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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6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6월 20일 6일차

출발 : 오미리 체험마을 캠핑장

도착 : 토고미 체험마을 학교     



 절반의 일정, 절반을 거쳐온 길. 절반 남은 길.


  벌써 절반의 일정을 맞이했다. 오늘까지 보내면 13일 일정 중 절반을 소화한 것이다. 아스팔트위 도로를 따라 최북단의 길만 걸어왔다. 그리고 네 번째 행정구역인 화천군에 다다랐다. 평화의 댐을 거쳐가는 이곳은 지도상으로 얼핏 봐도 고성과 파주 사이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걷고 또 걷고 힘들 때 서로 토닥이고 격려하며 걸어온 길이 절반으로 약 150여 km 정도 온것이다. 화천군은 꽤 오래전에 왔던 적이 있으나 자주왔던 곳은 아니다. 게다가 평화의댐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고하니 이른 아침부터 살짝 설레였다. 처음 가는 길, 가보고 싶었던 길이였기 때문에... 이후에는 절반의 일정이 남아 있다. 화천에서 철원으로 넘어가 철원군 일대를 거쳐 연천군, 파주시일대를 가로질러 간다. 앞서 6일 동안 고성군, 인제군, 양구군 3개의 권역을 거쳐왔다면 화천을 기점으로 3개의 권역이 남아있다. 화천군을 지나는 6일차 일정은 딱 절반의 일정을 시작하기도 하고 마무리하는 날이다.  오늘도 익숙하게 6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마쳤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어 운동장에 펼쳐진 텐트가 뜨거워졌고 바닥을 말리기 위해 뒤짚어 놓았다.


  이른 아침부터 양구군에서 군수님이 나오셨다. 환송의 말과 함께 더울때 마시라고 음료를 제공해 주셨다. 이렇게 정부부처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좋을때가 많다. 행정적인 지원을 받아 안전하게 다닐 수도 있고 가보지 못한 그런 곳도 협조를 통해 가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여행사에서 하는 여행이라면 할 수 없는 일정일 것이다.



평화의 댐이 가로막은 길은 물길만이 아니다.


 오늘도 숙소에서 바로 걷기시작한다. 평화의 댐까지 18km  정도를 오전에 걷는다고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안쉬고 걸어야 오후 1시 정도 도착한다는 것인데 중간에 쉬면서 걷는다면 꽤 빠른 속도로 걸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오전에 걷는 구간은 100% 도로변 갓길을 걸어야 한다. 주변의 지형을 보면 높고 뾰족한 산이 어깨동무를 하듯 계곡을 두고 서 있어 숲길을 찾는다는것도 쉬운 일은 아닐뿐더러 등산로도 없어 보인다. 결국에 선택한 길이 도로변 길일테지만 수시로 통일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생길때면 무척이나 위험할 구간이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풍경좋은 곳보다는 도로변을 따라 걷는 구간이 제법많다.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로 빨리 가기위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로변 길도 안전펜스 또는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둘레길은 그렇지 않다. 도로변은 차량이 용이하게 다닐 수 있는 구조라 사람이 우선은 아니다. 그래서 도로변에 사람을 위한 길은 없거나 두지를 않는다. 게다가 터널을 만나면 더욱 낭패다. 비켜갈 길도 없고 터널에 인도도 없다. 이번 일정에서는 경찰의 도움과 콘보이 차량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행사가 아닌 상황에서 걷는다는 것은 목숨걸고 걸어야 할 수 있으니 고민이 많은 구간이다. 오천터널을 통과하려면  오르막 고개길을 한 시간 여 올라가야 하고 이후에 1296m의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이 있어 잠시나마 햇빛을 피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차라리 더욱 긴 터널을 걷고 싶어졌다. 시원하고 땀도 나지 않으니까...    


  터널을 지나면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평화의 댐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을 내면 오전 일정을 마치고 휴식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걷는 동안 기념이 될 만한 안내표시판에서는 우리는 갖은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를 언제 올지 모르니 기념으로 남기기 위함이다. 일주일을 넘어서니 오전에 10km 정도 걷는 것은 농담으로 기어가도 갈 수 있는 거리이고 20여 km 정도 되어야 아 오전에 좀 걸었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걷는거리감이 익숙해 졌다. 긴 휴식 시간보다는10분 정도만 쉬고 걷고 하면서 수시로 쉬는게 발바닥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스태프에게 조언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은 일정보다 빨리 걸으려는 일부 참가자 때문이라는 것을 스태프들도 알고 있었다. 스태프들도 그런 사람들 때문에 발바닥이 망가졌는데도 티를 내지 못한것을 끝날때쯤 되어서 알았다.



  태양이 머리위에 머물때 평화의 댐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댐, 그 가운데 그려진 입체 그림이 그려진 댐을 가로질러 숲 그늘이 없는 평화의댐 하부의 공원에 다다랐다. 처음보는 댐의 모습이다. 댐이 완성된 후 한 번 더 증축공사를 하여 현재의 댐이 되었다고 한다. 시야를 압도하는 크기에 감탄하고 있을때 댐 가운데 구멍이 뚫린 듯 건너편 풍경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구멍이 아니라 입체 그림이였다. 물길이 이어진것처럼 보이게 만든 그림이다. 북쪽과 이어진 물길은 평화의 댐에 가로막혀 있다. 이것만 아니라면 자유롭게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금강산이 보이는 곳으로 갈 수 있을텐데라는 상념이 든다. 현재의 분단 상황은 물줄기마저 끊어 놓고 있다는 것을 평화의 댐이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는 댐 가운데 그려진 것처럼 댐에 구멍을 내어 진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밥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점심식사는 만나고 싶지 않은 밥차였다. 어쩔 수가 없다. 배고프니까... 그나마 돼지갈비찜이 맛있게 요리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것만 찾고 있다. 결국 스태프와 일부사람들은 맛도 보지 못하고 말았다. 부족한 양 때문에... 식사 후 한시간여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댐 상부에 있는 쉼터공원에서 오후 일정을 진행한다고 하니 퍼지기 전에 식사하고 댐 상부로 이동했다. 쉬어도 그곳에서 쉬자고 하여 피곤한 발을 한걸음씩 떼어 이동했다. 쉼터에서 부는 뜨끈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늘에 안자 있으니 그나마 시원했다. 정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댐을 가로질러 건너편 민통선구역으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가곡으로 유명한 비목공원이 있다. 파로호 주변은 한국전쟁당시 격전지중 한 곳이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전사한 군인을 묻고 세워둔 십자가 비목이 많았었는데 시간이 흘러 썩고 부러진 비목을 보았던 당시 젊은 장교는 후에 장일남 작곡가로부터 작사의뢰를 받았는데 옛 비목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가사를 지었는데 그것이 유명한 가곡인 '비목' 이며 작사자는 한명희 교수님 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곳이 비목공원이다. 유명세에 비해 비목노래가사비가 있을뿐이지만 노래 만큼은 아주 유명하다. 그저 허망한 비석이 아닌 사람들이 찾는 그런 공원이 되었어야 했는데 여긴 쓸쓸함만이 가득했다. 


 얼마가지 않아 민통선 초소가 보였다. 그리고 2차선 도로는 차량의 소통과 인적이 적어서 초목이 슬금슬금 기어나와 도로와 인도를 점령하고 있다. 숲과 연결된 생태통로 앞에는 동물의 배설물이 가득하고 사냥하고 남긴 흔적이 곳곳에 보일 뿐이다. 이곳도 평화누리길의 코스 일부이며 자전거로 이용이 가능한 곳이다. 사전에 요청하면 들어올 수 있다고 하지만 홀로 오는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행사에서는 이런 길을 오고 걸을 수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통선 구간은 기본적으로 걸어서 다닐 수 없다. 오로지 차량만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한 곳을 걸어서 간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참가자에게 얘기해 주는 것도 좋을텐데 그러한 안내는 없다. 오로지 나만 조원들에게 간단하게 말해 줄 뿐이였다. 약 5km 걸으니 안동철교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철교이니까 철로가 있는 그러한 철교인가 싶었다. 실제로는 기차가 다닌 길이 아니고 평화의댐 공사중에 설치한 임시다리인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군용으로 사용 하는 다리이다. 그래도 철로 만들어진 다리여서 안동철교라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까지가 오늘 일정의 코스이다.


 오후 일정은 짧았다. 좀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걸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없는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였다. 철교위에 다다르니 관할 군부대에서 환영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선물이 우리앞에 놓여 이었다.



 화채 한 그릇에 정을 나누고...


 안동철교에 다다르니 군부대에서 화채를 준비했다고 나누어 주고 있었다. 잘게 썰은 수박과 얼음이 가득한 우유화채이다. 한그릇씩 받아들고 걸음을 옮기니 바로 옆에는 얼음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물 또는 음료가 꽉꽉 채워져 있다. 화채 한 그릇을 한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차가운 물과 차가운 커피음료를 짚어들고 배낭에 넣었다. 다른 날에는 구경할 수 없는 음료라서 저장하고싶은 욕구의 발현이다. 시원한 화채가 흐르던 땀까지 얼려 멈추게 했다. 군부대원들이 더 먹으라는 인심좋은 말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군에서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군부대에서 준비해줬다는 것이 놀라웠고 군대의 모습도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민간인 통제를 통해 군부대의 위압감과 경직성을 보였는데 이렇게 민간인과 어울려 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이 느껴지게 만든것은 크나큰 전환점이다. 민통선 구간은 더이상 통제의 구간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이 뒷받침된 장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화채 한 그릇에 정을 나누었고 평화를 나누었다. 


감동을 전해준 화천군과 군부대에게 감사를 전한다...     


 조원들과 함께 안동철교에서 추억이 될만한 사진을 남겼다. 우리조만 찍으려 하였는데 다른 조에서도 부탁해온다. 그랬더니 지나가던 모든 조에서 찍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모든 조의 단체 사진을 찍어준 후에야 난 조원들과 합류 할 수 있었다. 이렇게 2조에 대한 소문이 하나더 생겼다. 2조 조장은 괜찮은 사람, 2조는 조장을 잘 만나서 항상 즐겁게 걷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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