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 미국에서 냉동김밥이 대박유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야 김방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행동식이자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이러한 음식이 미국에서는 유래없는 호황에 너도나도 구해서 먹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김밥이 점점 고급화, 건강식단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1,500원이면 구매할 수 있었던 김밥은 지금은 5,000원이상 판매하는 김밥도 많다. 게다가 속재료도 더욱 다양화되어 참치뿐만 아니라 삼겹살이던 불고기이던 다양한 토핑으로 무장된 김밥이 편의점이나 김밥전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바람이 불면서 저탄고지 식단이 소개되면서 김밥에서도 저탄고지식(ketogenic) 식단으로 구성한 김밥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곳은 '보슬보슬'이라는 김밥전문점이다. 계란지단이 많이 들어가고 밥이 살짝 깔리는 형태이다. 거기에 단무지로 간을 맞추었는데 경주의 '교리김밥'이 아주 담백한 맛이라면 보슬보슬의 김밥은 단무지의 짭조름한 맛이 간을 맞춰주고 있다. 기본적인 김밥에서 계란이 많이 들어간 김밥이 차이점이다.
최근에 알게된 곳 중 또 다른 곳이 '키토분식'이다. 요리에 진심인 대표가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키토김밥은 몇 군데 없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맛있다는 평이 나오는 곳이다. 얼마전에 강남 먹자골목쪽에 키토분식 강남스타점이 오픈했다. 그래서 맛이 궁금하여 찾아가 봤다. 물론 내돈내산으로 먹어본 후 쓴 글이다.
일단 메뉴판을 보면 다양하다. 분식집익라는 이름에 걸맞게 김밥과 라면, 떡볶이, 덮밥류로 구성되어 있다. 김밥 메뉴는 기존 김밥집에서 보던 모양과 속재료가 아니다. 키토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채와 육류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다. 김밥을 선택할때도 기본은 밥이지만 추가 토핑하면 계란지단 또는 메일 또는 건두부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거기에 김밥을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류가 있는 것이 특이한데 이것도 선택하여 여러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다. 김밥계의 '서브웨이'같은 느낌이다.
주문은 키오스크와 테이블에 있는 오더메뉴판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주문하면 자리로 음식을 가져다 준다. 키토식을 먹으러 왔으니 밥보다는 계란지단을 기본으로 한 김밥을 선택하고 단순히 김밥만 먹기에는 아쉬워 A세트인 묵은지참치김밥과 미니비빔곤약면을 주문했다. 금액은 13.300원으로 조금 비싼듯 했으나 메뉴를 접하고 나니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일단 보기에 음식이 푸짐해 보인다. 그리고 김밥의 색감이 너무나 이쁘다. 보슬보슬김밥이 계란지단색만 보이는 반면에 키토분식은 색감이 다채롭다. 녹색과 붉은 당근이 어우러져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밥이 들어가 있지 않으니 대부분 채소와 단백질인 참치와 계란 뿐이다. 담백하지만 나름 맛깔스럽다. 참치김밥에 보통 마요네즈가 엄청 들어가는데 이곳의 참치김밥에는 마요네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샐러드에 들어가는 드레싱같은 소스가 들어가서 싱겁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간을 맞춰준다. 양이 많아보여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밥대신 계란과 채소가 주류이기 때문일 것이다.
곤약면은 매콤하다. 여기에 차돌박이가 얹혀져 있어 고기싸먹는 냉면같다. 적당한 매콤함이 더해져 순한 김밥과 잘 맞는다. 맵다 싶을 때 김밥하나 먹으면 되니까. 샐러드 채소가 많다보니 제법 배부름을 느끼게 해준다. 김에 말았으니 김밥이라고 하겠으나 자세히 보면 김은 그저 채소와 재료를 묶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건 김밥이라기 보다 마일드한 비건식 한끼 식사이다.
키토분식의 다른 메뉴가 궁금하여 2가지를 더 맛을 보았다. 첫번째는 계란지단대신 두부피로 감싼 우엉김밥이다. 두부피라서 부드럽다 생각했는데 살짝 질긴감이 있다. 그러나 부드러웠다면 김밥을 싸긴 힘들었을 것이다. 중식당에 가면 건두부와 고기싸먹을때의 식감과 비슷하다. 단지 소스가 달라 느끼하기 보다 깔끔하다. 전혀 부담스럽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부드러운 계란지단이 마음에 든다.
두번째는 불고기 김밥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불고기김밥과는 결이 다르다. 편의점불고기김밥은 일단 간이 세다. 짬쪼름한 맛이 강한데 키토분식의 불고기김밥은 그렇지 않다. 간이 있어도 채소와 계란이 이를 잡아준다. 딱 적당한 간이 베어 있다. 짜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폭신한 계란지단이 입안에서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먹어도 질리지는 않는다. 역시 가장 먹음직 스러운 부분은 김밥의 꼬다리이다. 재료가 김밥 밖으로 넘쳐나와 중간부분보다 더 실한 느낌이다. 재료가 풍성하니 입안에 꽉 찮다. 교리김밥이 계란이 들어간 것에 비해 싱겁다고 느껴질정도로 담백하다. 하지만 여기 김밥은 소스를 잘 쓰는것 같다. 그래서 싱겁기보다 적당한 간이 베어 맛을 올려준다. 먹다보니 다른 메뉴가 궁금해 진다.
전체적으로 키토분식의 김밥은 다른 곳에 김밥과는 다르다. 처음에는 좀 비싼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먹고나면 값어치를 충분히 느끼는 한 끼 식사이다. 분식이라기보다 김밥요리처럼 느껴진다. 보통 김밥 한 줄이면 한끼식사로 부족하거나 양이 적다고 생각하는 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한 줄을 먹어도 배부름이 있다. 그렇다고 더부룩하지 않은 것은 채소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른 메뉴들도 맛이 궁금해 진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곳에 메인 메뉴중 하나가 매운 떡볶이라고 한다. 아주 맵다고 하는데 다음 기회에 맛을 보려고 한다. 아직은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웨이팅 시간이 좀 있다. 그래서 매장에서 먹기보다 포장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