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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11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출발 : 두루미마을 그린빌리지

도착 : 산머루농원 캠핑장     


텐트생활의 익숙함, 캠핑이란 이런거지...


  둘레길여행을 다니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숙박이였다. 먹는 것은 대충먹어도 숙소는 편하고 따스한 곳에서 자야한다라는 숙소우선을 외치던 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야외에서 자는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침가리에서 비박하던 경험이 변곡점이라면,  산티아고순례길에서 보낸 숙박의 경험이 방점이 되었다. 이후 몇 번에 캠핑을 경험하면서 하나둘씩 모은 장비가 미니멀 캠핑할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캠핑을 나서려고 할때마다 날씨탓을 하면서 미루었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것은 힘들게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니... 이번 통일의 길 행사에서 장기간 캠핑의 경험을 누렸다. 비가내려 불편함에도 어쩔 수 없이 견디어야 했는데 오히려 아늑한 텐트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중 캠핑을 보내기도 했다. 달구어진 텐트안을 들어가지 못하고 그늘진 밖에 앉아 조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불편하지만 공동 샤워장에서 씻고 식사하던 것이 캠핑의 경험이다. 못해본 것이 있다면 캠프화이어, 요즘 말로 '불멍'을 못해봤다는 것 뿐이다. 13일의 기간 중 12박을 텐트에서 보내다 보니 추운 날도 있었고, 시원하게 잠들었던 날도 있었다. 나만을 위한 작은 텐트이지만 편하고 누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캠핑의 경험을 마음껏 누렸던 기간이었다.



 그리팅맨이 있는 옥녀봉아래 숲길


  철원에 이어 연천군에 들어섰다. 철원을 지나갈때 보다 익숙한 풍경이 많아서 인지 마음이 편해진다. 낯설음보다는 익숙함이 지배하는 곳이 연천군일 것이다. 오늘 가야할 곳은 평화누리길 연천군 구간중 12코스에 해당하는 옥녀봉 아래 숲길을 걷고 군남대을 지나서부터는 임진물새롬랜드까지 자전거길따라 걷는 구간이다. 이리저리 둘러둘러 가기보다 직선으로 쭈욱 뻗어가는 길이여서 단순하다 싶을 수 있으나 임진강을 풍경삼아 마음을 잔잔하게 다듬어주는 길이다. 그리고 옥녀봉아래 숲길 구간은 다시 와보고 싶었던 구간이였는데 이번에서야 다시 밟게 되었다. 조금 달리 임진강이 보이는 능선으로 걸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옥녀봉위 그리팅맨은 여전히 아래쪽을 보며 인사하면서 우리를 반겨준다. 옥녀봉구간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임진강이 보이는 능선과 반대쪽 능선이 있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 시원하고 조용하게 걷고 싶으면 임진강이 안보이는 코스로 가면되고 따가운 햇빛과 탁트인 풍경를 마주하면서 걷고 싶다면 강변이 보이는 능선으로 가면 된다. 이번에는 탁트인 풍경이 보이는 곳으로 걷고 있다.  한동안 인적이 없었는지 둘레길 위에도 화초가 무성하게 올라왔다. 특히 숲길 양옆으로 가득메운 개망초꽃이 길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두루미마을에서 군남댐으로 이어지는 숲길 코스는 오랜만에 흙길을 밟아보게 하는 구간이라 발이 너무나 편하다. 뜨거운 기운도 없고 푹신한 흙길의 느낌도 좋았다. 오늘도 오전에는 후미를 따라 걷는다. 오전동안 발목 부근이 뻐근하여 풀리지 않는다. 하루이틀 걸으면 더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계속 발목부근이 뻐근하다. 그러다보니 후미에서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루틴이 되었고 그러는 사이 후미를 담당하는 자칭 스탭 중 넘버3라는 후미스탭분과는 많이 친해졌다. 아침에 안보면 섭섭해(?)할 정도로... 서로 대화하며 즐겁게 걷고 있는데 선두와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감탄사가 들려왔다. 아마도 숲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듯 하다. 그러면 대부분이 당연하게도 눈에 담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남기기위해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나또한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 당연한것이고 감흥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에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후미에서 걷던 자칭 신부라는 사람이 큰소리를 낸다. 빨리 걸으라고 그래야 여기를 지나갈거 아니냐고 말이다. 재촉이라기 보다 호통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다. 그렇게 빨리가서 뭘할까? 그래봐야 5분도 차이나지 않는데...     


 “걷다보면 천천히 갈 수도 있죠. 빨리 가면 뭐하나요? 사진도 찍고좀 그래야죠.”     


“그래도 뒤엣사람 빨리갈 수있게 해야할거 아니요. 이게뭐야.. 그래서 이렇게 소리좀 질러줘야 한다니까...”


 같이 걷는 동지가 아닌 호통을 치고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저사람이 신부라는 것이 의아하다. 저렇게 여유없고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땡중이 있듯이 땡신부도 있는가 보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것은 잘못된 것이아니라 본능적인 행동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아!"하는 감탄사가 나올때 사람은 가장 많이 치유가 된다.



숲길에서 자연을 음미하다.


 평화누리길을 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연을 접하기보다 그냥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은듯한 둘레길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누리길의 70% 이상이 시멘트길 아니면 아스팔트길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이러한 길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연의 품속에 들어가 휴식하듯 걷고 싶어한다. 그래서 숲이있고, 비포장의 흙길을 좋아한다. 평화누리길에서 그나마 자연속에서 걸을 수 있는 구간이 임진강 적벽나루길 구간과 여기 옥녀봉아래 길일 것이다. 그래서 이 구간을 좋아한다. 시원한 그늘도 있고, 탁트인 풍경도 볼 수 있고, 길 중간에 놓인 벤치에서 쉬어가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여기이다.  좋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에서는 흥분을 가라앉혀주고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세로토닌 분비가 많을 수록 사람은 치유가 된다. 실제로 면역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피톤치드가 많이 분비되는 편백나무숲이나 잣나무숲에서만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멋진 풍경과 그걸 감상할 여유, 바람의 소리, 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듣다보면 어느새 치유가 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상쾌해지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치유의 과정이다. 그러니 굳이 빨리 걸으며 널려있는 자연 비타민제를 안 먹고 갈 이유가 있을까? 자연을 음미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이는 대로 감흥을 느끼면 된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평화누리길에서  자연을 음미하고 있다.



 둘레길을 대하는 방법


  옥녀봉 구간은 금새 끝났다. 물론 두어시간 이상을 걸었지만 왠지 짧게 느껴진다. 그리고 군남댐이 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임진강옆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다행이도 일부는 제방위에 벚나무가 심어져 그늘아래로 햇빛을 피해 걸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땡볕이 비친다. 그나마 다행인건 걷는 동안 수다삼매경에 빠진 조원들과 함께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첫날 걸었을때 보다 훨씬 가까워진 사이가 되어 형님, 아우, 누님이라 불으며 친형제간처럼 끈끈해져 갔다. 임진강물새롬랜드에서 휴식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도 그늘이 없어 잔디밭 귀퉁이에 앉아 자리를 펼치니 버스기사님이 따오신 상추와 깻잎 등을 내놓고 기다리신다. 그것도 우리조에게만 말이다. 덕분에 한상 차려신 쌈밥정식같은 맛깔난 식사를 했다. 이것도 조원 중에 은자누님의 사람을 끄는 매력을 발산하여 이뤄낸 성과(?)이다. 이렇게 하하호호하며 휴식을 끝내고 이어서 숭의전이 있는 곳까지 걷는다. 하지만 오늘까지는 무리하지 말자하며 중간에 숙소로 들어왔다. 

발바닥의 재생을 위해...


  길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저 길이 있으니까 걸어야하고 빨리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왜 빨리 걷냐고 하면 땀을 흘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다.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땀을 내야 운동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어느 부류는 길에서 쉬엄쉬엄 걷기를 바란다.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벤치에서 쉬면서 차 한잔 나누기도 하면서 말이다. 왜 이렇게 걷냐고하면 빨리 걷는게 재미가 없단다. 그리고 힘들어서 그리 걷는게 안된다고 한다.  또 어떤 부류는 숲길만 찾아다니는게 아니라 차도옆을 따라 걷기도 한다. 둘레길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국토종주한다 그러면 당연히 도로옆을 걸어야만했다. 그저 어느 목적지로 가기위한 통로로 생각하는 것이다. 길은 대하는 사람에 따라 같은 길이어도 다르게 표현한다. 어떤 목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느게 맞다고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취향차이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즐기면서 걷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추억을 남긴다는 점이다.  어느 걷기여행 동호회를 가면 오로지 걷는데만 집중한다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그리고 종료지점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면 만족스런 표정이 아니다. 그저 그들을 만족스럽게 하는것은 뒤풀이자리에서 술 한잔일 뿐이다. 하지만 나하고 다녔던 사람들은 끝나고 나면 아쉬워한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그리고 다음에 또 오자는 말을 한다. 이러한 것이 길에서 느끼는 즐거움이자 길을 걷는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통일의 길을 걸으면서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 그들이 대하는 길의 모습은 다를바가 없었다. 결국 웃음가득히 하루를 마감하여 숙소로 들어오는 조는 내가 이끄는 2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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