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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7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6월 21일 7일차

출발 : 토고미 체험마을 학교

도착 : 철원 쉬리 캠핑장     


  이제 텐트가 쳐진 장소를 보면 너무나 반갑고 내 자리가 어딘지 찾는것이 더 중요했다. 뜨거운 태양아래 늘어선 텐트는 달구어져 실내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 일정을 마치고 자기 텐트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씻고나면 어김없이 그늘 아래에 모여 휴식을 취한다. 어제의 장소는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토고미마을의 캠핑장이였다.  운동장 둘레에 작은 가축 동물의 축사가 있어 토끼부터 당나귀까지 볼 수 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다들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울타리 근처까지 마중나온다. 그중에 눈에 뜨인것은 앵무새 우리였다. 다를 동물에 비해 쌍쌍으로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나 이뻐보였다. 저렇게 서로 기대고 부비고 쓰다듬어주니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도 혼자인 내 모습에 짧은 절망감(?)이 든다. 내 짝은 어디에....??!!

  

 오늘의 일정은 토고미마을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마한불쉼터 전부터 걷기시작하여 했다. 김화읍의 쉬리캠핑장까지 코스로 철원군 외곽을 걷게 된다. 철원은 몇 번을 왔던 곳이라 익숙한 장소를 거쳐가지 않을까 했지만 전혀 알지 못했던 곳으로 지나갔다. 최북단 코스에 낯설은 지역으로 알지못했던 이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그러한 곳을 두발로 걸어갔다. 일정상으로는 말고개에 있는 금성지구 전투전적비부터 걷는다 했는데 고갯길이라서 그런지 안전을 위해 버스로 고갯길을 내려와 근남면 일대 공터에서 출발하는 횡재를 얻었다. 오늘 일정도 약 25km 정도였는데 이렇게 내려오니 조금은 줄었으리라... 내려오는 고갯길 양옆에는 군부대와 대전차방어시설이 가득하다. 최전방에 가까운 곳을 다니고 있음을 실감한다.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해서 잊고있었다가 여기저기 민통선 통제선이 있고 감시초소가 보이니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다. 다시금 분단지역에 살고 있고 북쪽 이 땅은 쉽게 다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일정은 순리대로 풀리지 않는다. 마현리쉼터에서 휴식 후 승리전망대를 방문하기로 되어있었는데 UN사령부에서 입장을 불허하였다는 날벼락같은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사전 연락도 없이 당일 현장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뭐가 문제라고 우리동네 우리나라 땅을 못가게 하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어쩌랴 가지못하게 하니 갈 수 없음을... 내 나라도 UN에 허락을 받아야 함에 기가차서 헛웃음만 날리고 모두다 5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물길마저 끊어야했던 이유

 

 뜨거운 도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용양삼거리를 지나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다시 민통선구역으로 진입했다. 남대천이 흐르는 암장교에서 제방길로 접어 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푹신한 흙길이 전해주는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걸으면서도 아픈 발이 낫는 기분이였다. 지금가는 곳은 옛암정교와 용양보가 있는 민통선내 구역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후 북한이 끊어놓은 물길을 사용하기위해 자구책으로 물을 가두려고 보를 만들어 저수지를 만들었따. 허나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용양보는 용양늪지로 변모하여 두루미와 가마우지의 쉼터이자 숙소가 되었다. 용양보 너머 남방한계선이 자자락을 따라 깊이 패인 상처처럼 산줄기에 그어져 있고 그 너머에 북한군의 초소가 어른 거렸다. 보아도 눈으로만 보아야 하는 풍경이다. 다행스러운것은 이곳은 철원군에서 DMZ생태평화공원으로 선정되어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다. 그래서 생태평화공원방문자센터(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길 481-1/예약전화 033-458-3633)에 사전 예약을 하면 방문이 가능하다. 아직은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찾는 사람은 없고 자연스러운 풍경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얼마나 한적한 풍경인지 조용한 그 모습에 빠져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다. 


  용양보아래 또 다른 보가 있다. 보의 아래를 보면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에 수문을 만들어 놓았다. 기둥의 모습이 왠지 익숙하다. 이것은 옛 금강산가는 철길이 있었던 철교였다고 한다. 그 교각을 그대로 활용하여 보를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그래서 왠지 어색하지만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는 보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그나마 사진 찍는 것이 자유롭다 보에 의해 가두어진 강물은 저수지가 되었다가 나무가 저수지를 향해 뻗어 나와 늪지처럼 보인다. 그 곳을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하다. 사람이 보는 아름다움은 비슷한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으로도 간직하고 눈으로도 간직해도 시리지 않는 풍경이다. 여기에 다시 온다면 하루종일 해가 질때까지 머물다 갈 것이다. 그 고요함과 한적함, 마음에 힐링을 느끼는 풍경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기에...



빗속을 걸으며 열기를 식히다.


  다시 암정교를 거쳐 읍내삼거리 검문소를 거쳐 43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도로가 있어도 차량통행이 적어 걷기는 좋았다. 그저 빠른 속도로 걷는 사람들때문에 그 보폭을 따라 가려니 내 발바닥에선 불이 붙은 듯 뜨거운것이 문제였다. 뜨거운 해가 비칠때는 휴식도 필요하다. 아주 시원한 곳에서 방문자센터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때 우리조는 센터안으로들어가 신발을 벗고 대리석 바닥에 발을 대고 식히는 작업을 했다. 이렇게 해야 나머지 일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5일차의 30km의 장기 코스를 걷고난 후 힘이 생겼는지 20km 내외의 코스에서는 기운이 넘친다. 신이나고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느꼈다. 뜨거운 날이어도 비가 세차게 내려도 투덜대기 보다 그저 즐긴다. 비가오니 시원하다. 해가뜨니 하늘이 맑고 예쁘다 등등  비가오니 싫다. 지저분해진다 등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열기를 식혀주니 좋았으나 오늘 숙소에 도착하기 30여분 전부터는 강력한 샤워기에서 뿜어내는 물줄기처럼 강하게 내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걷는다. 시원해서 좋다고... 오늘 저녁 계속 비가 내릴 줄 알았는데 숙소에서 짐을 풀고 샤워하고 나온 사이에 구름은 걷히고 석약이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개운한 느낌의 저녁이다. 마음에 행복함과 힐링의 감정을 많이 쌓아놓아서 그런가 보다. 멋진 풍경과 바라만 봐도 즐거운 조원들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그렇게 일곱번째 날을 마무리 했다.



 에필로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훈장처럼 따라다니는 발바닥의 상처 들, 물집이 생기고 벌레 물려도 그게 불편한게 아니라 이길을 걷는내 생긴 영광의 상처이자 표식으로 인식을 한다. 그러면서 또한 허허하고 웃으며 넘어간다. 어려운 길을 걷기보다 평지의 길을 오래 걷다보면 달관한 듯 느낌이 올때가 있다. 걷는 명상이다. 이것이 길의 매력이고 즐거움 이다. 이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빨리 걷고 많이 걸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보이는 것들이 많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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