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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8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통일걷기 8일차

출발 : 쉬리 캠핑장

도착 : 철원 서울 캠핑장     


다섯번째 지역에 들어서다, 철원군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눈을떠도 편안하게 일어난다. 일상에서는 6시 기상이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잘 된다. 이 습관을 계속유지해야 하는데 말이다. 요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자신만에 시간을 갖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라클모닝이라고 이른 새벽부터 일어난다. 난 그렇게는 못하지만 6시 엘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여유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실천하려 한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오늘 걸어야할 길에대한 기대감으로 짐을싸고 비맞은 텐트를 뒤짚어 햇빛에 말리고 있다. 벌써 다섯번째 지역에 들어섰다.  지난 15일 고성을 출발하여, 고성 - 인제 - 양구 - 화천을 거쳐 철원군에 들어섰다. 앞서 지나온 지역에 비해 철원군을 지나갈때는 익숙한 지명이 표시판에 수시로 보였다. 그전에는 익숙한 지명이 많지 않은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철원까지는 자주 왔기때문일 것이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 당일여행으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구를 넘어서면 시간이 애매해진다. 인제는 고속도로와 접해있어 접근성이 좋아 철원을 다녀오는 시간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타지역은 그렇지 않다. 이번여행이 나에게 좋은 기회이자 설레임을 가져다준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하천제방을 따라 걷는다. 전에 몇 번 하천을 따라 걸은적이 있는데 모두 자전거용 길이다보니 딱딱한 바닥으로 인해 발바닥이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아쿠아트레킹화를 준비했지만 부어오른 발에 맞지않고 오히려 옥죄듯 발과 발바닥을 잡고 있어 신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코스는 화강을 따라 연결된 평화누리길 철원구간이다. 가장 마음에 든것은 포장길이 아닌 비포장길이라 건조하고 뜨거운 날이라 흙먼지가 날리기는 하지만 발바닥 만큼은 편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제방 한켠에 줄지어 서있는 벚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만큼은 천천히 걸으면서 하천과 맞닿은 하늘과 산하의 풍경을 실컷 보고 싶었다. 하지만 편한 길은 어느때보다 사람들의 전투적인 욕구(?)을 불러일으키는지 전속력으로 걷고 있다. 우리조는 그러거나 말거나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이또한 걷는 동안의 재미이다.


   조원 중에 박미선 누님이 발에 물집이 심하게 생겨 고생을 하고 있었다. 하루정도 걷는것을 쉬고 몸을 챙기라고 조언을 했지만 어김없이 아침 출발할때 보면 맨앞에 배낭을 메고 서 계신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걷는게 나을거 같아요. 쉬면 아쉽고 왠지 후회할것도 같고, 우리끼리 걸을땐 또 재미있잖아요.. 호호"


 같이 걸으니 서로 격려도 하고 안부도 묻고 하하호호 수다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걷는다. 그러니 발을 아파도 마음은 풍요로왔다. 서로의 경계가 점점 무뎌지고 친해져 동생처럼, 형처럼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 누님을 비롯해 조원들은 쉴때마다 양말을 벗고 찬바람으로 불붙은 발을 식힌다. 발가락 사이에는 반창고와 밴드가 한가득하다. 얼굴을 봐도 미소가 한가득이다.



민통선을 넘나드는 평화누리길 


  하천을 따라 걷는 길이라 생각하여 검문소를 지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창검문소앞에 다다르니 다시 민통선지역으로 진입하기위해 멈추어야 했다. 민통선지역은 돼지콜레라 때문에 방역이 한창이다. 소독약이 묻은 매트를 밟고 지나가야 하고 마스크와 방역복장을 한 채 소독약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공무원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번 검문소를 통과했지만 지날때마다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별다른 것이 없는데 북쪽에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사람의 통핸을 제한하고 있으니 이상하지만 당연한 곳이 여기이다.  민통선 안을 걸을 때마다 보이는 철책선만큼은 잠깐 보아도 눈에 꾹 박혀버린다. 저 가시처럼 늘어선 철선은 언제나 되어야 없어질까? 없어진다하더라도 지뢰가 많아 다니기도 어려울텐데... 그러한 곳에 두루미와 왜가리떼만 가득 보인다. 그래서 민통선안을 걸을 때는 해당지역을 관할하는 부대의 인솔장교가 나와 같이 걷는다. 그리고 전체일정을 총괄하는 합참에서 나오신 장교 한 분도 전 일정동안 동행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인사를 나누느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며 걷게 되었다. 어느덧 걷다보니 자주뵈었던 심중령님이 옆으로 지나간다. 인사를 나누고 또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다.


" 저기 보이는 곳이 남방한계선 인가요?"


" 예 맞아요. 저 선이 한계선이고 건너편이 북쪽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높은 산이 보이죠? 저기가 오성산인데 900여 미터가 넘는 높은 산으로 주변에서 가장 높아요. 그러다보니 쟁탈전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고 김일성이 자신의 장군들보다 더 귀하고 중요하게 생각한 산이였다고 해요. 주변보다 높기 때문에 우리쪽의 상황황을 감시하기 좋아요. 내려다보면 뭘하고 있는지 다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쪽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곳이 여기입니다."


  화강 건너편 산자락에 줄처럼 보이는 패인 흔적이 계속 이어져 있는데 이것이 남방한계선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옆에 커다란 오성산이 주변을 감시하듯 높다랗게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단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오성산에 대해서 알았을까? 길은 그저 걷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기본이 되는 방향을 알려주고 가는 방법을 말해주는 기본이다. 그 위에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주변에 문화, 역사, 생태와 관련된 이야기, 사람들이 쉬어갈 나무와 자연, 풍경, 바람소리와 새소리 등 느끼고 경험할 것이 많은 곳이 둘레길이다. 그저 걷는것만 추구하는건 초보자이다. 민통선 조차 얘깃거리가 많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이부근은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곳이다. 그리고 소소한 침략과 방어의 이야기가 많을 그런 곳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알면서 걷는다면 전혀 달리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국방부에서도 제대로 준비를 못했어요. 군대는 바보가 아니에요. 우리도 생각하고 어떻게하면 좋을지 고민해요.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곳을 지날때 많은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봐요."


  걷는 동안 심중령님이 들여준 말이다. 많은 얘기를 들으며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평화와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길 기대한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가고싶다, 폐쇄된 금강산철교


  보통 오전 8시에 준비를 하고 스트레칭과 당일 일정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나면 8시 20분 정도 된다. 그 이후부터 걷기시작하는데 점심 식사하는 오후 1시까지 걷는 거리가 약 15~20km 정도 된다. 그나마 더위가 덜할 오전에 많이 걸으면 오후 일정이 편하다. 장거리를 걸어야 하는 일정이어도 오후 3,4시면 마칠 수 있다. 그래서 오후에 쉴시간이 충분하고 빨래하고 말릴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된다. 이러한 일정을 맞추려면 쉬는 시간없이 계속 걸어야 오전에 20km 정도 걸을 수 있다. 쉬는 시간을 2, 3번 주면 그만큼 빨리 걸어야만 시간내 일정을 맞출 수 있다. 그러다보니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내가 빨리 걸어가던가 조금 무시하고 속도 조절을 하여 자체적인 쉬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래야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막상 쉴 장소나 식사장소에 도착하면 선두와 10분 이상 차이난 적은 거의 없다. 무얼 위해 빨리 걷는지 모르겠다.


 화강을 벗어나 도창리로 접어든 후에 점심식사를 하였다. 근처네 옛 금강산가는 기차의 철교가 있던 곳이라하여 식사 후 둘러보기위해 여기로 정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철교가 있는 곳으로 잠시 이동했다. 좁은 협궤의 낡은 철로였다. 한탄강 특유의 절리가 있는 절벽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보강하여 건널 수 있게 만들었다. 철교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금강산까지 이어진다는 이철교는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낡은 철교만 남아있어 기차가 다녔음을 상기시켜준다. 신기하게도 이철교는 전기동차가 다녔다고 한다. 디젤이나 증기전동차가 아닌 전차처럼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전기동차가 다녔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 철교위에 보면 전기를 흘려보내는 전선을 설치했던 시설이 보인다.  짧은 시간동안 머물렀으나 여운은 길다. 기념사진촬영때문에 단체로 줄서서 있었지만 모두 떠나고 나서도 일부는 아쉬움을 덜기위해 둘러보고 둘러보고 있었다. 나또한 모든 사람이 다 빠져나갈때까지 기다렸다. 좁은 철교위에서 여운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탕강의 풍경도 멋지지만 여기에 철로가 있었고 기차가 다녔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구슬펐다. 이제는 갈 수 없으니... 폐 월정리역에 가면 폭격을 맞은 기차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도 그런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북쪽과 연결된 철로가 많았음에 놀라웠고 다시금 연결되어 걸어서, 기차로 금강산과 백두산을 가고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철원속 작은 서울, 철원서울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금강산철교를 뒤로하고 오후 일정을 위해 숙소까지 걸었다. 이번 숙소는 민통선안에 있는 곳이라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서울캠핑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다. 철원에 웬 서울캠핑장?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명칭이 서울캠핑장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서울시가 지방의 폐교를 매입또는 임대하여 서울시민을 위해 캠핑장을 운영하는데 철원을 비롯하여 포천, 제천 등 8곳에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 한 곳이 여기 철원에 있는 서울 캠핑장이다. 서울캠핑장 웹사이트에서 예약 및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코로나상황때문에 일부는 운영을 안하고 있다. 사전 예약제이기때문에 사전에 미리 예약을하고 선정되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곳에서 가보고 싶어졌다.(https://blog.naver.com/seoul_camp)  


  오늘 일정은 20여 km가 넘는 길이였다. 화강을 벗어난 다음부터는 땡볕에 노출된 마을길과 도로를 걸어야 했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도 뜨거운 기운이 그대로 얼굴로 전해졌다. 땀과 섞여 피부는 점점 까맣게 변했다. 도착하고 나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고 자리를 잡는다.  데크가 부족하여 조장들은 파쇄석이 깔린 자리에 텐트를 쳐야했고, 일부는 데크위에 그늘막이 있는 곳을 선택받았다. 저런 그늘막마저 부럽게 느껴진건 처음이다. 숙소에서 정문을 향해 바라보니 철책선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건너편 북녘땅과 오성산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누가 옆에서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캠핑장에서 밥먹고 노는 것도 제내들은(?) 다 보겠죠? 왠지 감시당하는것 같은데요.. 하하하"


  이러한 농담도 할 수 있는 이곳에서 8일차 일정을 마쳤다. 새벽에 비가 온다고했는데 다행이도 비는 내리지 않고 대신 추운 가을 저녁같은 싸늘한 밤을 경험해야 했다. 이곳에서 캠핑생활을 원없이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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