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6

길에서 길을 말하다.


KakaoTalk_20210216_205256124_04.jpg


에피소드 1


길을 나서서 걷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날씨예보가 빗나가서 안좋은 상황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뜻밖에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매년 겨울이면 찬 기운을 맞으며 푸른 바다를 보기위해 선자령을 찾아가곤 했다. 올해는 상황이 안좋아 벼르다고 이제서야 다녀왔다. 일기예보에는 서울은 눈이 오지 않고 강원도는 눈이 내리는 예보였다. 오랜만에 눈 내리는 겨울산을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안가 찾아간 선자령 이었다.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눈은 내리지 않고 맑은 하늘이 맞이해주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날씨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인적이 드물어 잠시나마 마스크를 내리고 걸어도 괜찮은 그런 날이였다.


찬찬히 선자령 꼭대기를 향해 걸어가는데 날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몰려오고 작은 눈싸라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눈이 내릴라구 ?!!


점점 눈싸라기가 굵어 지면서 함박눈으로 변했다. 갈색의 흙과 돌이 드러나있었는데 어느새 하얗게 덮히시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갈때만해도 푸른 하늘과 고운 황토의 흙이 대비되었는데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에는 하나로 뭉쳐 흰색으로 바뀐 설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올겨울 마지막 눈구경을 포기했었는데 고맙게도 눈이내려 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펑펑 내리는 눈속을 걷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어느 누구도 만지지 못한 하얀 도화지같은 오솔길을 나홀로 독차지하여 걸을 수 있으니.. 깨끗하게 쌓인 눈을 왠지 헤짚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온다. 그러다 뒤 돌아 보면 흔적은 눈 아래 묻혀 언제 그랬냐는듯이 깔끔하기만 하다. 생각지도 못한 길에서 만난 행복이다. 길을 나설때는 좋은 날에 걸으려고만 한다. 굳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은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흐린 날, 눈오는 날, 비오는 날에 길을 나서면 누구도 보지 못했던 풍경과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항상 보던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렇다. 항상 같은 모습으로 하고 회사 또는 집에서 만나기 때문에 정해진 모습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모습을 보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이상한게 아니라 단편적인 모습만 보아왔던 편견이었음을 알지 못한다. 사람을 만날 때는 오랫동안 여러 번 만나야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함일 것이다.


길도 마찬가지 이다. 꼭 같은 계절, 같은 날, 항상 가던 사람들과 갈 이유는 없다. 때로는 다른 날 또는 계절에 가본다면 새로움 모습에 놀라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KakaoTalk_20210216_213054132_11.jpg
KakaoTalk_20210216_213054132_04.jpg



에피소드 2


간만에 눈을 맞으며 선자령 정상에서 내려오던 때이다. 항상 걷다가 뒤돌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어떠했는지 보기 위함이다. 오늘 처럼 눈이 내리는 날에는 어떤 모습이 내 뒤에서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해서 뒤돌아 보기도 한다. 이또한 미쳐 알지 못했던 모습이 짜잔하고 나타난다. 내가 걸어왔던 길인데 왜 이렇게 낯설고 새롭게만 보일까?


길여행을 하던, 등산을 하던 항상 앞만 보고 사람들은 걸어간다. 뒤는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에 있는 정상을 향해 또는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걷는다. 목적지에는 빨리 도착할지 모르나 그 사이에 놓치는 풍경과 사람과 나눈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 보면 공허해 진다. 하지만 가끔 뒤돌아보며 걷던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목적지에는 느리게 도착할지 모르나 마음에, 두 눈에 남는 기억은 추억이 되어 남는다. 그래서 동행하는 사람들에게도 가끔 뒤돌아 보라고 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어떠했는지 다시 보라고...


우리 삶도 그렇다. 오로지 목적을 위해 앞만 보고 간다. 아주 열심히 인생의 목표를 위해 뛰어간다. 옆에 볼 시간도 없이 그저 앞만 본다. 그러다가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한 뒤에야 그동안 내가 무얼 했는지 뒤돌아 본다. 생각보다 별개 없음을 느끼며 자괴감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가족위해 살았는데 가족은 보이지 않고 혼자만 덩그라니 남아 있을 수도 있다면 더 심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내 삶을 회고하고 어떠했는지 생각한다면 앞으로 나아갈때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까? 어떤 목적을 위해 가야 하는지 내가 인생에서 무얼 가져야 하는지 때로는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년말정산하듯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길을 걷다가 뒤돌아 보는 것은 내 뒤로 따라오는 사람들이 잘 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걸어왔던 길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기위해서다. 앞에 펼쳐진 모습도 멋지겠지만 놓치고 있던 뒤에 가려진 풍경을 보면서 나의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한다. 그래서 선자령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가끔씩 뒤돌아보며 미쳐 보지 못했던 순간을 내 기억속에 넣어 놓았다.

KakaoTalk_20210201_205431397_03.jpg
KakaoTalk_20210216_213054132_05.jpg
KakaoTalk_20210201_205431397_09.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인생을 바꾼 길 (2) 쏟아지는 별을 경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