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국의 둘레길을 바꿀 수 있을까?

길에서 길을 말하다 15

지난 8월에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자문회의가 있었다. 걷기여행화성화를 위한 자문회의였다. 주요 골자는 그동안 확산되고 각 부처나 지자체별로 조성된 둘레길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역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게 만들것이냐는 것이였다.  나름에 전문가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했지만 과연 이렇게 둘레길활성화를 논의하는 이유가 정부를 위한것인지? 아니며 진정한 길여행자 또는 지역주민을 위한것인지 부분에 대하여 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지역주민과 시민을 위한것이라면 둘레길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또는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나 행정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을텐데 애써 정부 자체가 나서서 사업을 하려고 한다. 게다가 둘레길을 조성하고 관리하는데 법률이 과연 필요할지 여부도 그렇다. 일반 등산로와 달리 마을속에, 도시내에서 존재하는 둘레길도 많은데 이를 특별하게 관리하기 위해 법률을 만든다는것도 어색하다.  한국의 최장 둘레길을 조성한다면서 3면의 바다와 접한 곳을 위주로해서 코리아트레일을 개발할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홍보 및 마케팅, 스토리텔링 발굴 등 새롭게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을 진행할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둘레길이 없어서 발전을 못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지난 MB정부 녹색관광이라는 명목으로 각 부처가 동시 다발적으로 참여하여 조성한 둘레길이 500여개 이고 거리로만 따져도 16,000여 Km에 달한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하다 싶은지 코리아트레일을 더 구축한다고 한다. 과연 문광부가 이렇게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둘레길은 관광상품이기 이전에 문화이자 역사성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고 산지역이 많아 다른 부처와 연계를 하기 전까지 발전시키고 다듬어 나가기 어렵다. 그런데도 관광이나 여행이라는 부분을 확대하여 둘레길을 모두 총괄하려고 한다. 어느 한 부처에서 일괄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효율성이 있다는 것은 맞지만 과연 다른 부처에서 포기하거나 이관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공무원들이 나름에 자기 욕심이 가득하고 업무성과를 내세우기를 바라는데 이를 가져간다면 반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민간단체를 통해 부처간에 효율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둘레길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관리채널과 체계가 일원화되어야하고 둘레길 네트워크화를 시켜야한다. 지금의 둘레길은 지역별고 끊어져 있어 여타 지역의 둘레길로 걸어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코리아둘레길이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이 외곽으로만 돌려고는 하지 않는다. 내륙에 좋은 숲이 많고 아름다운 숲길이 더 많은데 과연 이를 배제하고 코리아둘레길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결국 앞서 말한대로 네트워크화 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부처간에 협력이던 지원하는 체계로 변화되어야 한다. 마케팅을 하고 홍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한답시고 쓰잘때기없느 이야기거리를 찾아 살이 붙이려는 작업은 지끔껏 해온것으로도 충분하다. 유명한 사람이 와서 걸어도 그뿐이다. 그저 시민들이, 길꾼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하루가 아닌 열흘이고 1년이고 걸을 수 있는 길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들이다. 짧게 보고 사업을 벌이려는 근시안적인 계획보다는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사람이 없어 버려진 길은 과감히 포기하여 관리비를 줄이는 방식의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민간단체가 나서서라도 없애고 좋은길만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길을 없애면 지방의 길이 죽는다고 하지만, 그것도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이다. 관리체계는 우리보다 선직국인 외국에서 보고 영감을 받으면 된다. 해외 둘레길연수를 간답시고 둘레길도 없는 호주를 가지말고 다녀왔다 하더라도 제대로 체계를 갖춘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을 가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통화를 통환 자문이였다.     

  한국의 둘레길은 변해야 한다. 미래를 보고 길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한반도내 둘레길은 좁지만 통일이 된 이후에는 유럽의 순례길 또는 랑도네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천천히 준비하고 의견을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는 민간단체를 키워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례길의 경제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