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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5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출발 : 청춘양구 농촌체험캠프

도착 : 오미리 체험마을 캠핑장     


  비는 그쳤지만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이 이어지다보니 걷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도로옆이나 시멘트바닥을 따라서 걸으니 땅의 열기가 올라오는 것까지 느껴야 했다. 그러나 당황하지 말자! 오늘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오프로드의 숲길이 펼쳐져 있으니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두타연 고개를 넘어간다...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힘들기만 하다. 텐트안은 어느새 찜질방을 방불케하여 들어갈 수 없어 텐트옆에 있는 파라솔에 앉아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기고 텐트안을 치우고나서  8시에 출발할때까지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역시나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발목이 시큰거렸다. 포도당알약도 먹었지만 아프기만 하다. 결국 참고 걸으면서 풀릴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두타연계곡을 경유하는 평화누리길 코스라는 점이다. 대부분 흙길이라 걷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한 시간여 도로와 인도를 따라 걸어서 비득안내소에 다달았다. 여기서 잠깐 쉬면서 민통선안으로 들어갈 채비를 다. 몇 년전에 취재를 위해 가을에 왔었던 적이 있었고 그전에도 몇 번을 왔었던 곳이다. 다른 계절에 찾아오니 처음 온 장소처럼 낯설기만 했다. 비득안내소의 철문이 열리자 일제히 줄맞춰 두타연길로 접어 들었다. 군인들이 가득한 이러한 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민통선 안쪽도 아닌데 군인이 많네 불편하네 그런 불평을 하겠지만 이러한 상황도 겪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을...


  오늘도 2조 조원들과 들뜬 마음으로 마음껏 수다를 떨며 걷는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만큼 웃음이 넘치는 조가 없다. 다른조는 그저 앞만 보고 간다. 우리는 사진도 찍고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며 나무가 얼마나 크게 자라고 꽃이 얼마나 이쁘게 피었는지 보고 뒤쳐진 조원이 있으면 받쳐주고 기다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13일 동안 이어졌고  다른 조에서 부러워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시샘하는 말도 간간히 듣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래봐야 우리가 최강 즐거운 2조 이니까...


  오늘도 조원들과의 특별한 추억만들기 걷는 동안에 만들었다.  대전차 방어벽이 있는 곳을 지나 멀리 금강산 줄기가 눈에 들어올때  박현석 대표님이 여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자고해서 고민해보더니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홀로아리랑‘ 이라는 노래를 부르니 나를 포함한 조원 모두가 같이 불렀다. 가사를 찾아 공유하며 두타연길을 걷는 동안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노래가사와  주변 풍경이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특히나 저 멀리 보이는 산줄기가 금강산과 이어진 줄기라는 것과 두타연길 중간에 금강산 가는 길이 있으니 이또한 가사와 맞아 떨어지니 노래부르면서 벅차오르는 감격을 느끼긴 이 노래와 이 자리여서 가능 것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아 아아 아리랑 고개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홀로아리랑     

 

 우리 조는 이렇게 길위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공유했다. 이 분들이 아니였으면 만들지 못했을 추억이자 경험이다. 노래를 마치고 옆에서 걷던 이인영장관님께도 같이 부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장관님이 한 마디 하신다.


 " 여기 말고 더 가다보면 금강산 가는 길이 나오는데 거기가면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이 노래가 그냥 나올 거에요.^^ "


 이 노래도 맞다. 우리가 가는 길에 금강산 가는 길 입구가 얼마나 감격스럽게 보이는지 알기 때문이다.



두타연가는 길은 평화누리길과 소지섭길이 합쳐진 곳


  둘레길을 걷다보면 길은 하나인데 이름은 여러 개가 붙여진 곳을 가끔 보게 된다. 주로 행정구역 경계선에 있거나 자연 풍광이 아주 좋은 곳, 또는 정부부서에서 통합된 둘레길(?)을 만든답시고 통합하여 표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곳 두타연 길도 그러한 둘레길 중에 하나이다. 일단 이번 행사의 주제인 통일의 길의 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며, 양구군에서 조성한 10개의 장생길 중 첫 번째 코스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화누리길의 양구군 코스이자 자전거길이라는 푯말도 군데군데 붙어 있어 장생길이자 평화누리길임을 알 수 있다.  양구 장생길 1코스는 전체 10개 코스 중 가장 긴 18.3km에 달하며 이번 일정에서 장생길 1코스를 완주하는 셈이다.

 두타연을 지나는 곳에 둘레길 명칭이 하나 더 있다. 두타연부터 두타연소지섭갤러리까지 구간은 소지섭길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배우인 소지섭님이 양구에서 사진을 찍어서 사진책자를 출간했는데 이를 모티브로 하여 양구군에서 만든 길이다. 그래서 출발지점에 가면 소지섭님의 손을 본뜬 청동상이 있다. 소지섭길 대부분은 양구 장생길과 겹쳐 있어 중복되는데도 이렇게 표현하는것 보면 행정공무원들이 얼마나 업적(?)을 챙기려고 하는지 엿볼 수 있다.


 두타연길 구간은 혼자 또는 몇 명의 일행이 온다면 가장 괜찮을 구간이다. 특히 가을에 단풍이 깊어질때 오면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비득안내소와 두타연을 거쳐 이목정 안내소를 나올때까지는 좋았다. 발도 아프지 않고 주변 풍경도 좋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이목정안내소를 나오면서 다시 도로변으로 바뀌었고 송현리마을을 지나면서 강변옆 자전거길을 따라 걸었다. 하천변 풍경이 있어 그나마 덜 지루했고 하천변에 가득 열려있는 오디와 버찌열매를 따먹으며 끊임없이 재미있게 걸었다. 발바닥이 점차 아프고 물집이 생기려는지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원들에게 음료를 마시게 하고 싶다!

 

  정말 더운 날이다. 비가 내릴때만해도 으스스 추운 기운이 감돌아 따스한 햇빛이 그리웠는데 비가 그치가 내리쬐는 폭음에 우산을 양산으로 쓰고 다녀도 열기는 어쩔 수 없다. 걷는 내내 스태프들이 쉴때마다 생수를 제공했지만 뜨거운 기운을 쓸어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말 차가운 음료가 간절해지는 날이다. 송현리 마을에 들어서니 저멀리 도로 건너편에 편의점이 보였다. 이것저것 따질새 없이 나는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차가운 이온음료를 조원의 수 만큼 구매했다. 그리고 아픈 발로 뛰어가 후미에 다시 바짝 붙었다. 송현교를 건너 휴식을 취할때 조원들에게 차가운 이온음료를 나눠주었다. 보이지 않는 조원의 몫은 선두와 후미를 지켜주었던 No2와 3에게 나눠주었다. 조원들은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있지만 다른 조는 부러워한다. 그러던가 말던가 담당 조장님께서 알아서 해주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가 보다. 조원을 챙기기 보다 개인들의 안위에 우선인듯하다. 영상을 촬영하고 걷는것에 신경을 주로 쓰고 있으니...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행다니던 습관때문에 사람들 챙기는건 나에겐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도 발현된 것일뿐...


  며칠이 지나서 들은 얘기지만 나의 이러한 행동이 스태프 사이에 문제거리(?)로 흘러 나왔다고 한다. 스태프의 통솔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통솔에 따르지 않은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뜨거운 날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스태프들도 한번쯤 돌이켜보고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가자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아봐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갈증을 해소하고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이번엔 중간에 쉴때 스태프들이 얼음과 생수를 제공해준다. 진정 기쁨에 찬 사람들이 마시며 기뻐하고 있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이 어느 음료보다 달콤했고 감사하게 만들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했던 각얼음이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얼음이 아니라 생명연장을 도와주는 귀한 얼음이었다. 오랜시간 걷다보면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고 감사하게 된다. 늘 가까이 있었던 것들과 떨어져 최소한에 물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에 익숙해지면 보다 편하게 해주는 부채, 버스탑승, 시원한 에어바람, 계란말이 한 조각도 감사하다. 이것이 길위에서 경험하는 깨달음이다.


 하천변을 걷는 동안은 평지이자 거칠것이 없는 길이다. 발부리에 뭐가 걸릴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으로 이런 길에 접어들면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옆사람과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하나씩 떨구어 비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통일의 길은 이인영장관님이 산티아고순례길을 다녀온 후 감명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싶었던 둘레길의 모습을 표현한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걷기대회하듯 빨리 걷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변을 보기보다 한 발 더 빨리 가려고 앞서간다. 경쟁하듯이. 결국 얻는것은 발바닥에 생긴 영광의 물집(?)뿐이다. 그리고 성취했다는 쾌감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찾는 시간,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으니 사색의 즐거움은 얻지 못한다. 그로인해 정리된 마음과 평안함에서 우러나오는 힐링의 기쁨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결국 통일의 길 행사는 어떠한 모습을 발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통일걷기의 주제는 걷기대회일까? 아니면 걷기축제일까? "




에필로그.


 걷는 동안 식사는 밥차에서 제공해 주던가 주변 마을회관의 부녀회 등에서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배고프니 뭔들 맛있게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 밥차와 부녀회에서 제공하던 식사가 곧잘 비교되곤 했다. 같은 가격인데 이렇게 차이가 질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심지어 밥차가 오면 식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숙소인 오미리마을에 도착했을때는 밥차가 와 있었다. 배고프니까 먹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먹지 않았을 밥이다. 그래서 인지 밥도 반찬도 제법 많이 남는다.  철원에 들어섰을때는 밥차의 밥과 김치만 받고 보쌈과 막국수를 주문해서 조원들과 같이 식사한 적도 있다. 밥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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