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일차, 녹색의 평원이 유지되는 이유-실핏줄같은 수로

Camino de Santiago : 그리움의 프랑스길

Camino De Santiago - 18일차 (Castrojeriz - Frómista )


출발지역 Castrojeriz

도착지역 Frómista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그리고 휴식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4.7 km (25.3 km) / 7.5시간

주요지점 Castrojeriz ~ Itero de la vega ~ Boadilla del Camino ~ Frómista

자치주 Burgos y Leon



메세타 평원의 날씨는 묘하다. 아침에는 가을 날씨처럼 싸늘하지만 해가 떠오를때면 뜨겁다 못해 몸이 데워져 열기를 내뿜는다. 게다가 지대의 차이가 있는 곳에는 높은 곳과 낮은곳의 기온이 확연히 다르게 감지할 정도로 기온 차이가 난다.


Castrojeliz에서는 여성 3분 일행이 먼저 출발했다. 좀더 시원할때 길을 나서겠다고 5시 출발한다고 한다. 그렇게 일찍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지만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출발하라고 하고 나와 바다바람님만 좀더 잠을 청하고 6시 넘어서 출발했다. 어두움이 가시고 동트기 시작할 무렵이라 헤드랜턴도 필요없었다. 신기한것은 어둡지만 회백색깔을 띤 길은 하얀 횟가루를 뿌린것처럼 잘 보였다. 알베르게를 나서서 얼마되지 않아 산이 가로막혀 있고 그 사이로 점차 언덕위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얼추 보아도 꽤나 높아 보이는 산아닌 산처럼 보이는 언덕을 올라서야 했다. 그사이 차가웠던 공기는 점차 미지근해지더니 따스한 공기층으로 바뀌었다. 가파르지 않지만 2km 정도를 끊임없이 올라서야 한다는것 자체가 힘들었다.


조용하고 어둠속에 마을 불빛만 보였다. 걸어오는 순례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끔 눈인사만 했던 작은 체구의 외국인 여자만 만났을 뿐이다.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였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순례길풍경은 반복되지 않았다.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때로는 위압감을 주며 질리게하기도하고, 때로는 땅에 그려진 추상화처럼 음미하고 저 길을 걷고싶게 만든다. 오늘은 후자에 가깝다. 끝없이 펼쳐진 길을 마냥 걷고 싶었다. 바다바람님도 비슷한 생각이였을까? 서로 보조 맞추며 찬찬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서 만나는 강은 하나같이 깊게 패인 골짜기 사이를 흐르는듯한 모습이다. 그위로 바위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다. 작은 규모도 아닌 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고 높은 다리이다. 여기 Rio Pisuerga 옆에 'San Nicolas de Puente Fitero' 라는 작은 성당이 있다.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기웃거리며 훝어 보기도 하고 실내로 들어가 무언가 하는것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서니 이곳에서도 Sello를 받고 있었다. 앞서간 여자 2명은 여기서 sello를 받았는지 궁금해졌다. 나름 독특한 문양인데..


폐허가된 교회터를 이탈리아 수도회인 성 야고보 형제회 사람들이 복구하여 작은 알베르게 대피소 겸 교회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공립알베르게 중에 교구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이처럼 신도들이 건물을 수리하고 복원하여 알베르게로 운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테이블 앞에 과자도 놓여 있고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라는 듯이 연신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그냥 지나치기 보다 10분의 여유를 가지고 들려서서 쉬어가는것도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된다. 여기서는 모든 행동이 추억이자 새로운 경험이다.



Rio Pisuerga위 다리에는 좀 더 많은 순례자들이 보였다. 다리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리를 내려다보며 쉬어간다. 나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신기하여 카메라를 들고 순례자들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편한 얼굴, 나름 재미난 액션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을 찍는 나, 찍히는 그 사람들 모두가 한바탕 웃음으로 즐겁기만 하다.


Itero de la Vega를 지나면서 너른 평원이 이어진다. 신기할정도로 주변에 강이라고는 막 건너온 Rio Pisuerga 뿐인데 저 멀리 보이는 들판이 모두다 푸른색을 띄우고 있다. 어디서 물을 끌어다 쓰는지 궁금하기만했다. 다시 밀밭으로 바뀐 풍경은 황금빛 벌판이다. 간간히 푸른색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옥수수인지 어는 작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메세타평원 어디쯤에는 해바라기꽃으로 가득한 평원이 있다는 말에 이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노란 해바라기가 가득한 평원이라니 상상만해도 다시 오고 싶어졌다.



푸른 농작물이 자라는 이곳, 이렇게 만들어질 수 이유는 다음 마을에 다다를 때쯤 알게 되었다. 들판 사이로 수로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쉴새없이 물이 흐르고 뚫린 수로를 따라 흘렀다. 그리고 그 물줄기은 농작물 위로 생명수가 되어 떨어졌고, 농작물은 싱싱한 푸른잎이 자라 들판을 뒤없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파란 들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작은 천을 덧대어 만든 옛 밥상보처럼 보일것 같다. Boadilla del camino를 지나면서 거대한 운하를 만났다. 그옆에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하천 옆 큰나무를 심어 풍치림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일렬로 큰 나무들이 서있다. 그 아래 그늘이 만들어져 어느때보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더울 놀라운 것은 Promista에 다다르면서 만난 운하였다. 높이차이가 나는 이곳에 중세에 만들어진 까스티야 운하가 자리하고 있다. 좁은 계곡 사이에 돌을 쌓아 만든 운하가 신기하게 보였다. 호기심에 나는 아래쪽으로 내려섰다. 일행은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를 둘러보는것보다 빨리 숙소앞에서 쉬고 싶은 모양이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찬찬히 감상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깊숙히 담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오래 머물면서 운하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때로는 길을 걷는 것보다 길에서 만나는 성당과, 사람, 자연풍경, 다리나 운하와 같은 건축물이 더 감명깊고 무언의 메세지를 보낸다.


" 넌 이것을 보지 않으면 후회할꺼야. 왜냐면 다시 볼 수 없을테니까, 조금 늦더라도 나를 보고가!!"




까스띠야 운하를 마음껏 둘러보고 다시 순례길위로 접어드니 혼자가 되었다. 그래도 마음은 흐믓하고 미소를 머금으며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목마름은 지나가다 슈퍼마켓에 들려 음료를 마시며 갈증을 풀고 여유로운 길을 마무리 지었다. 오늘도 난 나름 성공했다. 일행들과 갈등도 없었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충족했으니... 이렇게 작은 기쁨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는 곳이 여기다.



덧붙임...


프로미스타 알베르게는 1시 이후에 문을 열었다. 밖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 알베르게에 들어섰다. 두터운 나무 창문을 잠근 상태라 실내는 어두웠다. 하지만 에어콘이 없어도 나름 시원했다. 식사때가 되가니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이곳에 유명한 양고기 식당이 있다고 한다. 나야 고기를 좋아하니 머뭇거릴것 없이 찬성했고, 뉴질래드에서 여성분도 좋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다른 메뉴를 찾을 수 없었는지 순순히 따라나섰다. 알베르게 오스피탈레로가 소개해준 식당을 찾아 마을로 나섰다. 조금 외곽에 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닌 5시 정도 찾아가서 인지 손님이라고는 우리 뿐이다. 전세 낸듯 우리만에 만찬을 즐겼다. 자기스타일에 맞게 양고기 또는 해산물로 식사를 했다. 거금 18유로를 주고 보낸 만찬이다.


지금껏 내가 순례길 식당에서 쓴 돈에 3배 가까운 돈을 한끼 식사로 기꺼이 지불했다. 먹는것도 즐거움이자 순례길에서 경험할 부분이니까,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음식만 찾는것을 이해할 수 없는 나이기에 이런 만찬을 진작 경험하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순례길도 어느덧 중반으로 들어섰다. 순례길을 느끼는 것은 길만 걷는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그곳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당을 들려 미사를 보지 않더라도 성당에서 쉬어가는 것도 순례길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다. 산티아고에 다다를 때까지 이렇게 즐겁기만을 기원해 본다.




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 de peregrinos de Frómista

DSC_2510.JPG
DSC_2512.JPG

숙박비 (유로) 8유로

침대형태 56 bed/1방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Yes - 1회용 시트 없음

부엌/조리시설 Yes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화장실/샤워장 Yes (구분없음)

세탁기/건조기 Yes / No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가능

주변 편의시설 Elimentacion(식료품점), Supermercado(슈퍼마켓) 있음

Bar Yes

Restaurante No

박물관 등 주변에 성당이 있음

기타 정보

1) 공립알베르게로 시설이 작은 편

2) 침실사이 공간이 좁으며, 여름에는 덥고, 창문을 열지 못하게 함.

3) 수로가 끝나는 부분에 운하가 있으며 아래쪽에서 보면 멋있음.

4) 주변에 양고기요리 잘하는 식당 있음 (Restaurante Villa de Fromista - 18유로)

5)프로미스타에서는 부르고스나 팔렌시아로 가는 버스만 있다.

DSC_2513.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