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하더라도 좀더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곳을 걷고 싶을때가 있다.
숲속을 걸으면 상쾌한 공기가 마음을 씻어주지만 찬기운 때문에 오랫동안 머물기가 망설여 진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걸을 수 있는 곳... 잠깐 이라도 벤치에 앉아 쉴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고민해 본다. 결국 서울에서 가까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를 찾아가는 다산길이 답이였다.
다산길은 남양주시 주요 산과 숲을 연결해 놓은 둘레길이다. 유일하게 1코스가 한강을따라 운길산역까지 걸어갈 수 있다. 옛 폐철길의 정취는 느낄 수 없지만 나름 남아 있는 철교와 폐역사가 위로가 된다. 여기 구간은 가로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여름이나 봄에 걷기에는 무척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겨울이야말로 걷기 제격인 곳이다. 따스한 햇빛이 그리울때 말이다.
팔당역에서 출발하여 절반쯤 지나는 곳에 만나는 터널... 사람이 지나가야만 불이들어오는 여기는 나름 비바람을 피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겨울에는 찬기운을 잠시 떨칠 수도 있다.
팔당역에서 출발하여 2/3즘 되는 곳에 폐역사인 능내역이 자리하고 있다. 휴식과 옛 역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게다가 주변에 식당과 자전거 수리, 대여하는 곳이 있어 하절기에는 꽤나 붐비는 곳인데 겨울인 지금에는 한적하기만 하다.
가끔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가기위해 잠깐 쉬어갈 뿐이다.
다산길은 운길산역에서 1코스가 멈춘다. 이어서 다른 코스로 갈 수 있지만, 남은 시간은 두물머리로 향하기로 한다. 따스한 햇빛을 더 받기도 하고 아스팔트에 피로해진 발을 푹신한 흙길을 통해 피곤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옛 중앙선의 철교였던 양평철교를 건너 양수리로 접어 든다. 호텔 델루나에서 삼도천을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강을 건너는 철교의 배경이 이고 구 양평철교이다. 지금 다시 걷는 다면 드라마 장면이 겹쳐 저승으로 가는 뜻밖에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철교를 건너면 양평군 물래길과 만난다. 이제부터는 낙엽과 억새꽃이 사그라든 너른 흙길의 평지를 걷는다.
생태슾지공원길을 30여분 걸어가면 새롭게 조성된 두물머리 표석이 있는 두물경에 다다른다. 여기가 진정한 북한강과 남한강이 조우하는 현장 앞이다.
해가 지는 모습을 뒤로하고 옛 두물머리 공원과 양수역을 향해 걸어간다. 따스한 햇빛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지만, 한강에 비친 붉은 노을이 그나마 온기를 전해주는 듯 하다.
잔잔한 남한강이 한폭의 한지가 되어 하늘이 보여주는 색감을 그대로 구현해 놓는다. 자연이 만든 데깔꼬마니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