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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4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6월 18일 4일차

출발 : 인제 DMZ생명동산

도착 : 청춘 양구 농촌체험캠프



 우리옆을 지켜주는 스태프들..


  통일부에서 후원한 이번 행사는 현장 및 숙소에서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여행사를 통해 가더라도 인솔자 한 명 정도가 전부일 때가 많다.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갈때도 나 혼자 또는 부강사와 동행하는 정도로 지원하고 운영해 왔다. 그에 비해 이번 행사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걸을 때 안전하게 동행하고 길을 알려주고 후미에서 사고 및 식음료를 지원했던 차량과 운전자, 그리고 걷기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카메라맨 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숙소의 상황이 열악하였을때도 최대한 도와주려는 모습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하지만, 항상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때로는 안하무인격으로 스태프를 호통치기도 한다. 심지어 스태프는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왜 우리의 요구를 안들어주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왜 스태프가 봉사하는 사람이지? " 라는 의아한 생각까지 들었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을 가진 모양인데 공짜로 여행하고 그옆에 안전을 책임져주는 스태프와 이동의 편의를 위한 전세버스가 상시대기하고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감사하고 즐기려는 마음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이라면 이러한 호사를 누릴 수 없는데 말이다. 여기 스태프들은 하인이나 가이드가 아니다.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보디가드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하대하는 당신은 왕이 아니라 인성이 쓰레기인 거지왕일 뿐이다. 


 "인성이 왜 그따위인지 어의가 없네!!" 


  이러한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양구 해안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먼멧 재


  4일차로 접어드니 비는 그치고 강렬한 태양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따가운 햇살로 인해 그늘을 찾아 자연스레 움직이게 한다. 텐트안에서 쉬는 건 너무나 더워 파라솔 벤치에 앉아 출발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제법 길게 걷는다. 출발 전에 오늘 코스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해준다. 오르막이 긴 코스라 조금 힘들것이라고... 내가 힘든건 오르막이어서가 아니라 뛰듯이 오르막을 질주하는 것이 더 힘들게 했다. 앞에서서 몇몇의 사람이 인솔자의 신호를 무시하고 앞서간 상황이 만들어놓은 결과다.



  인제에서 양구 펀치볼이라 불리우는 해안리로 접어드는 곳에 먼멧재를 넘어야 한다. 고개 정상은 인제와 양구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시멘트로 포장된 오르막길을 약 3km 정도 걸었다. 높이 올라갈수록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더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오전에는 발목이 씨큰거려 걷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속도로 가다가는 힘들겠다 싶어 속도 조절에 나섰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는 행군같은 오르막길 오르기이다. 걷는 사람들 모두 헉헉 거리며 걷는다. 힘들면 쉬었다 갈만도 한데 그렇지 않고 다들 열심히 땅만보고 걷기만 한다. 중턱 화장실이 있는 곳에 다다라서야 짧은 휴식을 취했다. 그제서야 다들 살았다는 표정으로 붉게상기된 얼굴을 들어 하늘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뒤돌아보니 제법 중턱까지 올라왔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 보이리라는 생각에 힘들더라도 참아보기로 했다. 


  먼멧재 고개에 드디어 올라섰다. 쉴틈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도 느껴볼 시간도 없이 걸어야 했다. 여기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도심에 있다가 시골로 들어온것처럼 주변이 모두 숲이였다. 게다가 빼곡한 나무가 서로 팔을 뻗어 어깨동무하듯 하늘을 가리어 차갑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이쁜길이 보이다니.. 와우!"


  하지만 여기에도 철조망이 양쪽으로 걸려 있다. 바로 옆이 낭떠러지라서 안전을 위한 설치물인가 했는데 '지뢰'라는 붉은 글씨의 표시판이 걸려있는 철조망이였다. 곳곳에 전쟁의 후유증이 여실히 남아 있었다. 그렇게 최북단 한계선에 가까이 있음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내리막길 따라 내려가면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이다. 길 옆에는 백두대간트레일과 평화누리길 이정표가 같이 표시되어 있다. 양구에서 출발한 백두대간트레일은 이곳을 지나 대암산숲길을 거쳐 인제를 가로질러 가는 길로 머지않아 지리산둘레길과 연결되어 진정한 둘레길이 될것이다. 인제의 곳곳을 다니면서 백두대간 트레일의 흔적을 수시로 보아왔는데 시작점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즐기면서 찬찬히 숲이 우거진 내리막기을 걸어가 볼까?


 비포장의 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양구군소속의 문화해설사가 마중나와 기디리고 있었다. 둘레길에 대한 얘기와 길을 안내해주며 양구전쟁기념관까지 동행을 했다.  내리막길 구간은 가장 숲속을 걷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이자 통일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속 복잡한 마음을 다잡고 통일시켜보듯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이다. 여기 코스만 걷는 것으로도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멋진 길은 왜 이리 짧게 느껴지는지... 상쾌한 기분을 충분히 느껴보기도 전에 해안면 마을 초입에 다다랐고 마을길을 따라 점심식사 장소인 전쟁기념관 앞으로 걸어갔다.



 다시 고개를 넘어 해안면 밖으로...


  기념관 앞에 다다르니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방송국에서 나온 사람들과 양구군 행정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조만간 통일부 장관인 이인영장관님이 합류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해를 하였다. 길에 열정을 지닌 분이라는 말만 들어왔는데 옆에서 뵐 수 있다니 신기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발열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짧은 휴식과 기념 촬영을 하고 해안리를 벗어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해안면은 화채그릇인 펀치볼처럼 생겼다고 하여 펀치볼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마을이며 실제로 위성지도를 통해 보면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타원형의 분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드나드는 길은 오로지 하나 뿐이였는데 원통리에서 오는 길이 하나 더 생겨 이제는 2곳에서 오갈 수 있다. 해안면이라는 행정구역명은 돼지 해()를 써서 해안면()이다. 옛전부터 이곳에는 뱀과 같은 동물이 많아 농사하기 쉽지 않았는데 뱀을 잡아 먹는 돼지를 키우면서 뱀이 없어지고 농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돼지로 인해 편안해지 마을'이 해안면이다. 재미있게도 역학에서도 뱀(巳)과 돼지()는 서로 잡고 잡아먹는 충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을을 걸으면서 주변을 살짝살짝 둘러보았다. 전에도 몇 번을 왔었지만 정말 놀랍게도 높은 산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서있는듯 빙 둘러쳐져 있다. 그 아래 넓고 평평한 분지가 있다는 것은 마을 가장자리 양구 생태식물원에 도달해서 뒤를 돌아보면 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낮게 드리운 구름과 푸른 산줄기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풍경이 아름다워서 인지 사람들의 인심도 후하다. 지나가던 마을의 이장님이 지나가던 참가자와 스태프들에게 자신이 키워서 보관중이던 사과와 사과즙을 그냥 내주었다. 순식간에 휴식의 시간으로 변하여 모두 사과를 베어물면서 감탄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이장님께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도로변을 따라 터널을 지나가면 펀치볼 해안면을 벗어났다. 이때 스태프의 결정에 감사의 말을 해야겠다. 원래의 계획은 터널을 걸어서 가는 거였는데 3km 가까이 되는 터널을 보다 안전하게 지나가기위해 버스를 이용하여 지나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 그렇게 안전하게 버스에서 내려 나무데크로 깔린 내리막길을 따라 양구 펀치볼을 벗어나 오늘의 숙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에필로그.

  

  4일차 숙소는 농촌체험 캠프장이다. 실내 숙소도 있지만 코로나상황으로 인해 공간이 여의치 않아 개별 ㅔ텐트로 지급하였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입장했으면 모두 수용할 수았었겠지만 그전에 참가자들이 실내숙소에 정상인원을 채우는것에 대해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검사 및 수시로 체크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보다 좋은 상황의 실내숙소에서 숙박할 수 없었다. 결국 실외 텐트에서 야영하게 되었는데 숙소자리가 않좋다고 또 항의이다. 그냥 점잖게 잔디밭보다 운동장바닥으로 이전을 요청하면 될 것인데 화를내며 항의할 문제는 아니였다. 나름 이렇게 설치한데는 이유가 있었는데 이는 듣지않고 오로지 대충했다는 식으로 화를 내는 것이다. 결국 원하는 사람에 한해 텐트 자리를 이동했지만 개운하지 않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태프를 직원이나 하인대하듯 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선을 요청한다해도 얼마든지 큰소리 내지 않고 할 수 도 있다. 근데 우선 큰소리치고 보는 어른의 태도는 꼰대라 불릴만 하다.  숙소의 상황은 아주 좋지는 않지만 결국 참가자들의 요구조건이 제발등을 찍은 상황이다. 보다 정중하게 스태프들을 대했더라면 훨씬 분위기 좋은 저녁을 맞이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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