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에 대한 기억은 처음으로 지리산에 올라가기위한 만낭의 장소로 남원역에 새벽에 도착했다는 것과 지리산 둘레길이 생기고 답사하기위해 운봉과 주천, 인월지역에 갈때 거쳐갔던 기억이 전부이다. 다시 남원을 찾게된 이유는 관왕묘에 꽂혀 안동 다음으로 찾아가보고 싶었던 곳이 남원이였다. 지방에 관왕묘는 안동, 남원, 성주, 완도쪽에 있다고 하는데 안동과 남원에 있는 관왕묘만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기에 찾아보려 한 것이다. 전주 남고산아래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관성묘사당이 존재한다. 이처럼 관왕묘는 전국에 제법 많이 있다.
남원 여행의 시작은 관왕묘를 찾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남원여행의 시작은 관왕묘였다.
전라선의 복선화가 이루어지면서 남원역은 시내중심에서 외곽으로 옮겨졌다. 기차에서 내려 시내로 진입하는 버스를 기다리려니 노선은 많지만 대부분 남원시 외곽을 운행하는 버스다. 게다가 배차시간도 길어 15분 이상 기다렸는데도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는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줄지어 서있는 택시를 집어타고 시내 중심에 있는 관왕묘로 이동했다. 시장사거리 앞에서 내려 정성한의원 오른편에 홍살문이 세워져있고 그 옆에 '남원관왕묘'라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장소인지 관심이 없는듯 무심히 지나간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삼문이 마주한다. 굳게 닫혀있는 문이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음을 대변해준다. 어쩔까 하다가 양옆 골목을 따라 둘러봤다.
낮은 담벼락 넘어로 관왕묘사당이 보인다. 삼문을 들어서면 양옆에 동재와 서재가 있고 다시 작은 출입문을 들어서면 사당이 존재한다. 단청이 퇴색되어 오래된 건축물임을 느끼게 해준다. 남원의 관왕묘도 임진왜란 때 남원에 주둔하였던 명(明)나라 장군 유정(劉鋌)이 선조 31년 남원부(南原府) 동문 밖에 세운것이 시작이었고 몇 번의 이전을 통해 영조 17년 당시 남원부사로 근무하였던 허린(許璘)에 의해 현재의 위치로 옮겨 졌다고 한다. 지금은 주변 건물에 둘러쌓여 존재여부를 알 수가 없다. 삼문옆 돌담도 주변 건물과 맞대고 있어 보존한다기보다 공존하는 모습이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전체를 둘러보기가 참 애매하다. 결국 홍살문 밖으로 나와 시장 사거리에서 왼쪽길따라 공영주차장까지 가서야 낮은 담넘어 사당을 온존히 볼 수 있다. 실내를 보는것은 어렵지만 이렇게 존재성을 아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나의 민족으로 나라가 이어왔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에 정착한 이민족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음을 보게된다.
뭔가 아쉬움이 있다. 관왕묘를 확인한것만으로도 좋지만 남원시내를 제대로 알지 못한것이 아쉬움인지 그저 발길따라 골목길을 다녀보기로 했다.
남원 다움관에서 남원다움것을 찾다.
일단 찾아간 곳은 오일장시장이다. 시장이름 또한 남원다웠다. 월매야시장과 그옆에 춘향골시장이다.시장규모는 제법 컸지만 날짜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비어있는 시장을 둘러봐야 했다. 말 그대로 가는날이 장날인 셈이다. 춘향골시장의 장날은 매월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이다. 무작정 골목을 따라 걷다가 좁은 골목안을 들어섰다. 벽화가 가득한 골목길 벽면을 둘러보다 '남원예촌 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났다. 어디를 둘러봐야 할지 명확하게 계획한 순간이다. 벽면에 그려진 벽화를 보면서 처음 다드른 곳이 '남원다움관'이다. 남원에 남아있는 옛기록을 모아서 전시하고 보존하는 곳이란다. 지금도 소소하게 전시회를 하고 있으며 지금에 주제는 '천의기억 짓다'이다. 197,80년대 남원에 살았던 여성들의 의복을 재현하고 그당시 맵시를 뽐냈던 모습의 사진을 천에 인쇄하여 전시하고 있다. 게다가 남원시내에 남아있는 옛 모습의 건축물을 드로잉그림으로 그려바닥에 소개하고 있다. 그려진 그림속 건물은 지금도 남아 있고 일부는 용도가 변경되어 사용중이란다. 어여쁘게 남은 건물이 제법 많구나 하면서 남원을 어떻게 해설여행으로 잡으면 좋을지 한편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움관 2층에는 옛 모습의 미용실, 사진관 등을 재현해 놓았고 특이한 것은 파노라마 화면이 갖춰진 인력거 체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면을 보면서 옛 남원의 시가지를 둘러보는 체험으로 여타 지역에서는 없는 신선한(?) 아이템이다. 다움관 밖에는 추억속 만화 주인공인 찌빠부터 머털도사까지 작가의 친필 사인이 곁들여져 벽화로 그려져 있다. 이또한 찬찬히 둘러보는 쏠쏠한 재밋거리이다.
여기외에도 다움관 주변 골목길에는 무협만화, 순정만화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한 골목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골목의 아기자기함과 벽화가 잘 어울리는 조합을 가졌다.
그리고, 다움관을 지키던 두 분의 큐레이터 덕분에 좋은 책자 자료도 얻고 이야기를 들으며 골목길여행 코스를 정할 수 있었다.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역시나 여기서도 이몽룡과 춘향이의 동상은 빠지지를 않는다. 그런데 왜 저리 떨어져 앉혔을까?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앉아서 사진을 찍으라고 배려한 것이겠지만 동상 조차도 같이 할 수 없는 이 둘의 관계는 참 애처롭게 보였다.
골목에서 찾은 남원의 매력
남원은 의외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산옛도심은 관광을 위해 정돈하고 가꾼 동네라면 남원은 날것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그 안에 옛건물과 신축건물이 공존한다. 다행스러운건 흉측한 아파트와 고층건물은 보이지 않아 낮은 곳에서도 남원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원옛 역사 주변이 구도심이며 이곳과 춘향골공동시장 주변이 주로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남원은 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적상가옥형태의 집과 한옥이 공존하는 곳이자 많이 남아있다. '남원 예촌거리'라고 불리우는 쪽 주변만 돌아봐도 타임머신타고 7,80년대를 거니는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광한루와 남원예촌한옥호텔 근방으로 사방으로 펼친 골목골목을 따라 거니는 재미가 있다. 다움관에서 살짝 보았던 이쁘장한 건물도 근방에 있다. 특히 쌍교동 성당은 전주 전동성당이나 아산의 공세리 성당만큼 이쁘고 옛스럽다. 실내는 단순하지만 벽돌로 지은 옛모습을 갖춘 성당이 쌍교동성당이다. 도로변을 따라 걸어가면 편히 당도하겠으나 좀 더 여유롭다면 주택가 사이 골목길따라 가보는것이 더 낫다. 소음도 없고 낮은 검은 기와 지붕이 줄지어 서있는 건물들이 감성을 일깨워 준다. 도로변에 옛 한옥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운영하는 곳도 제법 많은데 보는 내내 차 한잔 마시고 가면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끌림이 있다. 그중에 '화정동커피' 카페 건물이 가장 이쁘다. 향나무가 문앞에 양 옆에 서서 맞이해주는 벨보이처럼 보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내가 남원을 찾아간 날은 가보려고 했던 식당과 카페가 모두 휴일이었다. 목요일은 이곳에 가면 안되는 날인가보다.
바람부는 날이지만 골목따라 도로따라 걸어도 추위보다 보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2시간여 남원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추위가 느껴져 빨리 피신(?)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날이 따뜻했다면 더 많이, 남원향교까지 돌아봤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남원역으로 돌아가야했다. 구시내는 버스가 다니는 길이 한정적이다. 시장통이 있는 도로변으로 나와야 시내버스를 만날 수 있으며 배차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 불해히도 스마트폰 지도앱을 사용해도 버스배차시간을 확인하기 어렵다. 버스 정류장에 가야만 확인이 되며 버스의 노선번호도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물어보고 움직이는 것이 안전할 방법일 것이다.
버스타기위해 돌아가는 길에 남원시에 있는 검찰지부와 법원의 건물이 나란히 있는 곳을 지나갔다. 신기한 것은 검찰의 건물은 모든 층이 쇠창살로 가리워져 있으나 법원은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도망갈 놈들이 많아서 잡기위함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파헤치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서인건지? 반대로 법원은 공평한 판결을 내리기위한 곳이라 판결이 나기전까지 범죄자가 아니기에 가둘필요가 없어서 쇠창살을 두지 않은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던 어떤 여성분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다가 물어본다.
"왜 여기 사진을 찍으세요?"
" 저 여행작가인데요. 글 쓸때 사용하려고요."
더는 아무말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이럴때는 작가라는 말이 참 용이하게 쓰인다.
남원시내를 둘러보니 특이한 주택건물이 자주 보였다. 하나의 건물에 빌라처럼 여러 세대가 살고 있는데 신기한것은 반대편에도 현관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건물에 두 세대가 벽을 맞대고 나란히 붙어 있는것이다. 어떤 용도로 만든것인지 알 수 없으나 궁금함이 가득 올라온다. 아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기를 기원해 본다.
이렇게 짧고도 긴 남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볼거리 많은 곳으로 4일 또는 9일의 장날에 맞춰서 온다면 먹고 보고, 즐기는 여행지로 충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