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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여행] 숨은이야기를 찾아 - 봉정사와 동관왕 사당

 안동을 찾은 이유


 가끔 가야할 곳이 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또는 일정이 겹치다가 지냥 지나쳐버린 경우가 종종있다. 꼭 가야한다기보다 왠지 가봐야 할 그런 곳중에 하나가 안동이다. 아마도 KTX이음이 개통되었다는 말에 안동여행을 다녀와야지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시 한 번 다녀와야할 이유가 생겨 열차 티켓을 지르고야 말았다.


 "여행은 이렇게 떠나야 하는거야!"라는 마음으로...


  둘레길만 찾아다니다보니 지역의 동네, 도심을 찾아가는 여행은 많이하지 못했다. 그저 지나쳐가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안동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이유는 관왕묘를 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역사책에서 보아왔던 봉정사 극락전을 마주할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선택한 여행지가 안동이다.


  오랜만에 이른 아침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전기동차가 이끌더니 영주역에서는 디젤동차로 바뀌어 운행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직 아랫 지역은 전철화가 덜 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2시간 45분 만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첫 인상은 역시나 고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역사의 모습이었다. 한문으로된 현판과 한옥의 석가래와 들보를 연상케하는 모습이 전통을 고수하는 지방의 도시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주의 한옥 톨게이트 이후에 느껴본 생경스럽지만 멋드러진 모습이다.


 안동역을 나와서 처음 찾아간 곳은 봉정사이다. 안동역 맞은편 안동터미널에서 한 시간 단위로 봉정사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시간을 맞추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버스타고 20여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봉정사이다.



 기도하며 명상하며 나를 찾는 시간...


  봉정사 입구에서 매표를 한 뒤에 찬찬히 걸어올라가면 일주문이 나온다. 그리고 만세루를 따라 대웅전 앞에 들어섰다. 청명한 예불의 소리만 사찰에 울려 퍼졌다. 대웅전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해가 될까봐 밖에서만 기웃거리다가 극락전으로 이동했다. 극락전은 삼국시대 지어진 목조 건축으로 수리할 때 고려때 중축한 기록이 발견되어 가장 오대뢴 목조건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단청의 색감이 남아 있어 대웅전보다 근래에 지어진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건물 내부의 모습과 공포양식을 보니 익숙한 모습이 아님에 오래된 건축물임을 유추할 수 있다. 오래된 목조 건축은 기둥을 봐도 남다르다. 나무가 오래되어 딱딱하다 못해 기둥을 두드리면 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적이 드물어 조용한 사찰 극락전에 홀로 들어와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요즘은 단순히 사찰에 들어와 둘러보고 외향의 모습만 보는게 아니라 나의 내부를 다듬기위해 명상기도를 하곤 한다. 조용한 사찰은 나를 들여다보기 좋은 조건을 갖춘 곳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멀리서 스님의 예불 올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극락전에서 내려다 보면 새로 지은 건물이 보이는데 템플스테이하는 곳이다. 그곳에 머물면서 좀더 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봉정사는 명성에 비해 소규모의 사찰이다. 유명한 사찰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여러 전각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봉정사는 그렇지 않다. 대웅전과 극락전만 규모가 있을 뿐 삼성각과 고금당 등은 작은 규모의 선원과 요사채이다. 삼성각은 삼신과 함께 7명의 저승대왕이 그려져 있다. 어찌보면 삼성각에 명부전의 모습이 섞인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대형 사찰이라기 보다 암자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엘리자베스여왕 2세가 다녀갔다라는 이유만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지만 보다 봉정사를 찾게된 근원적인 이유는 소박함과 고요한 기도도량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봉정사 경내를 들어가는 만세루의 돌계단 길이다. 하나하나 밟고 올라갈때마다 깨달음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보는 여행도 좋지만 스스로에게 내면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여행지로써 사찰은 꽤 괜찮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한 시간여 둘러보고 법당안에서 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내려올때 보이는 길은 올라갈때 보았던 길과 겹쳐 보인다. 그저 편안하고 뿌듯함을 갖고 내려간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안동에서 관운장을 만나다.


  봉정사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올 수 있다. 안동중학교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학교건물을 돌아 경덕중학교를 찾아 오면 찾을 수 있다. 서악사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 옆에 가파른 계단이 보이는데 관왕묘사당 입구로 들어가는 계단이다.  관운장의 사당은 지방에 4곳이 있다고 한다. 안동을 포함하여 남원, 강진, 성주에 각각 있고 서울에는 4개의 동서남북 관왕묘가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모두 없어지고 동관왕묘만 남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묘가 그 곳이다. 정확한 명칭은 동관왕묘라고 해야하는데 동묘로 축약되어 불리우고 있다.  안동의 관왕묘는 조선시대 명나라 장수 설호신이 들어와 지었다고 한다. 계단에 올라서면 사당문에 '무안왕묘(武安王廟)'라는 현판이 있는데 무안왕이 관우의 호라고 한다.


   원래의 위치는 안동부성(安東府城) 서쪽의 안동향교 맞은편 목성산 기슭에 봉안했었으나 지역 유림의 반대로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가파른 낮은 산자락에 위치하다보니 삼문을 통해 사당까지 올라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지금은 삼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 와보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된다.  다른 관왕묘에 비해 안동의 관왕묘가 유명한 이유는 관우의 석상을 만들어 사당에 봉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내 역사는 외지인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임진란에 조선을 도와주려 들어왔던 명나라 군사의 일부가 돌아가지 않고 조선에 머물며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 신앙의 대상인 관우의 사당이 들어오게된 것이다. 어느 한 무리가 들어오게 되면 단순히 사람만 들어오는게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문화가 같이 들어온다. 그리고 섞이어 자리를 잡는다. 한국인들에게는 관왕묘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자 자신들의 신인 관우를 여기서 만날 수있다는 경외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동의 관왕묘는 관리가 부실한듯 낡은 건물에 창호지문이 너덜너덜하다. 이대로 놔두면 삭아서 무너질듯 하다. 차라리 개방하여 사람들이 쉬고 찾아볼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동묘는 자주 가봤지만 지방에 관왕묘를 찾아보게된 건 신기한 경험이다. 중국의 문화 일부가 멀고먼 안동과 강진까지 전래되어 왔다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여행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하는것을 부정하기보다 끌어앉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사당앞에 서서 안동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마저 조용하게 고요있는듯 했다.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을 단순히 사당이 아닌 안동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좋은 장소로 소개해도 좋을 듯 싶다.



같은 길, 그러나 같지 않은 길.


 원하는 곳, 바라는 곳을 찾아가는 길은 힘들다. 어떻게 가야할지도 모른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실마리를  찾아내면 그나마 찾아가기 수월해진다. 안동에 자가용없이 찾아가려니 막막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좋은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검색이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찾아갈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마침내 다다른 장소는 쉽게 접근을 거부한다. 숨죽여 자신의 오만함을 내리고 겸손해 하는 마음을 가지며 올라오게 한다. 이는 강제가 아닌 스스로 겸손하라고 넌지지 얘기하는 것이다. 봉정사에서 대웅전 갈때도 비스듬 경사길이 아닌 옛 사람들이 기도하며 찾아왔을 만세루 따라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섰다. 그리고 낮은 누각 아래를 허리를 굽혀 지나가야 한다. 


  관왕묘 사당 삼문앞에 다다르는 길도 비슷하다. 산자락 밑에 비스듬하게 서있는 사당까지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찾아가는 길은 힘들지라도 그곳에 다다랐을때는 성취감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 깨달음을 찾아가는 것도 이렇다. 힘들다고 중간에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그저 꾸준히 꿋꿋하게 이겨나가야만 무언가를 얻는다. 이번 안동여행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예전 답사 여행을 즐기고 확인하고 준비하기위해 갔었다면, 지금에 답사여행은 깨달음이라는 주제가 더해졌다. 사람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길위에서 무얼 말해줘야할지 얻은 셈이다.



 관왕묘가 있는 곳은 기운이 좋은 곳일까?

 

 관왕묘가 있는 곳은 태화동이다. 너른 평지에 바둑판처럼 계획된 동네처럼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무당들이 신점을 보는 곳이 많았다. 기운이 좋아서 일까? 영험한 관우의 기운때문일까? '태화'라는 지명도 심상치 않다. 신라 진덕여왕 즉위 후 사용하던 연호가 태화(太和)라고 하며, 중국의 북위 효문제가 사용하던 연호였다고도 한다. '태화'는 크고 화합하여 흥하게 하자라는 뜻을 품고 있다. 그래서 안동은 조선말 사대부의 권세가 크게 휘두르는데 좋은 땅에서 위인이 많이 출현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돌아가는 길은 KTX-이음을 이용했다. 서울 청량리까지 2시간 만에 들어오는 고속철이지만 의자는 불편하다. 왠지모르게 조금더 시간 걸리더라도 넓고 편한 무궁화호가 그리웠다. 빠른것도 좋지만 여행에 있어서는 편한 교통편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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