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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호선 어디서 끝나는지 아니?

길위에 해설여행 - 도시 여행기 2

천국과 지옥을 오간 15분...


   논산에서 생각지못한 1박을 하게 되었다.  다행인건 요즘 시국이 복잡하다 보니 여행객이 적어 숙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하룻밤 그저 따신 방에서 잘수만 있다면 어떤 곳이라고 괜찮다. 내여행성향은 숙소는 상관없지만 볼거리, 먹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촉사가 있기에 일찍 일어나자 마자 관촉사로 향했다. 1호선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이번 여행은 '1호선 타고가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바뀐이상 어디들 가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책에서만 봐왔던 가분수 미륵보살상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관촉사로 향했다.


  이른 아침, 차가운 공기가 감싸고 있지만 추운 겨울날과 다른 차가움이다. 시원함에 가까운 싸늘함. 마음이 상쾌해진다. 기분 좋게 일주문을 지나 잠시 화장실을 들렸다가 관촉사 대웅전앞에 다다랐다. 정면에는 대웅보전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은진미륵불이 커다란 눈망울로 마당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거대한 얼굴이 모아이석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논산의 옛 지명이름이 은진마을 이란다. 그래서 이곳에 세워진 미륵불상이 은진미륵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높이가 17m가 넘는 거대한 돌을 이용하여 불상을 만든 노력이 대단한데 여기에는 은진미륵을 세운 전설이 따로 있다고 한다.  불상을 세운 후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불상을 씻어주고 불상의 미간에서 발한 빛이 세상을 비추었다고 한다. 이 신기한 빛을 보고 좇아온 중국의 승려 지안(智眼)이 불빛이 촛불처럼 밝다고 하여 사찰이름을 '관촉사'라고 지어주었다고 한다.


  가분수에 비율이 맞지 않은 불상은 여기가 처음이 아닌듯했다. 어디선가 비슷한 것을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찬찬히 생각하다가 부여의 대조사에 갔을때 비례가 맞지 않은 불상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은진미륵을 따라해서 만든게 아닐까 싶다. 

부여 대조사의 석조미륵보살상

가슴에 행복감을 충분하게 채우고 관촉사를 나왔다. 그리고 차에 도착할 즈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찾으니 아불싸, 휴대폰이 없어졌다. 


"오 이런, 어찌된거지? 어디서 떨어진거지? 차에 두었나? " 


 황당함 그자체였다. 불행히도 차안에서도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 순간 무언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안에 있는 연락처와 문자내용, 폰뱅킹 등등... 분실했다면 다시 무언가 정리하고 찾아야 할게 너무나 많았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찾아보기로 했다. 관촉사로 가려면 200여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그 계단을 순식간에 밟고 올라갔다. 긴장하고 긴급한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힘이 솟는다던데 내가 그런 상황이 마주하니 그 계단도 숙식간에 올라섰나 보다. 예불을 드리고 있는 법당안과 밖을 찬찬히 찾아봐도 휴대폰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찰 총무를 보시는 분에게 부탁하여 전화를 거니 신호는 간다. 꺼져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여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왔다갔다하며 찾을수가 없어 포기하려고 했다. 당장 휴대폰이 없으니 1번 국도를 찾아 올라가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다. 무얼해야 할지 진정 멘탈붕괴이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차주변을 서성였다. 그대로 올라가자니 뭔가 찜찜하고.. 계속 기다려도 찾을 방법을 모르겠고... 마지막이다 싶어 관촉사를 찾아온 남성 분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다시 한 번 통화를 시도했다. 누군가 받기를 바라면서... 2번째 전화를 거니 진짜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 매표소 직원이란다. 당장 찾아가겠다고 하고 관촉사 매표소로 뛰어갔다. 다시 기쁨이 솟구쳐 올랐다. 저절로 웃음이 피어나 소리를 질렀다. 매표소에서 휴대폰을 찾아들고 어디서 찾았냐고 물어보니 화장실에 떨어진것을 관람객이 찾아서 매표소에 맡겨두고 갔다고 한다.


  기쁜 마음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휴대폰을 찾아들고 내려왔다. 내려가는 동안 휴대폰을 빌려주었던 남성분이 찾았냐고 물어본다. 네 덕분에 찾았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기쁠 수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기분이 이런거구나라고 확실하게 깨달았다.


  "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가치를 안다."


  이번 상황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 이다. 이를 깨닥게 하기위해 날 관촉사로, 이런 시험에 빠지게 했나보다.


  

   다시 샛길로 빠지다 - 돈암서원(遯巖書院)

 

  들뜬 마음을 부여잡고 1호선 국도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논산시 경계를 벗어날 즈음 '돈암서원'이라는 표시판이 보였다. 관촉사를 나온지 불과 20분도 되지 않았는데 들렸다가야 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1호선을 벗어나버렸다. 서원이라는 곳을 몇 번 본적이 없다보니 궁금해졌다. 향교의 배치를 알고나니 서원의 배치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알게되니 보여지는 부분도 달라져 비교하고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찬찬히 걸어서 돈암서원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만나는 것은 서원의 관문 역할을 하는 홍살문이 반겨주었다. 그옆에는 향교에서 보아왔던 하마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서원 삼문을 들어서기 전에 2층의 누각이 보였다. 아마도 여기서 강학을 했을 곳으로 추측이 된다. 삼문을 들어서니 신도가 보이지 않는다. 좌우에 동재와 서재가 있고 정면에 사당은 뒤편에 놓여 있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들이 존재했다. 향교가 건물 배치에 있어 정석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여기 돈암서원은 조금은 벗어난 자유로움이 보였다. 다른 서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누각 정면에 서서 서원을 바라보니 평온해 보였다. 산자락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정면의 파사드가 점잖게 보였다.  그 느낌을 가지고 서원을 둘러보았다.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리라. 의도하지 않은, 얘기치 않은 사건을 통한 즐거움...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어간다. 슬슬 배가 고프니 식당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차로 이동하여 1호선에 올라탔다.



도시를 벗어나는 국도 1호선

  

  논산시를 지나자 계룡시와 세종시가  눈에 들어온다. 1호선 국도는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여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오산에 들어서기 전까지 거의 도심 외곽을 돌아나가도록 되어있었다. 도로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역할을 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일텐데 요즘의 도로는 도시를 잇는다기 보다 빗겨나가 쏜살같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과연 이렇게 도로를 만들게 맞는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도심을 지나가다보면 사람들이 내려서 쉬어가던 밥을 먹던 머무는 행동을 할텐데 지금에 도로체계에서는 도심접근을 원천봉쇄할 따름이다. 일부러 찾아들어가기 전까지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차가 막힌다 한들 얼마나 막힐까? 우회도로로 간다하여 얼마나 빨리 갈까? 빨리 가면 어디로 가기위해 빨리 가는 걸까? 결국 고속화된 도로는 시작과 끝지점만 좋은 게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을 다녀봐도 넓은 땅덩어리가 가지고 있지만 우회도로보다는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도로가 거의 대부분이다. 여유롭게 도시와 도시을 지나간다. 예전 스페인 순례길을 갔을때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피스테레라는 곳을 갈때 거리상 90km정도 안되는데 버스는 장장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한국이였으면 절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이 그당시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의 도로는 마을을 잇고 이어 차가 지나간다. 급할게 없이 여유롭기만하다. 마을 구경도 하는 것이 덤이라 생각했었다. 다시 한국에 도로를 보니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여유로움이 없다. 마을을 구경하는 경험은 애초에 할 수가 없다. 도로는 마을을 잇는게 아니라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도심을 통과하게 한다면 도시를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굳이 도시를 홍보하고 관광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텐데... 나처럼 지나가다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이렇게 여유로움은 사람들이 없는가 보다.


  순식간에 계룡시를 지나가 버렸다. 옆에 있는 세종시는 한 술 더 뜬 형국이다. 아예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좁고 1호선국도는 넓었다. 게다가 도심을 볼 수 없게 지하화된 구간과 철골 구조물이 도로를 덮고 있어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나름에 행정도시이기 때문에 들렸다가려했는데 여차하는 순간에 빠져나가지 못하니 오로지 강제적으로 직진만하게 만들었다. 세종시는 생각보다 넓었다. 조치원까지 세종시에 포함되니 말이다. 조치원을 지나면서 외곽도로 형태보다 도심에 붙어서 길이 이어졌다. 천안부터는 대부분 도시화된 땅이다보니 어디를 가도 우회할 수 없는가 보다.



익숙한 길, 그러나 도로는 쉬어갈 곳이 없네...

  

   천안에 들어서서 조금만 쉬어갈만한 장소를 찾았다. 도심에서 잠시 차를 세울만한 곳이 별로 없다. 도로옆에 주정차를 잘못하다가는 과태료 딱지를 받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화장실를 찾으려고 천안역으로 1호선을 벗어나 천안역으로 향했지만 주차할 만한 곳이 없어 다시 1호선으로 되돌아 나와야 했다. 편의점 앞에 잠깐 차를 세우고 음료를 사면서 다리를 펴고 쉬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1호선을 내달랐다. 점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첫 회사 다닐때부터 영업을 하다보니 서울 외곽까지 운전을 많이 하고 다녔었다. 그러다보니 오산부터는 익숙했다. 몇 번은 지나갔었던 1번 국도이다. 그때는 일부분만 다녀봤을 뿐, 전체를 운전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하고 다닐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운전하다 보니 쉬어갈곳이 마땅치 않다. 도로를 벗어나면 된다치치만 얼마나 벗어나야 할지 상상이 안되니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오산역 뿐이다. 오산역 옆에는 공용주차장이 있어 잠시 차를 세우기도 적합했다. 화장실도 들르고 조금 걸으면서 다리도 풀어주었다. 익숙하니 찾기는 쉬었지만 도심은 드라이브하기에는 불편했다. 게다가 어딘가 들렀다갈만한 곳도 별로 없다.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장소도 없었다. 가본곳은 많지만 그렇다고 1호선을 벗어나 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고 도시와 도시가 붙어 있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종점에 도착하고픈 심정이였다.  오산시내는 1호선 국도가 경기대로라 표시되어 있다. 이대로 올라가면 수원에 다다를 것이다.



  오산과 수원사이에는 갑작스레 넓은 도로가 펼쳐진다. 중앙분리대도 철거가 가능한 형태이고, 도로는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 도로이다. 유사시 비행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로이기 때문이다. 여기 구간만 직선으로 곧게 몇 km를 질주할(?) 수 있다.



 1호선의 시작점, 아니 중간지점인 임진각으로...


  내가 기억하는 서울도심에서의 1호선국도는 통일로를 따라 서울역까지 이어진 후 서울대교를 건너 대방동을 지나 경인국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1번 국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바뀌었는지, 아니면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건지 1호선 서울 구간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통일로를 따라 내려와 연신내역 사거리에서 증산동방향으로 이어지다 월드컵경기장을 거쳐 성산대교를 건너 서부간선도로를 탄다. 이후 시흥대교 사거리에서 시흥대교를 건너 경인국도를 만나 수원방향으로 내려간다. 나름 충격을 받았지만 이또한 나름에 이유가 있으니 변경했으리라 생각한다. 옛 삼남대로는 남태령을 넘어 과천과 안양을 거쳐 내려가야 했지만 정조가 화성에 있는 융릉에 수시로 행차하기위해 좀더 편한 길을 찾은게 시흥대로 우회구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삼남대로는 2개의 길이 존재하게 되었고 수원에서 합류하여 삼남지방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국도1호선도 이러했을거라고 착각했을수도 있을 것이다. 도로 상황이 바뀌면 도로이름도 바뀌기도 한다. 아무튼 서울에 다다르니 안도감이 몰려왔다. 익숙하고도 익숙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면 1호선 북쪽끝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하니 무언가 이루었다라는 희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구파발을 지나 통일로를 따라 문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1호선 마지막 구간이다. 안내 표시판에는 낯설은 명칭이 계속 보인다. 


'판문점'


   하지만 국도를 타고 가더라도 판문점까지는 갈 수가 없다. 가장 한계치가 임진각 옆 통일대교 앞까지 이다. 이후에는 민통선 구간이라 개별적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판문점 명칭은 경기북부 1호선 구간에서 자주 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직도 저 멀리에 있는 지명처럼 느껴진다.  점점 하늘에 어둠이 내릴즈음에 난 통일대교 앞에 다다랐다.  1호선국도는 신의주까지 이어진다라고는 하지만 실제는 절반밖에 오지 못했다. 이곳은 1호선의 끝이 아니라 중간지점일 뿐이다. 언젠가는 신의주까지 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덧붙임.


  국도1호선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하나를 이루었다. 대신 학 싶은 버킷리스트가 몇 개가 추가 되었다.


   첫번째, 강경읍에 기차타고 여행가기 그리고 낙조 보기

   두번째, 다른 노선의 국도를 타보기 - 이건 고민에 필요하다.

   세번째, 목포 해양케이블카 타보기

   네번재, 국도1호선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 만들어 보기


  이번 여행을 통해 난 몇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 여행은 기대와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 한국은 넓고 가볼 곳은 많다.

   -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가 귀중한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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