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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9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출발 : 철원 서울 캠핑장

도착 : 고대리 자연휴양림 야영장     



금강산가는 또 다른 길


 길을 걷다보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 또는 지명이 있다. 나에게는 Camino, 또는 순례길이란는 단어를 듣거나 노란색 화살표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떨린다. 아련하게 전해오는 순례길의 추억이 깊숙한 가슴속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 말고도 또 하나가 있다. 한국에 있지만 갈 수 없는 곳이며 왠지 꼭 가봐야 할 곳, 평생의 버킷리스트에 올라가있는 장소라면 백두산과 금강산일 것이다. 특히 금강산이라는 단어는 더욱 애닳토록 만든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백두산은 아예 멀기에 가면 가는거고 아니면 못가는 거라 생각하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금강산은 아닌가보다.


  두타연을 지날때도 '금강산 가는 길' 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며 감격스러워 한다. 고성에서는 금강산의 줄기인 해금강을 보면서 감격했었다. 그리고 8일차 일정에서 만난 금강산철교를 보면서 또다시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었다면 오늘 일정에는 '금강산철길마을'이라는 곳을 지나갔다. 어제 만났던 금강산철교가 이어졌던 철길이 지나갔던 곳이란다. 그래서인지 저마다 마을입구에 있는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을입구에는 옛 철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해 놓기도 했고 철길의 작은 교량처럼 보이는 낡은 다리도 보였다. 아쉬운것은 좀더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하고 쫓기듯 걸어야 했다는 점이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조금만 더 있게 해주지..."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월정리역에서 북쪽으로

 

  금강산철길마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곳은 위성지도에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일반지도로 보면 얼추 알 수 있으나  로드뷰같은 서비스도 안되는 곳이다. 민통선안쪽이다 보니 다른 곳에선 상식적인 서비스나 상황이 여기서는 그렇지 못하다. 인솔장교가 선두에 서서 같이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이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한적한 도로변을 걸으니 깨끗한 공기는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어디에도 없는 'made in 민통선' 공기이다. 평화누리길 철원구간도 이곳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는 보다 더욱 안쪽으로 걸었다. 군부대의 협조가 있어서 남방한계선이 바짝 붙어있는 토교저수지위 제방길을 특별하게 걸는다. 이곳도 제한구역이다보니 일반인들은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인데 그런 곳에 우리는 걷고있고 호수 가로질러 북녘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한정된 범위로만 가능한 구역이다. 


  특별한 경험도 잠시 뿐,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는 백마고지전적비까지이다. 아직까지 많은 거리가 남아있어 모두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두루미마을을 거쳐 철원의 평화전망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위해 우산을 받쳐들고 걸었지만 열기는 가시지 않는다. 얼굴에도 열이 올라 땀이 비오듯 내리고 얼굴은 벌겋게 타들어 갔다. 그래도 좋았다. 같이 걷는 조원이 있고, 남들은 갈 수 없는 곳, 볼 수 없는 곳을 나는 보았다는 자부심이 컸기 때문이다. 평화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나절에 버스킹 공연까지 보다보니 충분히 쉴 수 있었다. 발바닥은 물집이 더 생기고 열이올라 신발을 벗고 차가운 대리석바닥에 데고 식히는 것이 유일한 현재로썬 발바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쉬고나서 우리는 아무나 갈 수 없는 소초가 이어진 길을 따라 남방한계선을 옆에 두고 걸었다. 철책선만 없었어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가로막는 철책선이 이렇게나 서글프게 보이다니...  월정리역에서 또 한 번의 휴식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녹슬은 기차가 보인다. 기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기차였으나 전쟁 시에도 끝까지 달리다가 폭격을 맞은 기차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더 갈 수 있었을 텐데 원래 경원선이 아니였던가? 서울부터 원산까지 이어졌던...


 월정리역에서 백마고지 가는 길은 민통선안 부대의 특별한 배려를 통해 질러가는 길을 걸었다. 아무나 볼 수 없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그런 길. 이런 길을 걸은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특히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부대내 소초를 거쳐 월정리역까지 걸어왔던 길은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았다. 그리고 갈라져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그러한 길이다.  통일의 길은 통일을 염원하고 기원하고 기도하는 길이다.     



조장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


 백마고지전적비에 도착했다. 숙소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고대리 휴양림으로 버스타고 이동한다. 역시나 숙소에는 땡볕이 내리쬐는 파쇄석위헤 녹색의 텐트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스탭진들이 급히 각 조장들을 호출한다. 뭔일이 있나 싶었는데조장들 고생했다고 실내 숙소에다 자리를 내어줬다. 오호라 이렇게 횡재하다니... 그런데 왠지 홀로 실내에 있으려니 조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얘기를 하니 잘되었다고 푹쉬라고 말해주신다. 이렇게 나름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 하루다. 그리고 걷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마지막 해단식날 각조 조장은 별도의 봉사상장을 수여받았다. 오랜만에 숙소에 있으니 편하긴 하다. 충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빨래 말리는것도 수월했다. 별거 아닌것이 오랜 야외활동에서는 모두가 특별해 지는 법이다. 작은 편의가 큰 선물처럼 느껴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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