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아름다울 때, 화양연화

내인생의 영화 한 편



홍콩 영화는 영웅본색과 엽문과 같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인연으로 기회로 보게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새롭게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개봉한 화양연화가 그렇다. 예전에 보고 다시 보았다면 느낌이 달라짐을 경험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보는 영화라 기대보다는 그저 편안하게 보려했다. 내인생에 가장 아름다웠다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그와 반대로 이 영화는 어찌보면 불륜이라는 흔해빠진 이야기 일수도 있는데 왜 그날이 가장 인생에서 아름다움 날이 였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있었을까?


어느날 같은 건물에 동시에 이사오게된 주모운(周慕雲-양조위분)과 소려진(蘇麗珍-장만옥분)이 같은 자리에서 자주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꽂힌것은 두 사람의 외모나 매력이 아닌 일본에서 가져온 넥타이와 립스틱이였다. 서로의 배우자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주모운과 소려진. 왠지 어색한 느낌과 함께 서로 선물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여 떠본다. 그리고 결국 알게된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은 두 사람의 남편과 부인은 불륜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그뒤로 자주보며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같이 있을 수 없어 주모운이 싱가포르로 떠나면서 멀어지게 된다.


이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영상미와 반복되는 음악이다. 우리나라 어느 감독의 영화를 연상시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붉은색이 도드라지게 보이고 어둠과 밝음이 두 사람을 가리웠다 비춰줬다 한다. 그리고 짧고 단편적으로 흘러가는 영상이 길고긴 광고영상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소려진의 치파오 의상이 수시로 바뀌어 이것만 보아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영상과 옷을 통해 두 사람의 성격을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목선까지 올라오는 치파오를 입은 소려진은 반듯하고 흐트러짐없고 옳바른 성격을 가진 여성이다. 반대로 주모운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며 섬세하고 배려가 있는 인상을 준다.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마다 주모운을 매너있는 행동으로 다가서지만 소려진은 어느 선을 넘어선 순간부터 뒤로 물러난다. 그러한 순간이 반복되지만 주모운은 끝까지 배려를 해준다.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여자는 주모운에게 기대어 하룻밤을 보낸다. 어찌보면 보복성 불륜일 수 있으나 이 두사람은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여 시간을 보냈다. 그게 금기로 여겨지는 선에서 어느순간 넘어버렸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앞에서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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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남편과 부인이 있었지만 그들은 행복해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소려진과 주모운의 남편과 부인은 그저 있으나 마나한 존재일 뿐이다. 이들에게 유의미한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속을 풀어내는 두 사람 뿐이다. 그렇기에 어느순간보다 이순간이 이들에겐 가장 중요한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두 사람은 진정 아무것도 모르게 스며들듯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더는 보지 않고는 견딜 수없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둘을 갈라놓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이 더욱더 빛나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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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했다. 떠났다가 예전에 살던 집에 왔을때 소려진은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고 후에 찾아온 주모운은 혼자 살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아이와 함께 산다는 여자를 오해하고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그가 가지고 있었던 추억을 묻어 버렸고, 소려진은 주모운의 아이와 함께 살면서 아름다웠던 시절에 추억을 되새기며 살고 있었다.


지나간 시절은

먼지쌓인 유리창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수 없기에

그는 그시절을 그리워한다.

유리창을 깰 수있다면

그때로 돌아갈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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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에서 반복해서 나왔던 노래가 몇 곡 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테마곡으로 사용된 'Yumeji's theme'이라는 것이다. 익숙한 느낌에 노래. 사실 1991년 작으로 일본영화인 '유메지(夢二)'의 주제가였던 곡으로, 왕가위 감독이 재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영화에서 들어본 듯한 음악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https://youtu.be/39Qdzx_Ge-g



나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던가?


영화가 끝나고 나를 돌아보았다. 내 시절에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언제 였을까? 달콤한 연애를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 떠오르는 여인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좀더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러면 내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름다운 시절이 더 이어졌을지도 모르는데...


표현하지 않으면 늦는다. 그리고 후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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