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이곳은 기록을 위해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례길에서는 어느 도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풍경이 있고, 어떤 맛있는 음식이 있는지 그리고 어디서 Sello를 받을 수 있는지 등 무엇을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순례길을 걷는것은 이를 위한 루트일 뿐이다. 가끔 보이는 비석과 돌무덤에 쌓여있는 돌과 각각의 의미가 담긴 글귀가 순례길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내가 이를 만남으로써 순례길의 의미를 찾는것이라 생각한다.



Sansol에서 같이 출발했지만 결국 쪼리신과 바다바람님은 다시 뒤로 쳐졌다. 같이 걷자고해도 각자의 생각이 완고하다 보니 더이상 얘기하는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그냥 걷다가 목적지에서 같이 만나는것이 중요할 뿐이다. 로그로뇨까지 가는 구간은 무척 건조했다. 도로옆 길 보다 오솔길과 박석이 깔린 옛길의 모습이지만 그늘을 만들어줄 키 큰 나무가 없어 잡풀만 무성한 사막처럼 보였다. 그런 곳에도 앞뒤로 순례자들은 끊임없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 Buen Camino!"


자연스럽게 나오는 인사말이지만 다른 동행들은 아직 어색한가 보다. 그냥 미소로 답할 뿐이다. 오전 10시 반 쯤 되어서 우리는 Viana에 다다랐다. 이른 아침부터 걸었던 탓에 배도 고프고 목이 말라 뒤쳐진 일행도 기다릴겸 Viana 성당 옆 Bar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차가운 얼음위에 레몬을 띄운 콜라 한 잔과 Tortilla 한 조각을 주문했다. 어제 슈퍼마켓에서 사가져온 남은 빵과 함께 점심식사를 대신했다. 성당 아래 골목을 따라 부르는 바람에 땀을 식혀주었다. 성당 앞을 지나는 순례자들은 많지만 뒤쳐졌던 쪼리신과 바람님은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전화로 통화하려고 하지만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전화마저 안되었다.


걱정이 깊어갈 즈음 30분이 더 지나서야 두 사람이 나타났다. 쪼리신이 발이 아파 더디게 걸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이상 걷기 힘들어 여기서 버스나 택시타고 가겠다고 한다. 우리마저 이곳에 머물 수 없으니 혼자 버스타고 오라고 안내해주고 우리는 바람님과 함께 마지막 10km를 걸어가기로 했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햇볕은 오후를 넘어가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길에서 해를 피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스러운것은 육교 건너 보이는 소나무숲이다. 그사이로 걸어가야 하니 뜨거워진 배낭과 모자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는 다른 순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우리보다 앞서가더니 더는 없는가 보다. 대신 우리가 길을 헤매지 말라고 길위헤 자갈로 화살표를 만들어둔 것을 보면서 안심하며 한발 한발 내디뎠다. 더위를 피하려고 새벽부터 나섰지만 완전하게 뜨거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뜨거움 속에서 가장 반가운것은 그늘과 작은 Bar나 길거리에 있는 매점이다. 로그로뇨에 들어서기전 만난 작은 매점은 기쁨 그자체였다. 시원한 콜라와 달달한 체리가 그렇게 고맙고 반가울수가 없었다. 순례길에는 이러한 작은 기쁨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긴 거리를 힘들더라도 완주할 수 있다. 그리고 동행이 있다면 서로의 격려와 대화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같이 걷기 전에는 모른다.


로그로뇨에서 느낄 기쁨은 Tapas바가 많은 미식의 도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며, 꼭 즐겁게 맛볼 수 있을거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고 알베르게에서 자리를 잡고 뒤쳐진 쪼리신을 기다리면서 모든 기대가 부서져 버렸다. 발이 아프다고 그냥 알베르게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하자고 한다. 타파스거리까지는 10여 분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를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니 다른 일행마저도 가까운곳에서 식사하겠다고 한다.


기대했던 미식의 도시에서 누릴 기쁨은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나름 좀더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싶었지만 일행들은 그것보다 편하게 쉬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 혼자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깊은 고민을 했던 하루였다.



덧붙임....


공립알베르게에 들어서면 한 켠에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놓은 자리가 있다. 여기에는 옷, 책, 스티이나 지팡이, 심지어 건전지에 신발까지 두고 가는 순례자들이 많다. 그냥 버리기 보다 필요한 순례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모아두는 것이다. 로그로뇨 알베르게에는 책이 많이 놓여져 있었는데 한국어로된 책이 몇 권 있었다. 테스님이 저녁때마다 심심하다고해서 여행관련 책이 있어 애기했더니 마음에 든다고 이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두툼한 여행관련 책을 들고 가겠다고하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배낭이 무거워 다른 짐이나 빵조차도 들고 가지 않던 분인데... 다른 일행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것 외에는 더 들고가지 않았고 이제는 배낭 트랜스퍼 서비스를 이용한다.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배낭무게에 꽤나 민감하게 생각한다. 자기몸무게의 10%이내로 지고 가야 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 그 무게에 맞추기위해 진정 필요한 것들을 포기하는 경우도 보았다.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DSLR 카메라는 꽤나 중요한 물건이다. 이를 가져간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미친짓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응원하고 좋은 사진 찍으세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자기한테 필요하고 중요한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무게를 줄이고 여기를 온다면 그사람은 행복할까?


그 무게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순례자라면 배낭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다. 감당할 수 있는 것이고, 삶의 무게에 비하면 이또한 가볍기만 하다. 무게가 늘어나더라도 짊어질 수 있을텐데 하지않는 것은 미리 포기해서가 아닐까? 편하게 살고 편하게 가고 싶고, 그렇게 사는 사람이라면 자기 인생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어려움이 다가와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헤쳐나가기보다는...


순레길에서는 정답이란 없다. 배낭 무게를 최소한으로 해야한다는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저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테스님은 배낭무게 때문에 새로산 카메라와 렌즈를 두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순레길걷는 동안 계속 후회하고 있었다.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없기에...




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 de peregrinos de Logroño

숙박비 (유로) 7유로

침대형태 88bed/1방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No - 1회용 커버 제공(무료)

부엌/조리시설 Yes

화장실/샤워장 Yes (구분)

세탁기/건조기 Yes / Yes(유료)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가능

주변 편의시설 중국인마트가 있어 한국라면 및 장류 구매 가능, Supermercado(슈퍼마켓) 있다

Bar Yes (타파스 거리, 100년 식당 등 먹거리 풍성)

Restaurante Yes

박물관 등 로그로뇨성당은 권장

기타 정보

1) 공립알베르게로 오후 13시부터 개방

2)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3) 크레덴시알발급 가능 - 2유로 별도

4) 1층 마당에 족욕 가능 함. 여름에는 좀 더운 편이다.

5) 주변 Bar 및 레스토랑은 스페인어 및 영어가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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