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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3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출발 : 소똥령야영장

도착 : 인제 DMZ생명동산     



 고성에서 인제로...


  어느덧 3일째 아침이 되었다. 아직도 밖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다행스러운건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그치는듯 보였다. 드디어 고성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고갯길 아래에 들어섰다. 소똥령이라는 고개를 넘어 인제군으로 들어서게 된다. 진부령이 고갯길 중에 가장 무난하고 편하게 자가용으로 넘어갈 수있는 길인데 그 옆에 걸을 수 있는 고갯길이 소똥령이다. 3일 만에 소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비가 그치고 운무가 가득한 숲은 미스트를 뿌려 놓은듯 촉촉한 습기가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에 시원함을 선사했다. 오늘은 기대되는 길이다. 그러나 너무나 빠른 속도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고 다른 조분들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응해주다보니 중턱부터는 후미에 뒤쳐져 혼자 걸어야 했다. 나의 2조원 들은 어디에 있을까?


  


 첫번째 고갯길과 아름다운 산하


  소똥령 고갯길은 백두대간트레일과 소똥령길이 엮여진 코스이다. 여러 개의 갈림길도 있어서 어디를 선택해서 걷느냐에 따라 길게 숲길을 사부작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백두대간트레일 코스를 따라 인제 방향(진부령방향)으로 걸어 갔다.  소똥령이라는 지명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니 조선시대에 한양으로 가던 길목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퍼지다보니 산 생김새가 소똥과 같이 되어버린 탓에 '소똥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간성과 인제를 연결하는 고개들 중에서는 그 규모가 작은 편이라 '동쪽의 작은 고개'라는 뜻으로 소동령(小東嶺)이라 부르던 것이 자연스레 소똥령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쨋던 여기는 재미난 지명을 가진 고갯길이라는 것이다.


  오전부터 열심히 걸어야 했다. 전체 코스 중 약 12km구간을 오전에 걸었는데 오전 9시부터 준비하여 9시 반정부터 걸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너무나 여유로운 오전시간을 보냈는데 차라리 좀더 일찍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면 여유롭게 숲길을 즐기면서 걸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길이니 아끼고 아껴서 보고 또 보고 눈에 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가끔씩 뒤를 돌아봐야 한다. 얼만큼 올라왔는지도 봐야 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멋드러진 풍경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잠깐 뒤돌아 보니 운무가 덮힌 산과 그 사이로 새초롬하게 보이는 푸른 삼각산이 너무나 이쁘다. 대신 난 선두와 너무 벌어져(?) 빡시게 걸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와 후미에서 걸었던 사람들은 이 멋진 풍경을 즐겼으니까...


   누군가가 말을 한다. 저 멀리 구름에 가려 보이는 산의 이름이 향로봉이고 그 뒤가 금강산이 있다고, 그러나 가려진 구름에 금강산을 볼 수 없었지만 다음에 오면 볼 수 있겠다는 기대와 다시 찾아와야 겠다는 의욕을 다지게 했다. 쉬는 시간동안 기념사진 촬영을 했고 그 시간 마다 사람들은 땅바닥에 철퍼덕 주져앉아 얼얼한 발을 식히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쉰다. 숲길은 왠만하면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 곳인데 조금 빠르고 행군하듯 빡시게 걸어서 그런 듯 하다. 일부는 휴식을 취해도 풀리지 않았는지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3시간 넘게 걸은 후에 폐쇄된 알프스리조트가 있는 흘리마을에 다다랐다. 익숙한 동네이다. 예전 새이령길을 찾아 왔을때 왔었던 곳이다. 이렇게 길이 이어지다니 또다시 하나의 퍼즐 조각이 맞춰진 느낌이다. 진부령 정상으로 이동하여 버스로 용대리 마을로 이동했다. 그리고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망중한을 즐겼다. 


   식당옆에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조의 누님 한 분이 시원한 커피를 사주신다고하여 따라갔다. 여기서 뭔가 성인물(?)을 챙겼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했다. 이번 일정중에는 금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어디가나 말 안듣는 분들은 존재한다. 첫날부터 물통에 받아놓은 무언가 들이키면서 기분좋아 하던 모습을 보았으니까... 원래의 일정은 소똥령 고갯길만 걸으면 끝이였는데 오후에 시간 여유가 생기니 4일째 코스를 일부 걷는다고 한다. 4일째 코스가 가장 긴 31km 정도 였는데 이중에 일부를 걸으므로써 내일 일정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함이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환영한다. 체력이 있을때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은 장기 걷는데 있어서는 필요하다. 무리하게 일정을 끌고가면 피로가 겹치고 겹쳐 중도탈락하는 경우도 생기니 말이다. 순례길을 걸을때도 항상 같이 걷는 사람들의 상태를 챙겼었다. 아프다하면 일정을 나누어 조금 걷고 휴식을 많이 취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었다. 걷는 동안 산티아고순례길에 대한 향수가 수시로 밀려왔다.


  

  따스한 방바닥에 누워...


  오후에도 짧게 5km 정도 걸었다. 원통리 마을을 가로질러 숙소까지 가는 길이다. 여기서도 익숙함이 보였다. 숙소와 이곳 마을에서 아침식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제군쪽에서 DMZ연계코스를 만들면 이곳에서 머물려고 했었던 기억과 함께,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DMZ루트가 점점 선명하게 보여졌다. 


 "통일의길 행사에 오길 잘했구나!"


  숙소인 DMZ생명동산은 지난 해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었다. 오늘은 다른 자리에서 머물렀지만 역시나 실내에서 머문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껴질줄 몰랐다. 가뜩이나 쌀쌀했던 이틀 밤을 보내서인지 푹신한 이불과 요가 깔린 온돌방은 5성급 호텔이 부럽지가 않았다. 간만에 빨래도 하고 따스한 방바닥에 널어서 말리기도 했다. 온기가 머무는 이불위에 누우니 너무나 편하다. 금새 잠이 올려고 하지만 저녁식사와 저녁에는 인제천리길을 만든 분의 강연이 있어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래도 이러한 온기가 담긴 숙소는 더이상 없다라는 말에 오늘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3일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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