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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되새기는 여행, 양구 두타연길과 펀치볼 여행

길에서 길을 말하다 19

 지난 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걷기여행 축제를 찾아 갔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양구 DMZ평화바람길이라는 곳이다. 위치상으로는 두타연에 연결되 평화누리길 같은데 이름이 달라서 다른 코스인가 싶어 궁금증이 많았던 장소이다. 10여년 전에 양구 펀치볼에 둘레길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적이 있었다. 양구 해안면에서 1박2일로 펀치볼 둘레길을 다녀오고 마을 분들과 둘레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었고, 이후 비득안내소에서 출발하여 두타연까지 걷는 평화누리길을 따라 걸었을때가 두번째 양구와의 인연이였다. 그런 추억과 인연이 남은 곳을 다시 찾아갈 기회가 생겨 주저없이 신청하고 길을 나섰다.


  사전접수를 하려고하니 양구 펀치볼 시레기축제에 참여를 같이해야 한다고 한다. 개별로 신청없이 여행사를 통하여 신청을 해야만했다.   나름 혼자 또는 인솔해서 다니다가 홀로 여행사를 통해 떠나본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편한 기분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청역에 다다르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었다. 그중에 양구행 버스를 찾아 탑승하여 자리를 잡았다. 옆에 누군가 없다면 편할텐데라는 생각이 현실이 되어 너른 자리를 홀로 독차지하고 편하게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양구에 도착하여 이목대앞에 다다랐다. 안내 가이드는 우리에게 기념품으로 핫팩과 찐빵, 그리고 수저받침기념품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 아직 휴전상태임을 일깨우듯 군인들이 오가면서 우리들을 확인했고, 목에는 위치확인용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서울은 평화의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전방인 양구는 아직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서 평화롭게 거닐 수있는 날이 올지 궁금해졌다.


  이번 여행에서 소개하는 길은 평화바람길이라고하는데 실상은 소지섭길 일부와 평화누리길 일부를 왕복으로 걷는 코스였다. 또다른 코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길이름과 행사명칭을 붙인게 아닌가 싶다. 이목대를 시작으로 짧은 숲길을 지나니 커다란 물소리가 들려왔다. 계속에 북소리를 울리는 것처럼 우렁찰게 들리는 두타연 폭포의 물소리 였다. 저소리가 이토록 반갑게 느껴지는것은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두타연의 단풍을 보기위해 오려고 했지만 늦은 가을이 되어서야 찾아왔다. 그래도 산은 붉고 노란빛이 가득했고, 나뭇잎에 달린 잎들이 마지막 단풍이라고 흔들리고 있었다.


   걸어가던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옆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 한다. 두타연에서 좀더 올라가면 육로로 금강산에 갈 수있는 길이 나온다. 지금이야 철문으로 잠겨 있지만 언젠가는 풀릴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여기는 평화를 나누는 길이 되고 금강산까지 걸어가는 둘레길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두타연 계곡은 깊이 파여 물이 흐른다. 그 아래 여러 모양의 바위가 서있고 그위로 나무가 서있어 색깔을 달리 만든다.  물소리는 우렁차고 계곡에 계속 울렸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계곡 물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물소리가 좋아 사람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리에 걸으면서 이곳을 안내해주던 해설사가 우리와 동행했다. 끝까지 잘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홀로 다시 찾아온 평화누리길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따라가지를 못했다. 이곳 얘기를 들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단풍든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안전 펜스 너머 '지뢰'라는 글자는 익숙하지 않았다. 여기에 어울릴것 같지 않은 단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50년도 넘은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깊고 많이 남아 있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아물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두타연앞쪽에는 소지섭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소지섭이 출판한 사진집을 모티브로해서 만들어진 소지섭길에는 소지섭의 손을 본뜬 청동손이 달려 있다. 진짜 소지섭의 손은 아니지만 가장 소지섭을 닮은 손이라는것을 안다면 그냥 옆에서 사진만 찍지 않았을것이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해서 옆에 있던 안내 가이드에게만 살짝 얘기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두타연을 잇는 평화누리길은 너무나 편한 길이다. 너무나 편해서 밋밋할 수 있지만 단풍이나 꽃이 가득한 계절에 오면 이보다 편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편한 만큼 보이는 시야는 넓고 세세하게 볼 수 있다. 길이 거칠고 힘들면 보여지는 시야는 좁고 아래만 볼 뿐이다.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 단풍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은 여기 뿐일 것이다. 차가운 바람에 먼지가 없거 깨끗한 이곳은 한 두시간만에 둘러보라고 하는것 자체가 불만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왔다면 여기서 한참을 머물다 돌아갔을텐데 말이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버스로 40분을 달려 또다른 추억의 장소로 이동했다. 화채그릇처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펀치볼 마을. 양구군 해안면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어찌보면 화산화구 안에 마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 높은 산을 넘어가면 북녘땅이 마로 코앞에 펼쳐진다. 이번에는 을지 전망대까지 가는것이 아니라 펀치볼 시레기축제장으로 가는것이 마지막 일정이였다. 27일부터 28일까지 펼쳐졌던 시레기축제는 양구의 대표 농산물로 유명하다.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햇볓이 교차하면서 잘 마른 시레기를 길러내기 때문일것이다.


   축제 중앙에는 흥겨운 공연이 게속되었고, 주변은 장터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둘러보거나 먹을것을 찾아 다녔다. 특히 무료체험할 수 있는 이북음식체험장이 가장 길게 사람들이 줄서 있다. 일단 배고픔을 채우기위해 받은 5천원짜리 상품권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둘러보았다. 역시나 시레기와 연관된 조형물과 농산물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날 축제의 하일라이트는 송대관의 출연과 생시레기 수확축제였을 것이다. 어른들이 체험장으로 달려가듯 가서 줄서서 봉투를 받아 든다. 그리고 쏜살같이 밭으로 달려가 주저 앉아 무청을 잘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봉투에 담는다. 기껏해야 5kg밖에 못가져 간다고 하는데도 어떻게던 더 가져가려고 노력을 한다. 그 들의 얼굴은 힘든 기색없이 즐겁게만 보였다. 좀금 힘들면 어쩌랴, 내 가족을 위해 싱싱한 무청을 잘라내어 말리기하는 수고를 하여도 맛나게 먹일 수만 있다면 이정도 고생은 할 수있다는 표정이다. 


  이곳을 둘러보니 시레기용 무가 심어진 밭이 무척이나 넓었다. 예전에 양구를 왔을때도 기념품으로 받았던 시레기가 생각이 났다. 부모님께 가져다 드렸던 그 시레기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양구 어느 마을에서 맛보았던 시레기 고등어 조림도 떠올랐다. 어느 좋은 날에 양구에 있는 둘레길에 들려 시레기밥을 맛보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축제장을 나섰다.



 추억은 되새길때만 좋은것이 아니다. 그 추억을 따라 다시 찾아가 보는것도 더한 즐거움이다. 오늘 양구여행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이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여행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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